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기구 1차 회의 진행…협의 실패 땐 입법 명분 확보
'갑을관계공정화법' 발의…규제 범위 배달앱으로 좁혀 반발 최소화
소상공인법 개정안까지 병행…수수료·배달비·광고비 상한제 포함
업계, 규제 대응 속 수익 다각화 모색…광고·데이터 서비스 확대 전망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여권이 배달 플랫폼에 대한 '투트랙 압박'에 나섰다.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진전이 없을 경우 입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배달앱 규제 의지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배달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도 대안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1일 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가 주도하고 정부, 배달앱 플랫폼이 참여하는 배달앱 사회적대화기구는 지난달 22일 킥오프 회의(첫 회의)를 거쳐 지난 29일 1차 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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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박대준 쿠팡 대표가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소상공인·민생단체 상생협약식 및 배달앱 사회적대화기구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는 온플법 좌초로 인해 그 필요성이 커졌다. 앞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공약이었던 온플법(온라인플랫폼거래공정화법) 을 추진하려 했으나 한·미 간 통상 마찰이 일어나며 좌초된 바 있다.
곧바로 입법 규제가 불가능해지자 대안으로 사회적 대화기구가 떠올랐다. 사회적 대화는 '플랫폼 규제'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의미를 지속시키면서도 미국의 반발을 피할 수 있는 장치다. '법으로 강제 규제하는 것이 아닌 업계와 협의해 자율 개선을 모색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만약 협의가 실패하면 '법안이 다시 필요하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확대 개편된 사회적 대화기구 첫 협의는 성과가 미미했다. 1차 회의에서는 입점업체의 부담 완화를 위한 안건들이 논의됐지만, 뚜렷한 합의는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제시한 안건 중 주목받은 것은 '수수료 요금제 개편'이다. 이는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일괄 서비스 대신 중개만 제공하고 배달은 다른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직접 하는 서비스를 추가해 중개료를 낮추는 것이 골자다. 현재 쿠팡이츠는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일괄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고, 배민은 주문 중개만 제공하는 '가게배달'과 주문·배달을 모두 책임지는 '배민배달'을 병행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탓에 대부분 주문이 배민배달로 몰리고 있다. 을지로위는 이번 협의에서 쿠팡이츠에는 '주문만 중개' 서비스 도입을, 배민에는 주문이 한쪽 서비스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각각 요구했다.
수수료율 산정 기준 개편도 안건에 올랐다. 현재 배민은 직전 3개월 매출, 쿠팡이츠는 매월 매출을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정해 자영업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을지로위는 연간 총매출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해 경영계획을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밖에 약관 변경 시 입점업체와 협의 절차를 보장하고, 무료배달 프로모션 비용을 가맹점에 과도하게 전가하지 말라는 요구도 제기됐다. 그러나 플랫폼 업체들은 점유율 경쟁 부담으로 적극적 대안을 내놓지 않아 협의가 지지부진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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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참여연대·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이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인·자영업자 권리 보장 등의 민생 경제 정책을 국정과제로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진=뉴스핌DB] |
협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자 민주당은 입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먼저 온플법 이후 이름만 바꿔 발의된 '갑을관계공정화법(가칭)'은 이번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지정됐다. 이 법안은 당초 빅테크 전반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던 온플법과 달리 배달앱을 중심으로 한 불공정 행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주요 내용에는 온플법과 마찬가지로 ▲입점업체의 거래조건 단체협상권 부여 ▲알고리즘·검색순위 기준 공개 ▲대금 정산 시기 투명화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반발을 완화하면서도 플랫폼 규제의 골자는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더해 최근 배달앱 이용료 상한제를 담은 소상공인법 개정안도 추가로 발의됐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이용료를 책정하도록 하고,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배달비·광고비까지 규제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위반 업체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조정 요구를 받아야 하며, 불응 시 영업정지나 과징금 부과도 가능하다.
이처럼 사회적 협의가 병행되는 동시에 법안 발의도 이어지면서 플랫폼 업계에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특히 협의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입법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추후 업계는 규제 리스크 완화를 위해 자율 개선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수익성 확보를 위한 광고상품 확대나 신사업 다각화 등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며 "자율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더 강한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