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긴 개혁이 부른 후폭풍, 논란 키워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을 둘러싸고 범여권의 반발은 물론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일부의 사퇴까지 이어지며 예상보다 큰 후폭풍이 일고 있다. 10월 2일 검찰청 폐지 시점을 못 박고 개혁을 서둘러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진행된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무총리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 전체 16명 자문위원 가운데 6명(김성진·김필성·서보학·장범식·한동수·황문규)이 중수청법 및 공소청 법안에 반발하며 자문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퇴한 자문위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국민의 여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개혁의 대상이어야 할 법무부 파견 검사들과 검사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도하면서, 해체돼야 할 검찰 권력을 오히려 되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핵심은 법안 마련 과정에서 자문위원회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검찰개혁안의 중요한 지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의견을 제시하며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추진단에서 법안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어 기다리던 중, 지난주 금요일 갑작스럽게 입법예고를 하겠다며 법안설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문한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자문위원회는 처음부터 존재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중수청·공소청 법안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은 중수청에 검사 역할을 하는 '수사사법관'을 별도로 두는 방안이다. 해당 안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 기능은 중수청이, 기소와 공소 유지는 공소청이 담당하며, 중수청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을 두도록 했다.
이에 대해 검찰개혁추진단은 "'제2의 검찰청'이나 '법조 카르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뿐 아니라 경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도 열려 있는 체계로 설계해 수사 역량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을 이원화하는 구조 자체가 현행 검사 제도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안 발표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개혁 및 보완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당 차원에서 충분한 논의를 진행하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이 법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셈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당정 간 갈등 상황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한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정부 법안 역시 많은 숙의 끝에 나왔지만,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국회에서 차분하게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사법관과 수사관을 구분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이를 새로 만드는 것은 검사들을 중수청으로 옮기기 위한 유인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조직을 없애려다 보니 기존 인력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밖에 남지 않았고, 그 결과 검찰청을 폐지할 이유 자체가 약화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개혁은 국민의 편에서 냉정하게 공청회를 열고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모아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며 "하지만 10월 2일 검찰청 폐지라는 기한을 정해놓고 개혁을 추진하다 보니 시간에 쫓겨 성숙한 토론을 거치지 못했고, 결국 이런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abc12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