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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 기회다] 공간·사람·예술…'지속 가능 도시' 프랑스 리옹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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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리옹, 구도심 공동화 딛고 유럽 대표 '재생 도시' 도약
청년들, 자율적 '협동조합 카페 '운영…동네 '사랑방' 역할 수행
'눈속임' 벽화로 관광객 유치…쇠퇴 거리 재생·지역 정체성 강화
폴 보퀴즈 시장서 미식 체험…생산자·소비자·관광객 한데 연결
로컬 전문가 "국내 정책도 단기 성과 치중 말고 '존속' 집중해야"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프랑스 리옹①>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프랑스'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파리의 에펠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미국'은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이탈리아'는 로마의 콜로세움을, '일본'은 도쿄의 스카이트리를 각각 연상시킨다. 이처럼 하나의 도시와 상징적 공간은 곧 그 나라의 얼굴이자 정체성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 나라를 오롯이 이해하려면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주민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지역 곳곳에서 묻어나는 삶의 방식에 눈을 돌려야 한다. '진짜 이야기'는 대도시의 랜드마크가 아니라 작은 시장과 오래된 카페, 벽화 한 장에 숨어있다. 골목골목 살아있는 소도시와 지역 공동체 속에서 그 사회의 일상과 뿌리가 드러난다.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파리의 에펠탑이 세계적인 상징이라면, 제2의 도시인 '리옹'은 생활 속 로컬이 어떻게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고 쇠퇴한 공간을 재생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협동조합 카페에서 만난 청년들의 자유로운 실험과 벽화로 가득한 거리, '미식의 수도'를 증명하는 시장 등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삶의 현장에서 빚어진 리옹만의 특별한 얼굴이다.

<뉴스핌>은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약 일주일간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리옹을 찾아 도시 곳곳을 취재했다. 리옹만의 지역적 특색이 생생한 현장들을 직접 경험하며, 리옹의 일상이 곧 지역의 정체성이 되는 순간들을 기록했다. 이는 소멸 위기에 직면한 한국의 지방 도시들에도 시사점을 던지는 바람직한 로컬 생태계의 모습이었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리옹 시내 전경. 2025.08.20 rang@newspim.com

◆ 로컬 생산품만 쓰는 협동조합 카페 주목…"동네 사랑방 역할 수행"

리옹은 프랑스의 '미식의 수도'로 불릴 만큼 풍성한 음식 문화를 자랑하는 도시이자, 여러 문화유산을 갖춘 역사·예술의 장으로 손꼽힌다. 지리적으로도 손강과 론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어 어디로 향하든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구도심 공동화와 산업 쇠퇴 등을 겪으며 활력을 잃었었지만, 청년 창업자와 예술가 등 지역 주민들이 발휘한 '로컬의 힘'이 침체된 도시를 되살려냈다. 오늘날 들어서는 유럽의 대표적 도시 재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리옹 내에서도 7구 지역은 이민자와 학생, 지식인 등이 한데 섞여 거주하는 다채로운 동네다. 얼핏 보면 서로 어울리기 어려운 집단처럼 보이지만, 청년들이 창업한 협동조합 카페인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가 이들을 잇는 접점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곳을 '사랑방'처럼 이용하며 식사와 대화를 나누고, 운영자인 청년들은 지역 내에서만 들여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며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작은 카페지만 그 안에는 일상과 공동체, 도시 재생의 가능성이 함께 숨쉬고 있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프랑스 리옹 7구에 위치한 청년 협동조합 카페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 전경. 2025.08.20 rang@newspim.com

이날 가게에서 만난 줄리엣은 협동조합의 운영자 중 한 명으로, 서빙을 하다가 흔쾌히 취재진을 맞이했다. 르 쿠흐 시르뀌는 사장이 없이 모든 운영자들이 공동으로 책임을 나눠지고, 어떤 의사결정이라도 전부 함께 논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역할 분담에도 수평적인 방식을 적용해 서빙·조리 등 기본적인 업무는 모두가 같이 하는 한편, 가게 운영은 분야별로 팀을 나누되 1년마다 순환 근무한다. 이는 한 사람이 특정 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를 탈피하려는 취지다.

이런 운영 방식에 대해 줄리엣은 "르 쿠흐 시르뀌는 우리 모두의 공간이라 애착이 크다. 의사결정이 집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장소 자체가 우리 각자의 성격과 가치가 섞인 독창적인 모습이 된다"며 "구성원들은 급여와 근무시간, 휴가 등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의사결정 방식을 두고는 "결정은 항상 만장일치여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거부하면 통과되지 않고, 합의를 이룰 때까지 논의를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이들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는 '로컬'이다. 르 쿠흐 시르뀌는 카페 운영에 필요한 식재료를 가능한 한 모두 인근에서 조달한다. 채소는 리옹 인근의 소규모 농가에서, 맥주는 드롬과 생테티엔의 지역 브루어리에서 들여온다. 커피처럼 어쩔 수 없이 수입해야 하는 품목도 현지 로스터리에서 직접 볶아내 지역과의 연결 고리를 이어간다. 손님들은 '이 커피는 리옹에서 볶은 원두로 내렸고, 이 맥주도 옆 동네에서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소비가 곧 지역과 연결되는 경험이 만들어지면서, 르 쿠흐 시르뀌는 카페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묶어내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프랑스 리옹 7구에 위치한 청년 협동조합 카페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에서 주문한 음식. 메뉴들은 모두 로컬 생산품들로 요리됐다. 2025.08.20 rang@newspim.com 2025.08.24 rang@newspim.com

