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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국힘 이혜훈 파격 발탁...통합 화두로 지지율 하락 막고 선거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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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로 합리적 보수...정책 인식 차이
최근 李·與 지지율 하락...김병기 의혹 돌파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현 국민의힘)을 발탁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송미령 농림해양수산식품부 장관 유임과는 차원이 다른 야권 인사 기용이라는 점에서다. 그것도 다른 자리가 아닌 정권의 핵심인 나라 곳간이다. 

특히 여권 입장에서는 실용·통합 인사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사쿠라 인사'로 여겨지는 정치 풍토에서는 더더욱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계열에서 3선 의원을 지냈고, 지난 22대 총선에서는 서울 중구성동구갑 지역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지난 대선 때는 김문수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지냈다.

더욱이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였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국정 원칙 파기"라는 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이런 야당 인사를 파격 발탁한 데에는 당연히 정치적 함의가 숨어 있다. 통합·화합의 메시지를 앞세워 '김병기 비위 의혹' 등 여러 악재로 우려되는 지지율 하락을 막고 장기적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연말연시를 맞아 공무 중 순직한 경찰과 소방, 해경, 군무원, 공무원의 유가족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위로 오찬을 하면서 숭고한 헌신에 경의를 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야당의 반발을 당연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 인사 임명을 밀어붙인 것은 압도적 의석으로 야당의 반발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과반 의석을 가진 여권 입장에서 국회 인사 청문회는 사실상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대통령실은 "통합과 실용이라는 인사 원칙이 이번에도 지켜졌다"고 했다. 실력 있는 인사라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기용한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야당에서도 합리적인 인사로 꼽히는 분"이라며 "전문성은 어느 누가 흠 잡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부산 출신인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미국 UCLA에서 계량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다. 미국 랜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경제 전문가는 맞지만 반탄 활동을 해 합리적 보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성장과 복지 모두 달성하고 지속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는 저 이혜훈의 입장과 똑같다"고 했지만 이 후보자의 경제 인식이 이 대통령의 기조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자는 시장 효율성과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 주류 경제학자다. 이 대통령의 대표 상품인 기본소득과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에 대해 과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주진우 의원은 "보수의 변절은 유죄"라고 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이 전 의원의 몰염치한 정치 행보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탈당계조차 내지 않고 이재명 정부에 합류한 건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명백한 배신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의원을 제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혜훈 전 의원. 2020.12.16 leehs@newspim.com

이 대통령이 야당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두 가지 정치적 함의를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다. 여권으로 불똥이 튄 통일교 로비 의혹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여러 비위 의혹 등으로 지지율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최근 동반 하락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두 개 여론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연말 국정 지지율이 3%포인트(p)대 하락을 기록했다. 민주당의 지지율도 각각 3%p, 5%p 동반 하락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24일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로 진행해 25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는 직전 조사인 2주 전보다 3%p 내린 59%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3%p 상승한 32%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응답(ARS)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51.9%였다. 2주 전 조사에 비해 3.8%p 하락한 수치다.

정당 지지율은 NBS에서 민주당은 41%, 국민의힘은 20%였다. 민주당은 3%p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변동이 없었다. 이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5.2%였다.  

KSOI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9.5%로 올해 처음 30%대로 밀렸다. 전 조사에 비해서 5.4%p 하락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1.1%에서 34.1%로 소폭 상승했다. 이 조사는 ARS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 오차는 신뢰 수준 95%에서 ±3.1%p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의 여러 비위 의혹이 계속 확산하면서 여권은 비상이 걸렸다. 지지율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를 덮을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야당 인사 발탁이라는 실용·통합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 카드는 멀리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능력 있는 인사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기용한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부각하고 국민 통합이라는 화두를 선점해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진영이 대결 정치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통합의 화두는 중도층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사례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부각하기 위해 초대 비서실장에 TK(대구·경북) 출신의 보수 핵심인 김중권 전 의원을 발탁했고, 국정원장에 역시 보수가 뿌리인 이종찬 전 의원을 기용했다. 이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인사를 참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인사가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파격 인사와 함께 김병기 비위 의혹, 통일교 불똥 등이 여론 흐름을 결정할 변수다. 당장 이번 인사가 기대한 만큼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악재를 덮을지, 아니면 악재를 완화하는 데 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leej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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