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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한국형 컴패스 콜' EC-37B 전자전기 탄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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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1조8000억 원 규모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공고
9월 입찰 제안, 10월 사업자 선정… KAI와 LIG넥스원의 '혈투'
한국 첫 독자 전자전기를 확보하는 사업… 수출 기회 확대 전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지난 5월 7일 파키스탄 공군이 인도령 카슈미르 분쟁에서 중국산 전투기 J-10CE를 투입해 인도군의 프랑스산 라팔 F3FR 전투기 3대를 격추한 일이 있었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한 '하이급' 기종인 라팔이 '로우급' 중국산 전투기 J-10C의 중국산 미사일을 얻어맞고 격추된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산 전투기의 성능이 우수했던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 공군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십분 활용, 인도 공군 조종사들의 군 통신 체계를 완벽하게 재밍(jamming) 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인도 공군의 라팔 조종사들은 그들의 콜사인(파일럿의 제2의 이름)과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파키스탄 공군에 노출되면서 파키스탄 전투기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사건 이후, 세계 각국이 다시 한번 전자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 공군은 현재 전자전의 중요성을 인식해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6년부터 2034년까지 국내 기술로 전자전 항공기를 연구 및 개발해 총 4대의 전자전기를 확보하는 사업과 병행해 해외에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조달하는 사업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미 공군이 채택한 EC-37B 컴패스 콜(Compass Call) 전자전기. 우리의 전자전기는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G6500를 개조하는 사업이지만, 미군은 걸프스트림의 G550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진=BAE Systems] 2025.08.26 gomsi@newspim.com

◆전자전기의 개발 단계 = 전자전기는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한다. 안전한 원거리에서 작전을 펼치는 원거리 전파 방해기 '스탠드 오프 재머(Stand-off Jammer)', 중간 정도의 위협 수준을 지닌 공역에서 작전 편대와 함께 움직이는 호위형 전파 방해기 '에스코트 재머(Escort Jammer)', 그리고 위협 정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서 전파 교란 및 기만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근접형 전파 방해기 '스탠드 인 재머(Stand-in Jammer)'가 있다.

미국의 차세대 전자전기 EC-37B '컴패스 콜'이 전형적인 '스탠드 오프 재머'라 할 수 있고, 우리에게 친숙한 EA-18G 그라울러가 '에스코트 재머'의 대표적 항공기다. 드론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소형 다목적 무인기(AAP) 등은 '스탠드 인 재머'로 분류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자전기 개발 순서가 스탠드오프 재머→에스코트 재머→스탠드인 재머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우리 군은 E-737 피스아이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사업과 두 차례에 걸친 백두사업을 진행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탠드 오프 재머'를 1차로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에스코트 재머'를 2차로 개발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기술 등이 추가된 '스탠드 인 재머'를 개발하는 단계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만일 '스탠드 오프 재머' 개발 사업 주체와 '에스코트 재머' 개발 사업 주체가 중간에 바뀐다면, 엄청난 시간적·자원적 낭비가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2034년까지 '스탠드 오프 재머' 4대를 확보 = 현재 공군은 전자전기를 보유하지 않아 한미 연합훈련 시 미군 자산에 의존해왔으며, 이번에 벌이는 전자전기 사업은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고 전시작전권 전환, 북한 방공망 무력화, 주변국 대비 억제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이른바 '한국형 컴패스 콜' EC-37B로 불릴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을 놓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이 맞붙는다. 24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다음 달 2일까지 전자전기 국내 개발을 위한 전자전기 사업 입찰 제안서를 받고 10월경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2034년까지 전자전기 4대를 확보하는 사업으로, 체계 개발부터 양산까지 포함한 규모다. 이번 사업은 외국산 중형 민항기인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G6500를 개조해 전자전기 임무 장비를 체계종합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플랫폼으로 대형 수송기 대신 비즈니스 제트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제트기는 수송기보다 빠르고 운용 고도가 높아 생존성과 체공 시간이 길고, 장거리 재밍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제트기는 객실·기내 전력·냉각 체계를 재설계해도 중량·공력(항력) 균형을 비교적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민수 기체 기반이기에 감항(堪航, 항공기가 날기에 적합한 안전성·신뢰성을 갖추는 일) 규정 준수와 인증 절차를 촘촘히 밟아야 하지만, 그만큼 운영·정비 생태계가 넓다는 이점이 있다.

