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간연구원 설문 결과 사업자 80% "인허가 지연에 피해 입어"
6개월~1년 지연 40%
국토부, 신속 인허가 전담조직 설치 예정
법령상 근거 마련 목전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주거·산업 기반을 공급하는 개발사업의 공익성과 경제 파급효과에 비해 인허가 절차는 기준이 불명확하고 변경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의 개선 요구가 빗발치자 정부는 신속 인허가 전담 체계를 구축하고 사전조사와 판단, 협의 절차를 표준화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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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이종민 건축공간연구원(AURI) 연구위원이 22일 '신속 인허가 지원 제도화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2025.09.23 chulsoofriend@newspim.com |
◆ 복잡한 절차로 인허가 장기화… 사업기간·비용 부담 키워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종민 건축공간연구원(AURI) 연구위원은 '신속 인허가 지원 제도화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국민 생활환경을 조성·개선하고 국가 및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한 시설을 공급하는 등 공익성이 크고, 건설·중개·자재 생산·유통 전 과정을 아우르는 대규모 산업이다. 주거용 건설업의 생산·부가가치·고용 유발 계수는 타 제조업보다 높아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
그러나 AURI가 올해 사업자 324명을 대상으로 부동산개발사업 인허가 인식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80%(252명)가 '인허가 지연으로 피해를 받았지만 사업 지연을 우려해 행정청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다수는 '이의 제기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추후 불이익이 우려돼 문제를 드러내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인허가 지연 피해가 다소 있다'고 응답한 132명에게 사업 지연 기간을 묻자 '6개월~1년 미만'이 40%로 가장 많았았다. '언제 끝날지 몰라 판단 불가'라고 답변한 이들도 10%에 달했다. 총사업비 대비 증가된 금액 비율은 '10~15% 미만'(34%) '5~10% 미만'(27%) '15~20% 미만'(14%) 순이었다.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영향(복수응답)으로는 ▲'비용 증가로 내부 자금사정 악화' 48명 ▲'사업비 증가로 분양가 상승' 46명 ▲'브리지론 대주의 자금회수 압박' 21명 ▲'브리지론 연장 어려움으로 경공매 진행' 11명이었다. 토지매각 등 전면 개발포기를 선택한 응답자도 5명이었다.
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에 따르면 승인된 주택건설사업계획 2686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변경 차수는 5회, 최대 22회였다. 이 연구위원은 "1회 변경마다 2~3개월씩 지연된다고 가정하면 약 1년 가까이 사업이 늦어질 수 있어 사업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며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금이 증액되고 분양가 상승 등으로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인허가 지연의 원인으로 ▲법령 간 모순·불명확한 유권해석 ▲법정 기준을 넘어선 과도한 조정·인위적 기준 적용 ▲지자체 부서간 상충된 의견과 주민 사이 갈등 ▲각종 영향평가 지연 ▲애매한 이유로 보완 지시·조건 추가 ▲인허가 후 조건 변경 ▲담당 공무원의 고의·전문성 부족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사업자는 협상력이 떨어지고 행정소송까지 가는 사례도 늘어난다.
◆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 지자체·사업자간 이견 조정 효과 있을까
사업자들은 신속한 인허가를 위해 명확한 유권해석과 제3자 협의·조정 기능을 갖춘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개발사업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사업이 지연돼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분양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AURI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주요 업무는 ▲구체적인 유권해석 제공 ▲지자체와 사업자 간 이견 직접 조정 ▲그림자 규제 모니터링 및 제도 개선 활동 등을 통한 인허가 담당자 부담 절감 등이다.
총괄 운영을 맡는 인허가 지원센터와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신속 인허가 지원위원회, 사전조사·분석을 맡는 전문기관 등 3개 조직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사업자나 지자체가 안건을 제출하면 전문기관이 사실 확인과 법률·유사사례 검토를 거쳐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지원센터가 지원 여부를 판단해 결과를 통보한다. 필요 시 유권해석과 협의·조정을 위해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공식적으로 청취하는 절차가 포함된다.
국토부는 오는 11월 28일 시행되는 '부동산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인허가 지원 근거를 명시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지원센터 설치 및 전문기관 지정 ▲위원회 분과 운영 및 역할 규정 ▲적극행정 면책 조항 신설 ▲벌칙 규정 정비 등이다.
지원제도는 자발적 신청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 절차에 문제가 없는 사업자는 그대로 진행하면 되고, 지연 우려가 있을 때만 신청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다.
앞선 사업자 설문조사에서 참여자 324명 중 81.4%(263명)이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고, 88.6%(287명)가 제도가 만들어지면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이 연구위원은 "신속 인허가 지원 제도는 무제한 허가가 아니라 객관적 조사와 전문가 판단을 통해 합리적인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며 "국토부의 정책적 노하우와 전문기관의 객관성, 위원회의 집단지성 등을 결합해 인허가 지연을 줄이고 국민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