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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라이프 오브 파이'서 보는 삶의 희망,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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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내 초연하는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가 소설과 영화로 접했던 명작의 감동을 극대화한다. 무한대의 상상력으로 무장한 무대는 깊은 좌절과 절망 속 희망과 의지, 믿음을 이야기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원작 소설, 동명의 영화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완성도 높은 서사가 배우와 퍼펫티어의 연기, 감각적인 무대 예술로 구현된다. 파이 역에 박정민, 박강현이 합류하면서 공연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 [사진=에스엔코]

'라이프 오브 파이'는 굶주린 거대한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바다 위를 표류하게 된 소년 파이의 이야기를 담는다. 물도, 음식도 없이 망망대해를 떠돌며 수 차례의 위기를 맞이하는 파이는 리차드 파커 덕분에 생존의 위협을 느끼다가도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깊은 위로와 의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다채로운 과정을 거쳐간다.

인도에서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조난당한 대형 화물선박, 호랑이와 표류하게 된 소년이란 설정은 극 초반부터 관객들을 호기심 그 자체로 이끈다. 인도의 정치사회적 불안을 견디다 못해 캐나다로 이주한 파이 가족의 비극과 더불어, 힌두교와 불교, 기독교를 오가는 믿음과 의심, 탐구는 원작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주제와 맞닿아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하이라이트는 파이가 리차드 파커와 마주하고, 대치하고 또 의지하는 모든 순간이다. 자신을 언제든 송두리째 집어삼킬 수 있는 맹수와 작은 보트 안에서 동침한다는 생경한 공포가 객석에 실시간으로 와닿는 동시에, 그래도 200일이 넘는 표류 기간 동안 의지할 상대가 있다는 안도감에 관객들은 자연스레 젖어든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 [사진=에스엔코]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후 다양한 국가를 찾아갔지만, 외국어인 한국어 버전으로 공연하는 건 한국 공연이 최초다. 영국 초연 당시부터 뜨겁게 주목받았던 퍼펫(인형극에 쓰는 인형이나 꼭두각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퍼펫 안에서 연기하는 퍼펫티어들은 두 사람, 세 사람이 한 몸이 된 듯 동물 한 개체로 무대 위에서 살아 숨쉰다. 이들은 파이와 함께 객석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의지하게도, 또 전율하게도 한다.

어릴 적 읽은 소설 '파이 이야기'와 영화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결말이 생경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원작을 모르거나, 잊었던 이들에겐 적지 않은 충격적 결말이 다가온다. 다리 부상을 당한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 오렌지쥬스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리차드 파커가 누구였는 지 짐작한 순간 비극은 전혀 다른 양상이 된다. 또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깊은 깨달음으로 돌아온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 [사진=에스엔코]

200일이 넘는 기간, 물도 음식도 없이 바다에서 살아남은 파이의 기적같은 이야기를 가능케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곱씹게 된다. 극중 파이의 '신도, 삶도 믿지 않는다면 무엇을 믿느냐'는 대사가 마치 천둥처럼 뒷통수를 강타하는 순간이 여러 차례 찾아온다. 일상처럼 찾아오는 비극과 좌절 속에 사람은 결국 무엇으로 사는 지, 객석의 모두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라는 명칭처럼 연극도, 뮤지컬도 아닌 새로운 방식의 공연에 깊이 몰입하고 공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주한다. 창의성이 넘치는 퍼펫티어 연출과 무대, 물과 바람, 파도와 공기를 하나 하나 사람이 표현하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에서 오히려 삶과 예술, 인간 가치관의 깊은 본질을 만나는 기분이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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