전자전기는 유사시 전투기보다 먼저 전장에 투입돼 기체에 부착된 각종 전자장비로 적의 대공 레이더나 통신 체계를 무력화 하기 때문에 현대 전자전에서 필수 무기체계로 꼽힌다. 그러나 현대 전자전 항공기 관련 기술은 미국·러시아·중국 등 소수 국가만 보유하고 있고, 독일·이탈리아·일본 등도 전자전기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적의 대공 레이더 등을 무력화하는 항공기인 전자전기는 해외 다수 국가도 개발 중인 기술로, 기술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동맹국에도 장비 사양과 소프트웨어 등이 비공개인 경우가 많아 그동안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하면 향후 항공 분야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서둘러 기술독립을 해야 할 분야다.

방사청은 2030년대 중반까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 지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전자전기를 개발해 군의 전자전 대응 역량을 높이려는 게 목적이다. 사업의 기본 구상은 원거리(스탠드 오프)에서 장시간 체공하며, 적 방공 레이더와 지휘·통신을 넓은 영역에 걸쳐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전자전기가 먼저 전파로 '길을 뚫어주고', 그 뒤를 타격·제압 세력이 안전하게 통과하는 방식이다.

미 해군이 운용중인 EA-18G 그라울러는 세계 최강의 전자전기로 알려져 있다. 중간 정도의 위협 수준을 지닌 공역에서 작전 편대와 함께 움직이는 호위형 전파 방해기 '에스코트 재머'의 대표적 기종이다. [사진=미 해군] 2025.08.26 gomsi@newspim.com

◆우려되는 협력업체들의 경쟁 = 최근 방위사업청이 진행하고 있는 '스탠드 오프 재머' 개발 사업에서 협력해야 할 업체들이 오히려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의 경우, 전자전 장비는 LIG넥스원이 제작하고, 기체 개발 및 체계 통합 작업은 KAI가 담당했다. KAI와 LIG넥스원 조합이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서도 이어졌으면 좋았겠으나, 전자전 장비 제작업체인 LIG넥스원이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길 원하면서 결국 기존 협력업체 KAI가 아닌 대한항공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AI 역시 KF-21 보라매의 AESA 레이더와 디지털 기반의 고출력 재밍 송신 장치를 개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을 전자전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해 '스탠드 오프 재밍' 사업에 뛰어들었다. LIG넥스원이 장악하고 있는 전자전 장비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했던 한화시스템은 내심 '호기'를 잡았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번 '스탠드 오프 재밍' 전자전기 개발 사업의 주계약업체로 선정된 업체는 G6500을 전자전기로 개조하고, 체계 통합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개조 및 체계 통합 작업은 기체를 거의 새로 설계해야 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사업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사업 기간이 KF-21 전투기 개발과 맞먹는 2025년도에서부터 2034년까지 거의 10년이란 것이 사업의 '고난이도'를 반증한다. 미국이 비즈니스 제트기를 EC-37B 전자전기로 개조하는 데 2년 이상 사업이 지체되는 게 그러한 케이스다.

이는 대부분이 기체 개조, 체계 통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프랑스, 튀르키예, 일본 등이 기체 개조, 체계 통합 문제 때문에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항기를 군용기로 전환하는 만큼, 군사작전 수행이 가능한 항공기임을 보증하는 '비행 안전 적합 인증(감항 인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중요한 점검 포인트다.

