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법원·검찰

속보

더보기

[법정 선 보이스피싱] ③착취편 "징역살기 싫어요"...지적장애인, 왜 판사 앞에 서게 됐나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조직원 회유·협박에 계좌 건넨 지적장애인…징역형 선고
법원 "범죄 돕는 것 인식…범행의 미필적 고의 인정"
재판 과정서 진술조력 못 받아…"변호인과 소통조차 힘들어"

[서울=뉴스핌] 김지나 홍석희 기자 = 2022년 가을,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지적장애인 A씨는 인터넷 창에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검색했다.

A씨는 2017년 검사에서 사회연령 7세 수준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조현병까지 겹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는 항상 멀리 있는 꿈과 같았다.

그저 생활비를 보탤 방법을 찾고자 검색한 '고수익 아르바이트'. 그러나 그 선택이 어떤 위험으로 이어질지 당시 A씨는 전혀 알지 못했다.

[법정 선 보이스피싱] 글싣는 순서

1. 조직편 '9시 출근 9시 퇴근'…직원 한 명 잡혀도 멈추지 않는 '범죄공장'
2. 곽금주 "취업 절박함에 캄보디아行…조직적 범죄생활에 점차 순응"
3. 착취편 "징역살기 싫어요"…지적장애인, 왜 판사 앞에 서게 됐나
4. 노동편 '마동석팀' 그녀는 왜 '초선'이 됐나…일자리 잃은 청년들의 선택
5. "개별 검거해도 '일망타진' 어려워"…변호사 3人의 현장 분석은
6. 기술편 '친밀한 속삭임' 끝 입금계좌...신뢰까지 해킹한다
7. "일반인 목소리도 3초면 복제…해결책은 국가간 공조"
8. 완결 죗값편 '감금' 알고도 지인 범죄조직에 넘긴 자의 최후

◆ "계좌만 넘기면 됩니다"…'나체 사진'으로 협박

며칠 뒤 텔레그램 알림이 울렸다. 보이스피싱 조직원 중 '누군가'가 말했다.

"우선 계좌를 넘기세요. 그 계좌로 들어오는 돈을 인출해서 지정한 사람에게 전달하면 됩니다."

A씨는 불안했다. 2015년에도 계좌를 범죄조직에 양도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2019년엔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입금한 돈을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처럼 속여 피해구제를 신청했다가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었다.

"근데 안 돼요 ㅜㅜ 징역살기 싫어요."

A씨는 텔레그램으로 이렇게 답했다. 이 짧은 문장은 훗날 법정에서 A씨가 자신의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중요한 근거로 제시됐다. 그는 망설였지만, 조직원의 압박은 계속됐다.

조직원의 무기는 A씨의 나체 사진이었다. 조직원은 문신을 확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A씨에게 속옷까지 모두 벗은 사진을 요구했고, 이를 의심 없이 받아들인 A씨는 그대로 사진을 전송했다. 이 사진은 이후 A씨를 압박하는 강력한 협박 수단이 됐다.

"계좌 안 보내면 사진 가족들한테 보냅니다."

"사진 인터넷에 쫙 풀어버린다."

"미성년자 강간범으로 확 구속시켜버릴까!"

A씨는 결국 무너졌다.

사회적 연령 7.08세, 23.6점의 사회지수. 자기관리행동·사회화행동 수준은 3~4세 수준.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가능할지 모르나 사회활동이나 직업 활동을 위해 보호자의 지도·감독이 필요한 상태로 사료됨."

2017년 2월, 한 병원에서 작성된 A씨에 대한 의사 소견.

하지만 이 소견은 A씨의 법적 책임을 덮어주지 못했다.

"피고인은 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 양도 행위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를 돕는 것임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였으므로 범행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

부산지법은 이 같은 이유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장애인이나 청년, 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범죄조직에 가담하게 되는 건 단순히 '장애가 있어서',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지지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제안을 걸러주거나 막아줄 보호막이 없는 상태로 종종 나타나죠." 주로 사회적 약자를 변론해온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들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고 해서 범죄 행위의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지만, 향후 발생할 조직적 착취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담자의 역할과 고의성을 엄정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덧붙였다.

◆ 진술조력 못 받는 '피고인' 장애인들…"상세한 변호 어려워"

문제는 현실에서 장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 명확히 설명하거나 방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조사 단계에서는 참고인,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 법정에서는 피고인으로 오가는 과정에서 이들은 늘 애매하고 취약한 위치에 놓인다.

그 단면은 2024년 11월 울산지방법원에서 선고된 로맨스 스캠 사건 판결문에서도 드러난다. 판결문에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지적장애 의심자 B씨가 어떤 경로로 범행에 동원됐는지 자세히 나와있다.

