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험악해지고 있다.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이자 '안보 도발'로 규정하면서 전방위적 반일 압박에 나섰다. 일본은 아직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진 않지만 내부 결속을 다지며 조용한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中 '외교·경제·군사·여론' 전방위 압박 가동
중국의 대응은 외교적 항의 수준을 넘어 사실상 전방위적 공세 단계에 돌입했다. 외교, 경제, 군사, 여론 등을 모두 가동하는 다층 압박 전략을 동시다발적으로 구사하는 양상이다.
외교적으로는 일본과의 고위급 교류 축소를 시사하고,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유학 자제를 권고했다. 이는 일본 내 소비·교육 부문을 직접 겨냥하는 동시에, 중국 내부 여론을 '애국·반일' 정서로 결집시키려는 목적이 엿보인다.
경제 분야에서도 '무역 압박 카드'가 가시화되고 있다. 희토류, 배터리 소재, 반도체 부품 등 전략물자의 수출 제한과 일본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확대가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는 2010년 센카쿠 열도 사태 당시 발동됐던 '희토류 제재'의 재연으로 평가된다. 일본 산업계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강경한 중국' 이미지를 확립하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해경국은 16일 해경 1307함정 편대가 센카쿠 열도를 순찰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중국 항공모함 푸젠함이 센카쿠 인근 해역에 진입할 경우, 이는 단순 경계 활동이 아닌 실질적 무력시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나 대규모 해상 훈련 등으로 무역 시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CCTV 계열의 SNS '위위안탄톈'은 "중국 정부는 반드시 정면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실질적 반격 준비가 이미 끝났다"는 논평을 내놨다. 이런 표현은 단순한 선전이 아니라, 외교·군사·여론 공세를 결합한 심리전 전개의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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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스핌 DB] |
◆ 日, 내부 결속 다지며 조용한 반격 준비
중국이 공세적 태세를 강화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대응 강도를 높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대중 공세를 위한 결속을 다지면서 조용한 반격 태세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중국을 자극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70%를 기록했고, 집단 자위권 행사에 찬성한다는 여론도 50%에 근접했다. 중국의 반발이 오히려 일본 사회의 안보 인식을 자극하며 '강한 일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반격 시나리오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 방위력 강화 가속화다. 일본은 2023년 개정된 국가안보전략(NSS)을 기반으로 '반격 능력(공격적 장거리 타격 능력)' 보유를 공식화했고, 방위비 확충과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도 앞당기고 있다.
또한 미국·영국·호주의 새로운 안보 협력체 오커스(AUKUS)와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쿼드(Quad) 등 미국 중심의 다자안보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 견제와 억제력을 동시 달성하려는 복합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경제 동맹망 강화다. 경제적으로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등 핵심 분야에서 미국·유럽·대만과의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공급망 협정도 추진 중이다. 이는 '중국발 경제 보복'에 대한 내성 강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다.
셋째, 국제 여론전 강화다.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다자 외교 무대에서 '규범에 기반한 질서 수호국'으로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은 단순한 외교 비전이 아니라, 국제사회 내에서 일본의 입지를 넓히는 실질적 외교 도구로 발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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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중일 정면 충돌 시 동북아 新냉전 구도
현재 중일 갈등은 단순한 외교적 마찰로만 보기 어렵다. 중국은 내부 정치 불안 요인을 억제하기 위해 대외 강경책을 강화하고, 일본은 중국의 확장 전략을 억제하기 위해 자주 방위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이 구조는 매우 상호 자극적이며, 각각의 정책이 상대의 강경 노선을 정당화하는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중국의 경고와 압박은 일본의 안보 불안을 자극해 방위력 강화와 헌법 개정 논의의 명분을 제공하고, 일본의 군사 재편은 다시 중국의 '외부 위협론'을 강화한다.
이러한 대립 구도는 동북아 전체의 역학에도 직접적인 파급을 미친다. 중국의 '전면 압박'이 장기전 형태로 고착되고, 일본의 '조용한 반격'이 군사·경제·외교 전선에서 체계적으로 힘을 갖추는 시점에 정면충돌이 현실화한다면, 동북아는 새로운 형태의 냉전 질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구도는 과거 미·소 대립과 달리, '미중 경쟁 축'과 '중일 대립 축'이 교차하는 복잡한 다극 냉전 구조로 확장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일본을 동맹의 핵심 축으로 삼고, 중국이 러시아 및 북한과의 연대를 강화할 경우, 동북아는 사실상 '2+2 블록' 형태의 대립 구도에 들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역시 그 중간 지점에 놓이게 되어, 한국의 외교적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다. 즉, 중일 충돌은 단순한 양국 간 갈등이 아니라, 미중 세력 경쟁의 가속화와 한반도 안보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정학적 연쇄 반응을 초래한다.
결국 중일 간의 긴장이 정면충돌로 비화한다면, 이는 동북아 전체의 안보 균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각국이 '블록 안정화'에 몰입하는 신냉전형 분할 질서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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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