또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전자전과 관련된 기술은 해외 업체로부터 주고받기도 까다롭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본다면 '스탠드 오프 재머' 이후 이어져야 할 2차 사업 '에스코트 재머' 개발 사업과의 연속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KAI와 한화시스템 조합과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이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능력, ▲감항 인증 문제 해결 능력, ▲전자전 장비 개발능력, ▲호위형 전파 방해기 '에스코트 재머'와 연계성 등 네 가지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LIG넥스원이 공개한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 이미지.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G6500를 개조해 전자전기 임무장비를 체계종합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사진=LIG넥스원] 2025.08.26 gomsi@newspim.com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능력 = 업계 관계자는 "요리사가 동일한 재료를 갖고도 전혀 다른 음식 맛을 내듯, 전자전 장비를 항공기에 장착해 최적화를 통해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체계종합 능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능력에서는 KAI와 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이 단연 앞선다고 볼 수 있다. KAI는 차세대 국산 전투기 KF-21과 유무인 복합체계 등 전자전 항공기 국내 기술 연속성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KAI는 공군이 운용하는 각종 전투기의 체계 통합을 담당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KAI는 T-50·FA-50·KF-21로 이어지는 완제기 개발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기체 설계 변경, 항전 통합, 감항 인증을 한 번에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체계 통합 기술이 강점이다. 또한 2021년부터 진행 중인 백두체계 2차 사업에서 전자·신호정보 정찰기의 플랫폼 개조와 임무 장비 통합을 수행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개발한 KF-21에서 전자전 장비와 센서 통합 운용을 검증한 경험이 있다.

아울러 KAI는 1차 공중통제기 사업에서 보잉과 함께 E-737 피스아이 기체 일부를 개조했으며, 2021년에는 이 기종에 피아식별장비와 링크16 전술 데이터링크를 장착하는 성능개선 사업을 수주해 현재 진행하고 있다. KAI가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 기동헬기, KF-21 보라매 등 다수의 기체를 설계하고, 체계 통합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자전 장비업체인 LIG넥스원은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작업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한항공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이번 사업에서 LIG넥스원의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대한항공은 1991년 착수해 2001년 전력화된 백두·금강 정찰기 성능개량 사업 1차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백두·금강 1차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총괄 주관하며 추진한 정찰기 성능 향상 프로젝트로,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프랑스 다쏘 팰콘 2000S 기체를 기반으로 한 개조 작업 등을 수행했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플랫폼을 설계 및 체계 통합해 본 경험이 없고, 백두 2차 사업은 현재 KAI가 항공기 체계 통합 및 기체 개조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 역시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A-10, F-4, UH-60 등 6000여 건의 개조·창정비·성능 개량 프로젝트와 민항기인 B777 및 A330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 경험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정비, 기체 구조물의 개조로 전자전기의 체계종합 및 기체 개조와는 상당한 기술적 격차가 있는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런 유형의 사업은 기체 업체(대한항공)가 체계 통합을 하면서 장비 업체(LIG넥스원)를 협력업체로 데리고 가는 게 일반적인데, 현재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의 역할은 주객이 전도된 형태이고, 언론에 보도된 역할도 굉장히 모호하게 설정돼 있다"면서 "대한항공이 체계종합이나 체계 통합을 한다면, 대한항공이 주계약업체로 나서는 게 바람직한데도 LIG넥스원이 주계약업체로 나서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이 이 사업의 리스크를 높다고 보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무게에 민감한 민항기에 전자전 장비, 예컨대 3.6t이나 나가는 EC-37B의 전자전 장비를 실으려면 새로운 항공기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거운 일"이라며 "전자전기가 결국 전자전 장비를 항공기와 체계 통합해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게 사업의 핵심인데, 그런 의미에서 방사청이 이 사업 명칭을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이라고 한 것을 곱씹어야 한다"고 했다.

◆감항 인증 문제 해결 능력 = 민항기를 군용 전자전기로 개조하는 데 따른 위험성을 검증할 '감항 인증' 문제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항기를 플랫폼으로 해 전자전기를 개발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인 만큼, 항공기의 감항 인증, 다시 말해 '비행 안전 적합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능력이 전자전기 주계약업체로서 빼놓을 수 없는 능력"이라고 했다.

