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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韓 관세인상' 엄포...대미투자 속도 높이라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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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잡아줄 테니, 대미투자 속도 내라'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상호관세를 종전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미투자 속도를 높이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이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가 적법했는지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나온 엄포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위헌으로 판결나더라도 교역상대국들이 이를 이유로 지난해 체결한 무역협정을 수정하려 들거나 '대미투자'의 골격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미연에 차단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미국 재무부가 공조개입을 통해 상대국의 환율 안정에 힘쓰고 있는 만큼 더 이상 환율 핑계를 대며 대미투자 집행을 미적대지 말라는 의중도 읽힌다.

1. 대미투자와 美 중간선거

올 한해 트럼프 행정부가 꺼내들 모든 정책은 가을 중간선거와 불가분이다. 지난해 주요 교역국과 맺은 무역협정, 특히 대미(對美)투자 합의가 갖는 의미도 마찬가지다. 그 중요성은 지난해말 트럼프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인터뷰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트럼프는 자신의 경제정책이 중간선거 승리로 이어질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트럼프 답지 않은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미국으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자금은 미국 경제를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투자 유치가 내년(2026년) 가을 선거 승리로 이어질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이 모든 자금이 언제 투입될지 모르겠다. 아마도 2분기에는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가 확보했다는 투자금 중 상당수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관세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대미(對美)투자다. 트럼프의 발언 속에는 '이들 자금이 제때 유입돼 효과를 낸다면 가을 선거도 해볼만 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중간선거 일정이 다가올수록 우방을 향한 트럼프의 독촉은 한층 거세질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었다.

지난 1월 16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이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트럼프가 듣기에 마뜩치 않았을 수 있다. 구 부총리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의 대미 투자가 올 상반기 중에는 집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외환시장 상황상 (원화 약세 압력) 올해 안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2. 트럼프 "韓 국회는 일을 하라"

트럼프 입장에서 한국은 대미투자 집행을 위한 법적 토대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1월2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은 아직 계류중이다. 

트럼프는 이날(현지시간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2025년 7월 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무역 합의에 도달했고, 2025년 10월 29일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해당 조건을 재확인했다"며 "그럼에도 한국 국회는 왜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 발의하자, 미국은 약속대로 한국의 관세를 15%로 낮춰 지난해 11월 1일분부터 소급적용했지만 그 이후로 한국 정치권은 감감무소식이라는 이야기다. '올 상반기 본격적인 대미투자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경제 부총리의 발언에다, 대미투자를 위한 근거법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국회가 트럼프로선 미덥지도 탐탁지도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5월 5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령과 선언문에 서명한 뒤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3. 환율 안정시켜줄 테니 투자집행 속도 내라

최근 외환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환율 공조(무질서한 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한 공조) 분위기는 엔의 급격한 반등은 물론이고, 한국 원화의 반등(달러/원 환율 급락)도 이끌었다.

지난 13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G7재무장관 회의가 열린 워싱턴에서 카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을 만나 엔화의 일방적 약세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우려는 한국에도 적용됐다. 바로 다음날인 14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의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의 강력한 경제 펀더멘털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 원화 안정을 위한 미국의 이례적인 구두 개입이었다.

열흘 뒤 미국과 일본의 공조는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지난 23일 아시아 거래시간 일본 당국에 이어 뉴욕 거래시간에서도 미국 당국이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하며 외환시장 참여자들에게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알렸다.

레이트 체크는 외환 당국이 환율 점검과 시장 상황 파악을 위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거래 가능한 시세를 묻는 과정이다. 당국이 구두개입 단계에서 직접개입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리는 경고로 활용된다. 이는 한국 외환시장에도 고스란히 적용(한미 환율 공조개입)될 수 있다는 연상 작용을 낳기 좋았다.

이 일련의 과정은 미국이 환율 안정을 도울 테니, 대미 투자를 약속한 나라들은 서둘러 투자를 집행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날 트럼프가 SNS에 게시한 글이 그렇다 - 더 이상 환율 핑계를 대며 투자집행을 미적거려서는 안된다는 압박이다.

4.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을 앞두고

이날(현지시간 1월26일) 트럼프는 "무역 합의는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합의된 거래 조건에 따라 신속히 관세를 인하해 왔다. 교역 상대국들(Trading Partners) 역시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뒤 이어 '한국 국회의 책무 방기'를 콕 집어 비난했지만 지난해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교역 상대국들' 전반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적법했는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인지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다. 1월 초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고는 다음달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가 위헌으로 판결날 경우 즉각 '플랜 B'를 가동해 상호관세에 버금가는 효력을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트럼프 입장에선 자칫 지난해 교역상대국들과 체결한 무역협정 전반이 헝클어질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제시한 대미투자는 미국의 상호관세율 인하 조치에 대한 일종의 대가였다. 상호관세 자체가 법적 효력을 상실할 경우 그 대가로 약속했던 대미투자를 수정하려는 시도가 상대국들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경우 트럼프로선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진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미투자가 홍수처럼 밀려와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생겨날 수 있어서다.

물론 '무소불위'의 트럼프를 상대로 그런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로선 미연에 '대미투자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놓을 필요가 생겼다. 한국 국회를 향해 '일을 하라'고, '대미투자 특별법을 통과시키라'고 다그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쿠팡 사태를 비롯해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제화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osy7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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