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의원, "DJ가 국회의원 제안... 정중하게 거절"
후배 배우 정보석... "배우의 길라잡이였던 큰 스승"
스크린쿼터 사수 등 사회 문제에도 깊은 관심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국민 배우' 안성기가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5일, SNS에는 하루 종일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꼬리를 물었다. 1957년 아역으로 데뷔한 이래 69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 곁을 지켰던 고인의 비보에 정치권, 영화계, 그리고 시민들 모두가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선생님께 연기는 곧 삶이었고, 그 삶은 수많은 이들의 위로와 기쁨, 성찰의 시간이 되어 주었다"며 고인의 뜨거운 열정을 기렸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안성기가 바로 한국 영화사였다"며 고인이 연기했던 빈민촌 서민부터 대통령까지의 수많은 캐릭터를 언급했다. 조 대표는 영화 '라디오스타'의 대사를 인용해 "안성기라는 별은 어느 별보다 가장 따뜻한 빛을 대한민국에 비추었다"며 K-컬처가 세계 중심에 서기까지 고인이 끼친 공헌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고인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 사이의 특별한 일화도 재조명되고 있다. DJ는 평소 고인의 연기뿐 아니라 그의 삶을 높게 평가해 정계 입문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SNS를 통해 DJ의 뜻을 전하기 위해 고인은 여의도 맨하탄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의원 공천, 영입 제안에 대해 고인은 "DJ를 존경하고 따르지만, 나는 영화배우로 국민께 봉사하겠다"며 정중히 거절했다는 것이다. 보고를 받은 DJ는 "내 생각이 짧았다. 안성기 씨는 배우로 국민께 봉사하는 것이 옳다"며 고인의 뜻을 존중했다. 이는 고인이 평생 지켜 온 '배우로서의 외길'과 청렴한 소신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한편, 후배 배우 정보석은 SNS에 고인과 나누었던 가슴 뭉클한 대화를 공유했다. 불안한 미래를 고민하던 초년병 시절의 정보석에게 고인은 "나도 아직 불안해, 하지만 그 불안은 배우라면 누구나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 아닐까?"라며 다독였다고 한다. 정보석은 고인을 "내 마음속 또 한 분의 큰 스승"이라 부르며, 너무 이른 이별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고인은 단순히 연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2009년 한국 영화와 문화 다양성 보호를 위한 '스크린쿼터 기금 마련전'에 앞장섰고, 2011년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을 통해 사법부를 향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영화적 성취를 넘어 예술가의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었다.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영화 '라디오 스타' 속 그의 대사처럼, 그는 스스로 빛나기보다 주변을 비추고 한국 영화 전체를 빛나게 하는 거울 같은 존재였다. 비록 큰 별은 졌지만, 그가 69년간 뿜어냈던 온화하고 강인한 빛은 한국 영화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