실제로 이날 가게에서 맛본 음식들에는 이들의 로컬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총 세 가지로 이뤄진 코스 요리를 주문하자 테이블 위에는 토마토 수프와 병아리콩으로 만든 바삭한 스틱이 먼저 올랐다. 이어 메인 요리로는 채식 라구와 신선한 계란, 가지 등에 밥이 곁들여졌다. 마지막으로는 고소한 견과류 케이크와 수박 주스가 디저트로 제공됐다. 모든 재료가 지역에서 조달된 신선한 농산물이었고, 채식 메뉴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지역과 연결된 이야기가 담겨있는 특별한 식탁이었다.

르 쿠흐 시르뀌의 존재감은 7구에도 좋은 영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곳에서의 작은 소비와 만남이 지역 경제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이들은 단순한 이익 창출이 아닌, 지역 주민들과 충성도 높은 관계를 맺는 데에 운영 가치를 둔다. 아울러 평등하고 자율적인 경영 방식과 노동자들의 행복 역시 르 쿠흐 시르뀌의 주요 철학으로 손꼽힌다.

이에 대해 줄리엣은 "지역 가게들과 거래를 하며 경제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고, 학생층 손님들을 불러모아 동네 분위기에도 기여하고 있다. 단골 손님들도 많아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존속'으로, 손님들과 충성도 높은 관계를 만드는 동시에 자율 경영과 노동자의 행복이란 원칙을 지켜낼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 지역의 일부이며, 지역 주민들에게 한결 같은 이웃으로 남아있고 싶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Le Court-Circuit(르 쿠흐 시르뀌)'의 운영자 중 한 명인 줄리엣과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가게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08.20 rang@newspim.com

◆ 리옹 역사 담은 벽화들에 관광객 모여…예술 통한 '도시 재생' 의미

리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예술의 도시'로도 손꼽힌다. 리옹은 단순히 건축물으로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캔버스 삼아 역사를 기록한다. 실제로 거리를 걷다 보면 건물 외벽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화폭이 돼 눈앞에 펼쳐진다. 벽화들은 트롱프 뢰유(trompe-l'œil·눈속임) 화법으로 그려져 마치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생생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리옹을 대표하는 대형 벽화 작품인 '프레스끄 데 리요네(Fresque des Lyonnais)'는 리옹 시내 중심가이자 손강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프레스끄 데 리요네를 직역하면 '리옹 사람들의 벽화'란 뜻으로, 벽화 안은 리옹을 빛낸 인물들의 초상화로 채워져 있다.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뤼미에르 형제와 프랑스 미식의 거장인 폴 보퀴즈, '어린왕자'의 작가인 생택쥐페리 등이 대표적이다.

[프랑스=뉴스핌] '프레스끄 데 리요네(Fresque des Lyonnais)' 전경. 2025.08.21 rang@newspim.com

길가에 서서 벽화를 올려다 보면 이들이 마치 발코니에 서서 행인들과 눈을 맞춰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총 30여명 중 상층에는 역사적 인물이, 하층에는 현대 인물이 배치돼 있다. 오늘날의 리옹을 만든 사람들의 얼굴이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과 나란히 서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 벽화는 관광객에게는 리옹 인물사전으로, 주민들에게는 도시의 자긍심으로 남아 리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예술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부터 손강을 따라 도보로 5분여를 내려가다 보면, 또 하나의 거대한 벽화를 관람할 수 있다. '라 비블리오텍 드 라 시테(La Bibliothèque de la Cité)'는 약 6층 높이의 벽면 전체를 거대한 도서관 서가로 변모시킨 작품이다. 벽화에는 실제처럼 세밀하게 그려진 수백권의 책이 펼쳐져 있는데, 각 책의 표지에는 리옹과 연관된 약 500명의 작가와 작품이 담겨 있다. 볼테르와 프랑수아 라블레 등 리옹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명문장이 등장한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라 비블리오텍 드 라 시테(La Bibliothèque de la Cité) 전경. 2025.08.21 rang@newspim.com

도서관 벽화 역시 트롱프 뢰유 기법으로 그려져 있어 마치 책장이 벽을 뚫고 나온 듯한 착시를 준다. 곳곳에는 카페와 서점, 부키니스트(헌책·기념품 판매 노점상) 등 리옹의 실제 책 문화를 상징하는 요소들도 구현돼 있다. 이는 리옹이 지식과 문화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거대한 선언문과도 같다. 주민들에게는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 도서관이 되는 셈이다.

