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방송·문화교류가 재개되고, 중국의 한한령 해제를 앞당길 수 있는 긍정적 신호가 잇따라 관측되고 있다. K팝 공연 재개를 두고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직접 소통하는 장면 이후 기대감은 최고조다.
지난 10월 말 APEC 정상회의 이후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이 양국 협력과 교류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한한령 해제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11월 1일 진행된 양국 정상회담 이후 국빈만찬 자리에서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이 시 주석과 잠시 환담을 나눈 후 이같은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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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박진영과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주석. [사진=박진영 SNS 캡처] 2025.11.03 moonddo00@newspim.com |
이날 박진영 위원장과 이 대통령, 시 주석이 동석한 자리에서 중국 내 K팝 공연 재개에 대한 이야기가 온 것과 관련해 현장 목격담이 회자됐다. 시 주석이 박 위원장의 요청에 호응해 현장에서 왕이 외교부장을 직접 불러 지시하는 장면이 나왔다는 점이 기대감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2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의 대화는 공식 외교행사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건넨 원론적 수준의 덕담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성급하다는 판단"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우호협력의 분위기가 한층 높아진 만큼 향후 보다 활발한 문화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후 박진영 위원장은 시 주석과 만남 이후 "시진핑 주석님 만나 뵙고 말씀 나눌 수 있어 정말 기뻤습니다, 경청해 주시고 좋은 말씀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대중문화를 통해 양국의 국민들이 더욱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길 기원합니다"라는 글과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번 APEC과 한중 정상회담 이후 이전보다 진전된 논의로 흐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양 정상의 비공개 회담 중 한한령 해제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에 대한 교류·협력을 많이 하자. 콘텐츠 (협력에) 노력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향후 실무적 소통을 통해 조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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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2025.10.31 photo@newspim.com |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APEC 환영만찬에서 배우 차은우, 가수 지드래곤 등 한류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바로 옆 자리에서 편안히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환영만찬에 이어 APEC 차기 의장직 인계식 자리에서도 나온 시 주석의 '나비' 관련 언급이 한한령 해제 시그널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만찬에서 문화 공연 막바지 날린 로봇 나비를 언급하며 "내년 (2026 APEC이 열리는) 선전에서도 나비를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시 주석은 "나비가 노래도 하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다음날 32차 APEC 정상회의 차기 의장직 인계식에서도 이 발언을 언급하며 "어제 저녁 이곳에 나비가 날아 다녔다. 이 대통령이 '내년에 나비를 이렇게 아름답게 날리실 것인가요' 질문해 주셨다"면서 "저는 '여기 있는 아름다운 나비가 선전까지 날아올라서 노래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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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 국빈 만찬에서 건배제의를 하고 있다. [사진=APEC 2025 KOREA & 연합뉴스] 2025.11.01 photo@newspim.com |
이와 관련해 중국 내 한한령(한류 금지령)이 비공식적 조치인 만큼 시 주석의 말 한 마디, 작은 언급에도 이목이 쏠렸다. 공식적으로 중국 측에서는 "한한령은 없다"면서 한류 제한 조치를 직접 언급하거나 명문화한 적이 없음을 강조해왔다. 해제나 완화 조치도 시 주석의 발언에 담긴 은유적 표현이나, 내부적인 움직임으로 하달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중 양국 언론사의 MOU(포괄적 업무협약)으로 방송, 콘텐츠 교류도 실질화될 전망이다. 공영방송 KBS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중앙방송총국(CMG)과 미디어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대표 미디어 기관 간의 협약이 한한령 해제의 실질적 돌파구가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KBS와 CMG는 MOU를 통해 뉴스와 스포츠를 포함한 다양한 형식의 미디어 콘텐츠 협력을 모색하며 방송 분야의 기술과 장비, 새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2026 선전 APEC을 비롯해 국제무대에서 CMG와 협력하며, 2016년 이후 중단됐던 '한중가요제' 재개, KBS 교향악단의 베이징 공연, '뮤직뱅크 월드투어'의 중국 진출 등 양국 간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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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CMG와 MOU를 체결한 KBS. [사진=KBS] |
박장범 KBS 사장은 "이번 MOU는 단순한 미디어 기관 간 협력을 넘어, K팝을 포함한 한류의 중국 재진출을 앞당기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과 문화계 인사의 직접 대화, 방송·문화 실무협약 확대가 아직 공식적인 '한한령 해제' 선언은 아니지만, 긍정적 전망을 낳는다는 점엔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유지 중이다. 앞서 해제의 신호탄이 될 만한 공연이 수 차례 취소된 바 있는 점도 이같은 반응에 한 몫한다.
결국은 모두가 중국 내 K팝 공연이 실제로 성사되는 첫 사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박진영 위원장과 이 대통령, 시 주석이 공감하는 바를 반영해, 양국 문화교류 확대 기조가 얼마나 빠르게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되느냐가 변수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