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참사 3주기...조사·재판은 진행 중
"2차 가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장기간 적극적인 심리 치료 필요"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오는 29일로 3주기가 된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피해 회복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고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실질적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기 위해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재판과 장기적 심리 치료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질적 피해 회복이 된다고 해도 결코 완전한 회복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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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구성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과 애도의 달'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0.01 yooksa@newspim.com |
◆ 더디기만 한 진상 규명…중요한 것은 책임 인정·국가적 차원 애도
대형 참사 발생 후에는 사고의 진상 규명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진다. 그러나 애타는 유가족들의 마음과 달리 절차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이태원참사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이는 참사 발생 550여일이 지난 후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역시 지연 끝에 지난 4월부터 조사관을 임명하고 업무에 착수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자 재판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최재원 전 용산보건소장이 1심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7월에는 서울경찰청 전 정보부장이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3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제 겨우 1심이 마무리된 것이다.
정부 차원의 책임 인정, 희생자 애도 과정과 함께 신속한 수사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자연재해가 아닌 참사의 경우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인정이 필요하고 애도가 공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가 공동체에서 정치적 해석을 뺄 순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는 수사, 재판, 새 조사기구 설치 등이 빨리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2차 가해에 피해자·유족 고통…'솜방망이 처벌' 지적도
2차 가해 역시 유족들에게 큰 상처다. 대형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가해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김미나 국민의힘 경남 창원시의원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SNS에 "나라 구하다 죽었냐" 등 글을 올려 소송을 당했다. 김 의원은 최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김 의원을 상대로 낸 4억57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억4330만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유가족들 역시 항소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모욕혐의 형사재판 1,2심에서는 징역형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실질적 처벌을 피했다.
유가족 협의회는 지난달 24일 2차 가해 게시글 71건을 수집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차 가해 전담수사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사고 발생 이후 시간이 흘러도 2차 가해는 현재진행형이다.
결국 강한 처벌이 2차 가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영식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자 명예훼손이나 유족 명예훼손은 처벌이 가능하고 사이버 명예훼손은 가중처벌된다"며 "지금 있는 법도 충분한데 제대로 적용하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2차 가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형사사법 기관에서 온라인 댓글의 심각성 인식을 잘 못하는 면이 있는데 디지털 사회에 걸맞는 인식과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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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구성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과 애도의 달'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0.01 yooksa@newspim.com |
◆ 장기적 심리 치료 필수…트라우마 간과하기 쉬워
심리적 회복 역시 중요하다. 사고 이후 유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트라우마는 크다. 하지만 상담 이후 실제 정신의료기관 등으로 연계되는 사례는 적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재난 발생 시 트라우마센터가 가동하는 '통합심리지원단'의 최근 4년간 심리상담 3만3000여건 중 실제 치료·관리로 이어진 사례는 951건으로 2.9%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는 전체 상담 7590건 중 88건(1.2%)이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심리상담 진행한 재난경험자 연계 건수만 파악했다.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트라우마 자체는 보통 1년 이내 아물지만 5년, 10년 가는 경우도 있다"며 "유가족뿐만 아니라 목격자, 부상자, 대응 인력들도 취약한 경우 트라우마가 오래가는 경우가 있는데 간과하기 쉽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치료 부족에 대해 임 교수는 "단기간 치료 후 괜찮아진 것 같고 생계가 있으니 시간을 내기 힘들어서 숨어버리기도 하고 형식적인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장기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2차 가해에 대한 심리적 고통도 포함한 장기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뿐만 아니라 경찰·소방 등 대응 인력에 대한 정신건강 측면 지원도 아직 미흡하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공무원의 정신 질환 불승인율이 24.4%라는 지적에 대해 "전담 조직을 만들어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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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아 묵념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gdy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