이 벽화들을 넘어 보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크루아 루스(Croix-Rousse) 도시 언덕이 나온다. 크루아 루스는 18~19세기에 리옹을 세계 실크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시킨 실크 방직공(까뉘·Canuts)들의 거주지로, 트라불(traboule)로 불리는 비밀 통로가 미로처럼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럽 최대 규모 벽화로 꼽히는 '뮤르 데 까뉘(Mur des Canuts)'를 만나볼 수 있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뮤르 데 까뉘(Mur des Canuts)' 전경. 2025.08.21 rang@newspim.com

뮤르 데 까뉘는 1987년 처음 그려진 이래 지역의 변화를 반영해 꾸준히 보수되면서, 현대 생활상과 시대별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리옹의 대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거대한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운 그림 속에는 실크 방직공들의 일상과 계단을 오르는 주민,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 등 리옹의 생활사가 생생히 담겨 있다. 멀리서 보면 실제 창문과 발코니로 착각할 정도로 정교해, 벽화 전체가 도시 전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세 벽화는 모두 협동조합 예술 단체인 르 시테 데 라 크리에시옹(CitéCréation)이 트롱프 뢰유 기법으로 제작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단순한 미술 장식이 아니라 쇠퇴한 거리를 살리고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도시 재생의 실험으로 평가된다. '벽'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 예술로 바뀌면서, 거대한 그림들은 도시 재생의 상징이자 공동체의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현재의 리옹을 과거와 현재, 주민과 관광객을 연결하는 예술의 장으로 만들어냈다.

◆ '미식 수도' 상징하는 폴 보퀴즈 시장…리옹 정체성 강화하는 플랫폼

리옹의 로컬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현장이 바로 '폴 보퀴즈 시장(Marché Paul Bocuse)'이다. 프랑스 전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름난 이 시장은 '미식의 수도'로 불리는 리옹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프랑스 요리의 거장이자 '누벨 퀴진(새로운 요리·Nouvell Cuisine)'의 개척자로 불린 폴 보퀴즈(Paul Bocuse)의 이름을 따 문을 열었다.

시장 내부는 50여개의 노점과 상점으로 가득 차 있는데, 모두 리옹과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취급한다. 갓 잡아 올린 생선과 굴, 드롬 지역에서 들여온 치즈와 햄, 그리고 제철 채소와 과일 등까지 진열된 상품 하나하나가 곧 로컬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곳은 유명 셰프들이 즐겨 찾는 재료 공급처이자,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주말마다 장을 보고 한 끼 식사를 즐기는 생활의 공간이기도 하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폴 보퀴즈 시장(Marché Paul Bocuse)' 전경. 2025.08.22 rang@newspim.com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프랑스 미식을 가까이 체험한다. 상점마다 시식 코너가 마련돼 있어 간단한 와인 한 잔이나 굴과 치즈를 맛볼 수 있고, 현장에서 구입한 재료를 곧바로 조리해주는 식당들도 즐비하다. 무엇보다 이곳은 관광 명소일 뿐만 아니라, 실제 주민들도 주말 장보기와 식사를 위해 자주 찾는 생활의 공간이다. 덕분에 시장을 거닐다 보면 관광객의 호기심과 현지인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며 보다 진한 리옹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청년들이 사장 없이 운영하는 협동조합 카페와 아름다운 벽화들이 도시 재생과 공동체를 일상 속에서 구현한다면, 폴 보퀴즈 시장은 리옹의 정체성을 '미식'이라는 키워드로 집약해낸다. 이곳에서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와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이를 통해 '시장' 자체가 리옹의 미식 문화와 공동체의 삶을 아우르는 생생한 로컬 플랫폼으로 떠오르게 된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폴 보퀴즈 시장(Marché Paul Bocuse)' 전경. 2025.08.22 rang@newspim.com

일주일간 현지에서 들여다본 리옹의 일상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의 삶 속에서 로컬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었다. 이런 현장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리옹의 사례를 관찰한 로컬 전문가는 르 쿠흐 시르뀌의 비전처럼 '존속'에 방점을 찍는다. 이곳의 청년들이 단기간 내 이익 창출이 아닌 주민들과의 오랜 관계를 희망하듯, 정부도 반짝 성과를 내는 일회성 사업이 아닌 장기적 프로젝트로 지방 위기를 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채지민 교수는 "리옹의 청년 협동조합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국내 로컬 정책 역시 단기 성과에 치중하기보다 '존속'과 '관계 유지'를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며 "로컬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이 일회성 프로젝트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으로 자생하려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로드맵 형태의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을 통한 사람 중심 정책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뉴스핌] 김기랑 기자 = '폴 보퀴즈 시장(Marché Paul Bocuse)' 전경. 2025.08.22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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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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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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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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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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