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시리즈·2021 1위 결정전에서 맹활약한 빅게임 피처
이번 시즌 WC 결정전·준플레이오프서 12.2이닝 1실점 완벽투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삼성의 시즌이 끝날지, 기적의 반전이 펼쳐질지는 원태인의 오른팔에 달렸다. 수차례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푸른 피의 에이스'가 이번엔 벼랑 끝에 선 삼성을 구해야 한다.
삼성은 21일 대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한화에 4-5로 아쉽게 패했다. 김영웅과 김태훈이 한화 선발 류현진을 상대로 나란히 홈런을 터뜨리며 반격했지만, 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5실점으로 무너졌고, 경기 중반 투입된 문동주를 끝내 공략하지 못한 것이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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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 [사진=삼성] |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몰리며 탈락 일보 직전에 놓였다. 이제 22일 열리는 4차전에서 패하면 시즌이 그대로 막을 내린다. 이 절체절명의 무대에 삼성의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선발로 나선다. 이번 포스트시즌 세 번째 출격이다.
반면 한화는 신인 정우주를 선발로 예고했다. 김경문 감독은 3차전에서 문동주를 4이닝 동안 불펜으로 투입하며 '플랜 B'를 가동했다. 따라서 4차전은 신인 정우주가 최대한 버티는 것이 관건이다. 만약 조기 강판되더라도, 한화는 휴식을 취한 불펜진을 총동원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 1차전 선발 출격했던 코디 폰세까지도 대기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의 기대는 오롯이 원태인에게 쏠린다. 그는 큰 경기마다 강한 멘탈로 빅게임 피처다운 면모를 보여왔다. 지난해 KIA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지만, 우천 서스펜디드로 인해 경기가 중단된 뒤 재개된 경기에서 불펜이 무너져 팀의 승리를 지켜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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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차전에서 텩투한 삼성 선발 원태인. [사진=삼성] |
그보다 앞선 2021년에는 정규시즌 최종전 격이던 kt와의 1위 결정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1실점(무자책)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타선이 무득점에 그치며 0-1로 패했고, 삼성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아쉽게 놓쳤다. 결과적으로 팀은 졌지만, 원태인의 투혼은 여전히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는 또 한 번 위기 때마다 팀을 구했다. 첫 등판은 지난 7일 열린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었다. 1차전에서 패하며 탈락 위기에 놓인 삼성은 원태인이 등판한 2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는 이날 106구를 던지며 시즌 최다 투구 수를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뒤 원태인은 "긴장도 크고 부담도 컸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라는 생각뿐이었다. 팬들이 만들어준 이 분위기를 지키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진심을 드러냈다.
그 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원태인의 활약은 빛났다. 지난 13일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회 비로 경기가 중단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6.2이닝 5안타 2볼넷 5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삼성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그 경기로 삼성은 시리즈 2승 1패를 만들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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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 [사진=삼성] |
삼성의 박진만 감독은 당시 "원태인은 진짜 팀을 살린 에이스였다. 투구 수가 많았지만 본인이 끝까지 던지겠다고 했다. 희생정신이 대단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강민호가 '원태인은 비를 몰고 다닌다'라고 하더라. 비로 중단되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훨씬 성숙해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박 감독은 3차전 선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깊었다. 후라도와 원태인을 두고 고심했지만, 앞선 두 경기에서 100구 이상을 던진 원태인에게 하루라도 더 휴식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후라도가 5실점으로 흔들리며 결과적으로 그 결정이 뼈아프게 돌아왔다.
이제 모든 시선은 다시 원태인에게 향한다. 포스트시즌에서 세 번 연속 '팀의 운명'을 짊어진 그는 이번에도 마운드에 오른다. 여느 때처럼 침착한 리듬 속에서 위기마다 강한 투구를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