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경기 양주시 대모산성에서 약 1500년 전인 삼국시대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글씨를 쓴 나뭇조각)이 발견됐다.
경기 양주시와 재단법인 기호문화유산연구원은 올해 5월부터 양주 대모산성에서 진행한 제15차 발굴 조사에서 목간 3점을 새롭게 찾아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23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태봉국 목간'에 이어 또 한 번 학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번 목간은 성 내부 상단부 집수시설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진 하단부 추정 집수시설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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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 [사진=양주시] 2025.11.20 alice09@newspim.com |
그중 특히 주목받는 것은 '기묘년'이라는 기년이 새겨진 목간이다. 함께 출토된 백제 토기와의 조합으로 볼 때 439년, 백제가 양주 일대를 점유하던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목간학회 측은 "함께 출토된 토기 연대, 475년 백제의 웅진(지금의 충남 공주) 천도 등을 고려하면 '기묘년'은 439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간 학계에서는 서울 몽촌토성에서 발견된 목간을 두고 논의가 이어져 왔다. 고구려 토기와 함께 발견된 목간은 출토 당시 정황과 자연과학 분석, 역사적 사실을 종합하면 늦어도 551년 이전에 제작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한성백제박물관 측은 2022년 조사 성과를 공개하면서 "목간이 551년 이전에 만들어졌다면 삼국시대를 통틀어 국내 최고 목간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 자문과 적외선 촬영에도 불구하고 글자를 정확히 판독하지는 못했으며, 이번에 발견된 '기묘년'이 439년으로 특정된다면 몽촌토성 출토 목간보다 100년 정도 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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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기묘년' 글자가 적힌 목간 출토 당시 모습. [사진=양주시, 기호문화유산연구원] 2025.11.20 alice09@newspim.com |
나머지 목간 2점 역시 연구 가치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뒷면을 합쳐 20자 이상 적혀 있는 목간의 경우, 주검이나 시체를 뜻하는 '시' 자 아래에 여러 글자가 있으며 '천', '금' 자도 보인다.
목간이 발견된 주변에서는 점 뼈, 즉 점을 치는 데 쓰던 복골도 여럿 나왔다.
양주시는 전문가 자문 결과를 토대로 "중국이나 일본의 부적과 유사한 양상"이라며 "주술 성격을 지닌 목간으로 산성 안에서 제의적 행위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일종의 '부적' 목간과 복골이 함께 발견된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문가들은 특히 '금물노' 글자가 확인된 목간에 주목하고 있다. 역사서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흑양군은 본래 고구려 금물노군이었는데, 경덕왕(재위 742∼765)이 이름을 고쳤다'는 기록이 전한다.
금물노 또는 흑양군은 현재 충북 진천 일대로 여겨진다. 목간학회 관계자는 "고구려계로 알려진 지명이 백제 토기와 함께 발견된 목간에 등장한 것"이라며 "그간의 학계 통설을 뒤집을 수도 있는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주 대모산성은 최근 발굴 조사에서 목간이 잇달아 출토되고 있다. 지난 2023년 발굴 조사에서는 궁예가 세운 나라 '태봉'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이 발견됐다. 국내에서 태봉국과 관련한 목간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올해는 기존 조사 구역과 떨어진 성 내부 하단부를 집중적으로 살폈으며, 내년에도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양주시와 연구원은 28일 오후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그간의 조사 성과와 목간을 공개할 예정이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