[이미지=홍석희 기자, ChatGPT 활용]

사건 피고인은 캄보디아에 일할 사람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소개비를 벌기 위해 B씨를 출국시켰다. 그는 B씨가 로맨스 스캠 범행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결국 B씨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겼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B씨의 증언과 태도를 보면 누구라도 그의 지적장애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으나, 피고인은 무책임하게 B씨를 팔아넘겼다."

법정에서 재판부는 말했다.

캄보디아로 넘어간 B씨는 두 달 동안 하루 10시간 이상 콜센터 사무실에서 보이스피싱 범행에 동원됐다. 그의 아버지가 구조해내지 않았다면 B씨가 두 달 만에 귀국할 수 있었을지, 혹은 2년이 됐을지, 아니면 그 사이 사라졌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같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했어도 B씨 처럼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면 다행이지만, A씨 처럼 피고인이 돼 버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장애인이 보이스피싱에 자의든 타의든 연루돼 '피고인'이 되는 순간, 정작 그들이 법정에서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진술조력인 제도조차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현행법으론 장애를 가진 피해자, 참고인, 목격자만 진술조력인을 쓸 수 있고, 피고인은 진술조력인을 쓰지 못하는데 이것은 헌법윤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는 법리적 측면에서 형량을 낮추는데 관심이 많은데, 거기에 집중되면 억울하게 범행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장애를 가진 피고인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게 되죠." 문진영 나란히 장애인인식개선사업 전문강사(진술조력인)의 말이다.

"변호사분들이 도움을 드리려고 하겠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될 겁니다. 결국 정확한 정보 전달이 어려워지죠. 전체적인 맥락과 세부적인 상황이 이해가 된 상태에서 변호하기 어려운 상태인 거죠. 이 때 번역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이게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 분들의 인사가 충분히 전달되고 상황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abc123@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법원, 홍콩ELS 불완전판매 인정 안 해 [서울=뉴스핌] 정광연·박민경 기자 = 2조원 규모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2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앞두고, 민사소송에서는 은행 등 판매사가 잇따라 승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체 투자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재투자자'에 대해서도 은행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금융당국과 달리, 법원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투자자 책임을 명확히 했다. 향후 과징금 부과를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뉴스핌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지난 16일 홍콩ELS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투자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해당 소송은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으로, 개인 소송으로는 청구 금액이 크고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6.01.28 peterbreak22@newspim.com 원고 측은 ▲ 은행이 해당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 ▲은행이 자율배상을 진행한 것은 법적 과실(불완전판매)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위험투자(원금손실)를 원치 않은 고객에서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은행측의 손실 배상을 요구했다. 법원은 해당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투자자의 과거 투자 이력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는 이 사건 상품 가입 이전까지 12차례 ELS 상품에 가입했고, 주가연계펀드(ELF)에도 2차례 투자한 경험이 있다"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지 못했고 은행이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홍콩ELS 가입자 대부분이 재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홍콩ELS에 투자한 전체 고객 중 최초 투자자는 8.6%에 불과하며, 나머지 90.8%는 과거 ELS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ELS 상품의 구조상 과거 투자 경험이 있다면 원금 손실 가능성을 몰랐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주가 연계 구조를 이해하고 수익과 손실을 경험한 뒤 재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6.01.28 peterbreak22@newspim.com 반면 금융감독원은 과거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도 원금 손실의 30~65%를 자율배상하도록 하고, 투자 경험이 많을수록 2~10%포인트를 차감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은행권이 자율배상안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배경이다. 법원의 판단은 이번 판결에 그치지 않고 유사한 ELS 관련 분쟁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는 지난해 9월 금융사와 투자자 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투자자가 여러 차례 ELS 상품에 가입했고, 스스로 하락 한계가격(낙인 배리어) 등을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금융사가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투자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11월 ELS 특정금전신탁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원고가 2016년 이후 동일·유사한 구조와 위험 등급의 ELS 상품에 19차례 가입한 이력이 있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2차 제재심을 앞두고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은행권은 2조원에 달하는 과징금 규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상 과징금은 최대 75%까지 감면이 가능하며, 은행들은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기대만큼 감면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법원 판결이 제재심은 물론,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 간 법적 공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제재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법원 판결 역시 최종심은 아니기 때문에 참고 자료로 보고 있다. 과징금 감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pmk1459@newspim.com 2026-01-28 11:18
사진
트럼프, 한국산 車 상호관세 다시 25%로 [인천=뉴스핌] 류기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입법 절차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다. 2026.01.27 ryuchan0925@newspim.com   2026-01-27 13:19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