자체 플랫폼 FA-50 경공격기와 KF-21 보라매를 개발하고 수출하는 과정에서 KAI는 해외 및 국내 감항인증에 대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쌓아왔다. 현재 백두 2차 사업을 통해 민간 비즈니스 제트기를 군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KAI는 민수용 기체를 군용으로 전환해 감항 인증을 받은 유일한 국내 업체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KAI는 군용 기체인 수리온을 민수용으로 전환해 감항 인증을 받은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자체 플랫폼이 없는 대한항공의 경우, ADD 주관으로 백두 1차 사업을 할 때를 비롯해 지금껏 감항 인증을 외부 기관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사업 수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보안에 민감한 전자전기의 특성 때문에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내에서 개발하고, 국내에서 감항 인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수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자체적으로 유인 항공기에 대해 감항 인증을 받아본 경험이 전무하다.

◆전자전 장비 개발능력 = 전자장비 분야에선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경쟁한다. 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적국의 레이더 등 전자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재밍하는 장비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장비 명칭은 군의 성능요구조건(ROC)이어서 당연히 비공개다. 광대역 전자 공격(EA)을 가능케 하는 각종 장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100~200㎞ 내의 각종 전파나 신호를 수집·분석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10여 년간 연구·개발 인력을 400명으로 늘려 전자전 장비를 개발해 왔다. 또한, 항공기에 탑재되는 전자전 장비와 관련해서도 ALQ-200와 KF-21의 RF재머 등의 개발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디지털 기반의 고출력 재밍 송신 장치 개발과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대 핵심 센서 중 3개 센서(AESA 레이다, IRST, EO TGP)를 개발하는 등 전자전 장비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LIG넥스원이 전자전 장비 개발실적에서 다소 앞선 것으로 보이나, 한화시스템도 AESA 레이다 등을 개발·양산 중이며, 장기간에 걸친 사업인 만큼 전자전 장비 개발 역량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라며 "이번 사업 명칭이 전자전기 체계개발사업이고 전자전 장비를 개발해 플랫폼에 체계 통합하는 것인 만큼, 기체 업체와 얼마만큼 사업적·기술적 협력이 원활할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에스코트 재머'와의 연계 가능성 = EA-18G 그라울러처럼 '에스코트 재머'와의 연계성도 개발사업자 선정에서 짚어야 할 문제다. 여기서도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항공우주 방산 업체가 자체 플랫폼을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천양지차(天壤之差)의 경쟁력 격차를 발생시킨다. KAI는 '에스코트 재머'로 파생시킬 수 있는 KF-21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가진 데 반해, 대한항공은 '에스코트 재머'로 파생시킬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이 없다.

KAI는 내부 무장창을 갖추고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Next-Generation Aerial Combat System)로 유무인 복합체계를 실현한 스텔스 전투기 KF-21EX를 '에스코트 재머'의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즉, 스텔스 능력에 무인 드론 운용능력까지 갖춘 '한국형 EA-18G 그라울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자체 플랫폼을 갖고 있지 못한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이 '에스코트 재머'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선 해외에서 플랫폼을 따로 도입해야 하고, 따라서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을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이 가져가게 된다면, 그다음 단계로 개발해야 할 '에스코트 재머' 사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 입장에서는 KF-21 보라매급의 해외 기체를 도입하지 않는 한,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을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적용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 기체를 도입하는 경우, 국산 전자전 장비를 체계 통합시키려면, 기체를 제작한 해외 업체와 중요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난감한 대목이다. 폴란드에 수출하는 국산 경공격기 FA-50PL의 경우, 미국산 팬텀 스트라이크 레이더와 AIM-120 암람 미사일의 통합 문제 때문에 수출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물론, 확률은 희박하지만, 후속 '에스코트 재머' 사업에서 KAI와 LIG넥스원이 재결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번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을 수주해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스코트 재머' KF-21EX 개발로 나아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사진은 KF-21 보라매 6호기의 시험비행 모습. [사진=방위사업청] 2025.08.26 gomsi@newspim.com

