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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효율과 불편함이 만드는 사회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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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회 이미지21 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추석 연휴, 아파트 앞집 이웃에게 받았다는 쪽지가 논란이 됐다.

"앞집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인기척이 있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나와주세요. 이 정도는 서로 지켜야 할 암묵적인 룰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응은 극명했다. 너무 이기적이라는 비난과 개인의 선호일 뿐이라는 옹호. 얼핏 보면 단순한 매너 논란 같지만 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관계 붕괴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보인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웃과 마주치는 몇 초를 불편하고 부담스러워하게 되었을까?

한병철이 말한 '피로사회'의 맥락에서 보면 과도한 노동과 경쟁에 지친 현대인은 타인과의 관계조차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일'로 여긴다. 관계의 비용화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적절한 말을 골라 대화하고 예상치 못한 반응에 대처해야 하는 이 모든 것에 '투자 대비 효율'을 따지는 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간이나 금전, 감정적 투입에 대해 얻는 것이 없으면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중국인 단체관광객들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5.10.09 ryuchan0925@newspim.com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웃과의 우연한 만남은 최악에 가깝다.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하며, 즉각적인 이익도 없다. 어색한 침묵을 견디고, 날씨 이야기 같은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원치 않는 수다나 부탁을 들을 수도 있다. 투자는 확실한데 수익은 불명확하다. 그래서 우리는 현관문 앞에서 귀를 기울이고, 복도에서 발소리를 듣고, 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 화면을 응시한다. 3초의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30초를 문 뒤에서 기다리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된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인 가구 비율은 34.5%, 10년 전보다 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웃과 정기적으로 왕래한다는 응답은 20%대로 떨어졌다.

반면 ChatGPT 출시 이후 AI 챗봇 이용자는 수백만 명을 넘어섰다. 타인과의 관계는 '소모해야 할 에너지'가 되었지만 AI는 별도의 시간, 금전, 감정적 투입이 없는 '제로 비용'의 관계다. AI는 말을 걸 때만 대답한다. 불편한 질문을 하지 않고, 사용자를 판단하지 않으며, 24시간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 존재한다. 완벽한 효율이다. 문제는 제로비용인 AI와의 상호작용이 많아질수록 실제 인간관계의 '비용'은 더욱 참기 힘든 것이 되어간다는 점이다.

제미나이 프로 홍보물 [사진=업체 제공]

하지만 이 계산법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인간 관계의 가치는 즉각적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눈 30초 대화가 언젠가 급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고 학부모 모임에서의 어색한 2시간이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겪을 때 연락할 수 있는 비상 연락망을 만들기도 한다. 친구와의 저녁 식사 한끼가 우울에서 나를 일으켜 세울 힘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비용'이라고 치부한 그 모든 것들이 실은 사회를 지탱하는 안전망인 셈이다. 요사이 인기척이 없다는 관심, 택배가 며칠째 쌓인 것을 눈치채는 사소한 관찰. 이 모든 '비효율적인' 접촉들이 때론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위험에서 벗어나게 돕는다.

관계를 비용으로 계산하기 시작하면서, 이 안전망이 성글어지고 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무인 택배 함으로 물건을 받고, 재택근무로 사무실 동료조차 만나지 않는다. 편리하고 효율적이지만, 누군가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관계의 비용화는 '불편함을 견디는 힘'도 약화시킨다.  상대방은 언제나 기대와 다르게 반응하고, 때로 실망시키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불편함을 견디고 조율하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기술이다. 협상하고, 양보하고, 때로는 참고, 또 때로는 솔직하게 부딪히는 법을 배워가며 인간은 성숙해진다.

AI와의 상호작용은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한다. 불편하면 대화를 끄면 되고, 마음에 안 들면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 완벽하게 맞춤 화된, 사용자를 절대 화나게 하지 않는 대화 상대. 사소한 마찰조차 없는 관계에 익숙해질수록, 실제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작은 불편함도 견디기 어려워진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 DB]

우리가 갈등 해결 능력을 잃어가는 원인이다. 온라인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차단하거나 공격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아예 만남 자체를 회피한다. 이웃과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생기면 대화로 풀기보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고, 직장 동료와 갈등이 생기면 조율하기보다 퇴사를 고민한다. 불편함을 견디는 근육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공감 능력의 저하도 심각하다.  공감은 책이나 영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람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체득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미세한 표정 변화, 목소리의 떨림, 몸짓의 긴장을 읽어내는 능력은 무수한 대면 경험을 통해서만 발달한다.

화면을 통해 보는 얼굴로는 충분하지 않다. 줌 미팅을 하고 억양이나 분위기가 전달되지 않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AI와 대화를 나누는 일상으로는 공감 훈련이 되지 않는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진다. 온라인 혐오 표현이 증가하고, 약자에 대한 무관심이 심화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영상 속 사람, 화면 너머의 사람은 실재하는 인간보다 캐릭터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도호쿠 대학의 이인자 교수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 연구는 '비효율'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규모 9.0의 지진과 쓰나미로 2만 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그 재난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서로의 얼굴을 알고, 평소 생활 패턴을 인지하던 지역 공동체가 강했던 마을일수록 생존율이 높았고 심리적 회복 역시 빨랐다. 반면 개인화된 아파트 단지에서는 며칠이 지나도록 실종자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모든 것에 AI가 개입되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실을 구조적으로 바꾸거나 거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상의 작은 습관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다.

복도에서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마주치면 시선을 피하지 말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거나 목례를 해보자. 굳이 길게 대화를 하지 않아도 한층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딱 3초의 여유면 충분하다.

일상에서 최대한 대면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여러가지 사안을 다루어야 하면 이메일 대신 통화를 하고 키오스크 대신 직원에게 주문을 하는 것도 대면 거부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낯선 이에게 사소한 친절을 보이는 습관을 만드는 것도 효과적이다. 짐을 든 사람에게 "도와드릴까요?" 라는 말을 건네거나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 잠시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눌러주는 몇 초가 일상을 한층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관계를 비용으로 보는 순간,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다.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나의 부재를 눈치채고, 위기의 순간 손을 내밀어줄 가능성 말이다. 단 몇 초의 불편함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불편함과 비효율이 안전을 만든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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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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