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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개편] '공룡 조직' 기재부 분리…경제 위기 대응력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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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7일 당정협의회서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
기재부, 예산처·재경부로 분리…권한 분산 취지
李, "기재부 왕 노릇한다" 후보 시절부터 대립각
정책 동력 상실·재정 건전성 관리 약화 등 우려
구윤철 "함께 있을 때 보이지 않던 새 장점 생겨"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공룡 조직'으로 불려 온 기획재정부가 내년부터 다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뉘게 된다. 지난 2008년 통합 이후 18년 만의 재분리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기재부의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경제 정책과 재정 기능이 갈라지면서 정책 조율력이 약화되고 위기 대응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기획과 재원 배분이 따로 움직이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부처 간 칸막이가 되살아나 정책 조율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18년 만에 예산처·재경부 분리…"일 잘 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당·정·대)은 지난 7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지난 2008년 통합 이후 18년 만에 다시 기재부를 둘로 나누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후 지속적으로 기재부를 분리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오랜 기간 강조해왔던 사안이다. 그는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기재부의 막강한 권한을 문제삼으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이나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기재부가 왕 노릇하고 있다", "기재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된 것은 남용의 소지가 있다" 등의 발언을 내놨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경기 안산시 새솔다이아몬드공업에서 열린 K-제조업 기업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9.03 photo@newspim.com

개편안에 따르면 예산처는 앞으로 총리실에 소속돼 국무위원으로 보임하는 장관급 수장을 두게 된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전담하면서 예산 편성·배분과 집행 관리, 성과 평가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각종 기금 운용 계획 수립·조정과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국가채무 관리 등도 전담한다.

재정경제부는 경제 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이어받아 성장률·물가·고용 등 거시지표 관리와 세제·국고·국채 발행, 공공기관 운영 등을 맡는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금융 정책 권한을 넘겨받아 환율·국제 금융 협력과 함께 금융 정책 전반을 아우른다. 재경부 장관은 경제부총리를 겸임하게 된다.

이번 분리는 2008년 기재부 출범 이후 18년 만에 단행되는 조직개편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체제가 부활하는 셈이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예산처와 재경부를 분리해 운영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두 부처를 통합해 기재부를 출범시켰다. 이번 개편으로 기재부는 다시 과거 체제로 회귀하게 됐다.

정부는 이번 개편 배경에 대해 특정 부처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대전환 등 미래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예산권을 쥐고 각 부처 정책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국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정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원칙 아래, 정부 조직을 무조건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일을 잘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하는 데 집중했다"며 "예산처와 재경부 등의 개편은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조직개편 개관[제공=행정안전부]

◆ 위기 대응 능력 저하 우려…구윤철 부총리 "가족 흩어지는 건 아냐"

이번 개편을 두고 관가에서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와 재정 집행을 담당하는 예산처가 갈라지면서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대규모 재정 투입이 전제된 성장 전략이 예산 지원 없이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기획과 집행이 한 울타리 안에서 움직일 때 발현되는 강력한 추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또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조직이 둘로 나눠짐에 따라 앞으로는 재경부가 대책을 기획하더라도 예산처가 재원 배분을 승인하지 않으면 즉각적인 집행이 불가능해진다. 금융 불안이나 경기 급락 등 긴급한 사안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양 부처 간 이견이 있으면 대응이 지연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관가에서는 위기 대응에서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본다. 같은 사안을 두고 부처 간 시각차가 발생할 경우, 정책 결정이 늦어지면서 시장 혼란이 증폭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재정 건전성 관리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이번 개편에 따라 중장기 재정 전략을 담당하는 재정정책국이 예산처로 옮겨간다. 예산 편성과 중장기 재정 운용·국가채무 관리를 동시에 예산처가 맡게 되면서, 재정 당국의 기조는 별다른 견제 없이 '확장 재정'에만 쏠릴 공산이 크다. 재정 건전성을 위한 균형 잡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그동안은 예산실과 재정정책국이 한 부처 안에서 서로 균형을 이루며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같은 기관이 두 기능을 모두 쥐게 되면서 자칫 재정 운용이 단선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2025.09.08 photo@newspim.com

정치적 배경도 존재한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역임 당시부터 대선 후보 시절까지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를 주장해왔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행정 효율화 조치를 넘어 이 대통령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기재부 권한 분산' 기조를 제도화한 것이란 분석이다. 동시에 총리실 산하 예산처를 신설해 국정과제의 추진력을 높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관가는 이번 개편을 기재부와 대통령 간 오랜 갈등의 연장선이자, 향후 권력 구도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정치적 이벤트로도 해석하고 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는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분리에 대해 '역할 분담'과 '협력 기회'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재경부 장관을 맡게 될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예산실과 경제 정책 라인 사이에서 정책 조율을 맡아온 경험이 있는 만큼, 양 부처 간 소통과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이다.

구 부총리는 8일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어 기자들과 만나 "예산실이 떨어져 나간다고 해서 '가족'이 흩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함께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새로운 장점이 생길 수 있다"며 "제가 예산 속성과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만큼, 양 부처 간 의사결정 과정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 부총리는 위기 대응 속도 저하 우려에 대해서도 "필요할 시 경제관계장관회의나 금융협의체 등을 통해 소통 구조를 강화할 수 있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재정 기능이 분리되더라도 각 부처 간 협의와 공조가 매끄럽게 이뤄진다면 오히려 더 나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 부총리는 이번 개편이 기재부 권한 약화가 아니라 새로운 협력 방식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같이 있을 때는 예측 못 한 문제가 생기지만, 떨어져 있어야 서로의 소중함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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