◆전자전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 하지만 '스탠드오프 재머'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과감하게 KAI와 결별하고 대한항공을 선택한 LIG넥스원이 그러한 행보를 보여줄지도 의심스럽다. '연인'에게 배신당한 KAI로서도 선뜻 내민 손을 잡기는 쉽지 않을 일이다. 이번 전자전기 개발 사업 수주전을 통해 드러난 LIG넥스원의 의도를 읽어내려가 보면, 향후 KAI와 부딪히더라도 항공우주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IG넥스원이 최근 수주한 사단급 무인기, 천리안 5호 정지궤도 기상위성의 시스템과 본체 사업을 수주했는데, 기업의 사업 확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문제는 이 사업들은 LIG넥스원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위험이 큰 사업들인데, 지금 하려는 전자전기는 이보다 훨씬 더 기술적 위험이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KAI는 그동안 LIG넥스원이 구축한 뿌리 깊은 대외 네트워크와 싸우는 중"이라면서 "LIG넥스원은 이번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면 기존에 구축한 생태계 혼란을 감당키 어려워서 전자전기 사업에 회사 차원에서 사활(死活)을 걸고 있다"고 했다.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에서도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 도전해 사업 영역을 넓혀 가겠다는 LIG넥스원과 '스탠드오프 재머' 사업을 수주해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스코트 재머' KF-21EX 개발로 나아가겠다는 KAI의 혈투가 예상된다.

