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한 방미통위 설치법 겨냥해 "다수 횡포, 다수 독재" 지적
"공영방송 노조, 민노총 산하에 종속… 심각한 모순" 주장
"7인 체제 전환, 방송 장악 의도" 반발도
[과천=뉴스핌] 양태훈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의 자동 면직으로 이어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에 대해 다음 달 1일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미통위 설치법은 저를 축출하기 위한 표적 입법"이라며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심의·의결되면 그 다음 날인 10월 1일 바로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수당 민주당이 점 하나 찍고 없애버려 어쩌면 마지막이 될 기자회견"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없애고 새 위원회를 만든 것은 명백히 '이진숙 축출법'"이라고 규정했다. 또 방통위 설치법과 새로 통과된 방미통위 설치법의 차이에 대해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구조로 되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며 "법적·정책적 필요성은 없고 정치적 의도만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법 통과로 인해 수백 명 직원의 명함, 간판, 내부 시스템 변경에 불필요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며 "정작 중요한 건 예산도, 정책도 아닌 나를 제거하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정치 공세도 언급했다. 그는 "사흘 동안의 청문회, 법인카드 내역 공개를 '빵 진숙' 프레임으로 몰아간 일, 취임 사흘째 탄핵 추진, 그리고 직무 복귀 이후에도 지속된 국회 출석과 인격 모독성 발언까지 모두 민주당의 조직적 공격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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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회가 의결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진=양태훈 기자] |
이어 "내게는 논문 표절도, 갑질도, 의혹이 될 만한 재산 증식도 없었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끝없이 부패 프레임을 씌워 여론을 호도했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 배후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언론노조가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회사 측 대응 책임자로 있었던 나를 언론노조는 평생 보복 대상으로 삼았다"며 "언론특보 내정 때도, 방통위원장 취임 때도 언론노조와 야당은 조직적으로 막아섰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영방송 노조가 민노총 산하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언론의 독립을 주장하면서 특정 정치 세력화를 표방한 조직에 종속되는 것은 배임이자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노총 간부 중 일부가 간첩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김정은에게 충성 맹세문을 보낸 사실이 공개됐음에도 그들이 언론을 지배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입법 과정을 '민주주의 파괴'로 규정했다. 그는 "방송 3법과 방통위 폐지 법안은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며 "이는 다수결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의 횡포, 다수 독재"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국회가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불법적 2인 체제가 만들어졌는데, 이를 이유로 나를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문자 전송 인증제 같은 민생 현안은 제때 시행되지 못하면서, 오직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민노총이 장악하도록 만드는 법안만 강행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새로 설치될 '방미통위'의 독립성도 우려했다. 그는 "위원장과 심의위원장까지 모두 정무직으로 규정하면서 청문회와 탄핵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이는 다수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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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회가 의결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진=양태훈 기자] |
또한 "상임위원 5명 체제도 과도한데 왜 7명으로 늘려야 하는지, 상임·비상임 구분의 근거는 무엇인지 설명이 없다"며 "결국 대통령 철학에 맞는 사람만 위원으로 앉히겠다는 뜻이라면 이는 방송 장악"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말미에서 그는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입법·행정·사법 삼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4부 언론만이 마지막 보루"라며 "언론이 죽으면 대한민국이 죽는다. 언론인들이 지금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17년 만에 문을 닫는 방통위가 왜 이렇게 급하게 해체돼야 하는지, 국민적 공감과 숙의가 생략된 절차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라며 "헌법 정신에 따라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는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방미통위 설치법'을 의결해 지난 2008년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를 해체하고, 상임 3명·비상임 4명 등 총 7인 체제의 새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부칙에 따라 정무직은 승계 대상에서 제외돼, 임기가 남아 있는 이진숙 위원장은 법 시행과 함께 자동 면직될 예정이다. 새 위원회는 과기정통부의 일부 기능(유료방송·뉴미디어 정책 등)을 흡수해 출범하며, 후속으로 공영방송 이사회 재구성 등 제도 정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dconnec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