방산업계는 이번 전자전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한국은 처음으로 독자적인 전자전기 플랫폼을 확보하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수출과 다양한 특수임무기 개발로 기술 확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자전기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꾸준하지만, 전략자산으로 분류돼 수출 통제가 엄격하다"며 "우리가 독자 개발에 성공하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는 새로운 수출 품목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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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F-21, 내년 3월 양산 1호기 출고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 전투기(KF-21) 양산 1호기 출고 행사가 내년 3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뉴스핌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2026년 연말로 잡혔던 일정이 약 10개월 앞당겨지는 '조기 실전배치 시나리오'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KF-21(당시 KF-X) 사업은 2015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약 8조원(70억~80억달러 수준) 규모의 체계개발을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20% 분담을 약속하며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후 설계안 확정(2019년)과 2020년 9월 최종조립 착수 과정을 거쳐 2021년 4월 시제 1호기(001번기) 출고 및 명명식에서 공식 제식명 'KF-21 보라매'가 부여됐다.​​ 지난해 11월 29일 1000소티 비행을 달성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이로써 전체 약 2000소티 중 절반을 완료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5.12.09 gomsi@newspim.com 시제기는 단좌 4대·복좌 2대를 포함해 총 6대가 제작됐고,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한 뒤 2023년 초음속 돌파, 야간·무장분리 시험을 포함해 2024~2025년까지 누적 2000회 수준의 시험비행을 소화하면서 블록Ⅰ(공대공 중심) 체계개발 막바지 단계에 올라와 있다.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이 시험 데이터를 토대로 2026년까지 '초도양산+작전운용시험·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공군 F-4E, F-5 등 노후 3세대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대체한다는 이정표를 세워왔다.​ 당초 KF-21 양산기 전력화 로드맵은 2024년 양산계약, 2025년 최종조립, 2026년 하반기 대량 양산 출고 및 전투적합 판정, 2026~2028년 초도 대대급 배치 순으로 짜여 있었다. 실제로 방추위는 2025년 3월께 '올해 20대·내년 20대' 방식의 1·2차 양산계약(20+20대)을 의결했고, 1조9000억원 안팎(1차 20대 기준 약 1조9000억원)의 초도 물량 계약이 체결되면서 사천 KAI 공장은 2025년 5월부터 양산 1호기 최종조립에 들어간 상태다.​ 이 기본 시나리오에서 2026년 연말로 잡혀 있던 '양산 출고식'을 10개월가량 당겨 2026년 3월 사천에서 여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선 "양산 1호기·2호기를 포함한 초기 물량의 기체·엔진·전장 계통 신뢰성 검증이 예상보다 순조롭고, 공군의 F-4E 조기 퇴역·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전력 공백 우려가 일정 단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만 10년 만에 양산형을 내놓는 만큼, 대통령 참석을 전제로 한 '국가급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은 2021년 4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그 자리에서 "2032년까지 120대 실전배치" 목표가 공개되면서 한국의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도약을 대내외에 과시한 바 있다. [사천=뉴스핌]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사천시 고정익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4.09 photo@newspim.com 내년 3월로 예고되는 이번 출고행사는 시제기가 아닌 '양산형 1호기'가 주인공인 만큼, 시제기 롤아웃 이후 약 4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다시 사천을 찾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순방 과정에서 KF-21을 한국 방산 수출 패키지의 핵심 품목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향후 수출형 블록Ⅱ·블록Ⅲ 개발과 현지 공동생산·부품 협력 구상을 함께 홍보해 왔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산업부 안팎에선 "양산형 출고식이 사실상 '수출형 보라매'의 첫 공개 무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 주관 행사로 격상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 시점에서 군·방산업계가 그리는 '3·6·9 시나리오'의 뼈대는 비교적 선명하다. 내년 3월 사천 출고식을 통해 양산 1호기를 공개하고, 6월까지 공군·방사청 공동의 전투적합 판정(전투운용능력 평가)을 마친 뒤, 9월 전후로 공군 작전부대에 초도 인도를 시작한다는 시간표다.​ KF-21 블록Ⅰ양산기는 2026년 상반기 대량 출고 이후 강릉 제18전투비행단과 예천 제16전투비행단에 각각 1개 전투비행대대(20대 안팎) 규모로 나뉘어 초도 배치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어 2028년 이후 공대지·다목적 능력을 강화한 블록Ⅱ 80대는 횡성 제8전투비행단, 충북 지역 제19전투비행단 등으로 확산 배치돼 공군의 F-5, 구형 F-16 전력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계획이다. 지난 11월 5일 국산항공기 FA-50와 함께 비행하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의 KF-21. [사진=공군 제공] 2025.12.09 gomsi@newspim.com KF-21 사업은 개념연구 착수(2000년대 초) 이후 예산·기술 이전 문제로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10년 만에 양산형 출고 단계에 진입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전투기 체계개발-양산-수출까지 독자 사이클을 돌리는 소수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 양산형 출고는 단순히 새 전투기를 들여놓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10년 주기의 전투기 개발·개량 사이클을 스스로 설계해 가는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며 "2015년 개발 승인에서 2025년 양산 1호기, 2032년 120대 전력화로 이어지는 연표는 한국이 명실상부 '전투기 개발·수출국'으로 올라섰다는 증표"라고 했다. gomsi@newspim.com 2025-12-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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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조희대 대법원장 입건 후 사건 검토 [과천=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입건하고 본격적인 사건 검토에 들어갔다. 공수처 관계자는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 고발건은 한 두건이 아니다. 어떤 건은 수사 4부, 어떤 건은 1·3부 등에 있다"고 밝혔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뉴스핌DB] 공수처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선별해 사건화하는 것이 아닌 '자동입건'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수의 고소·고발이 접수된 조 대법원장은 피의자 신분이 유력하다. 조 대법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지정 배당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아울러 공수처는 최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이 2022년 전 전 위원장을 사직시키기 위해 특별 감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수사1부(나창수 부장검사)는 지난 4일 감사원 운영쇄신태스크포스(TF)와 심의지원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공수처는 사건의 처분 시기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처분 시기는) 수사팀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 (처분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술자리 접대 의혹'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만~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고급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돈을 낸 적 없다는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대법원 법원감사위원회는 해당 의혹을 심의한 후 "현재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지 부장판사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사건을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고, 수사팀은 최근 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택시 앱 사용 기록 등과 달리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hyun9@newspim.com 2025-12-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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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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