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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벌벌 떠는 기술 '공중증(恐中症)' 어떻게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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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춘제(春節, 춘절, 설) 전날 중국 중앙방송(CCTV)이 오후 8시부터 5시간 가량 방영하는 설 특집 방송 '춘완(春晩, 갈라쇼)'은 중국 경제가 이룬 성취를 소개하고 미래 사회의 비전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수억 명에 달하는 시청자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랐을 정도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3년 시작된 춘완은 중국의 발전과 변화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약 40년 동안 중국인 생활상의 변화, 시대별 산업 변천의 역사, 경제 번영 단계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국 국내외적으로 각별한 관심을 받는다.

춘완 프로그램은 국가 사회가 나아갈 통일적 방향의 주제를 정하고, 마치 올림픽 스폰서처럼 대형 광고주들을 스폰서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제작·방영된다. 경제 발전 성과, 전통문화와 예술 창작 오락, 공동체의 지향점 등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콘텐츠로 다뤄진다.

중국 당국은 시진핑 총서기 집권 후인 2013년~ 2025년 백주와 인터넷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주요 광고주로 나선 가운데 세 차례 연속 '중국의 꿈(中国梦)'을 춘완의 주제로 삼아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중국몽'을 주제로 내세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국가 발전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낸 것이다.

 

2026년 춘완 무대에선 AI 로봇기업이 협찬을 주도했으며 프로그램의 대 주제는 천리마처럼 분발·도약하자는 의미를 담은 '기기분발(骐骥奋发)'로 정해졌다. 점점 압박이 심해지는 미국의 기술 봉쇄에 대항해 전면적인 기술 굴기를 주문하는 국가 차원의 선전 메시지로 읽힌다.

춘완 방송이 시작된 1980년대 초반 주요 스폰서 기업들로는 시계와 음료, 자전거, 재봉틀 분야 기업이 참여했고, 얼마 후 가전제품, 백주, 인터넷으로 협찬 기업이 바뀌었다. 성장 동력을 디지털 경제로 교체 중인 최근에 와서는 인공지능(AI) 첨단 로봇 기업들이 춘완의 중심 무대로 나서고 있다.

개혁개방 초기 손목시계는 부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었다. 시계는 자전거 기업 등과 함께 춘완 방송의 단골 협찬사로 인기를 누렸다.  비슷한 시기 라디오가 귀한 혼수품으로 인기를 누리면서 전자 기업들이 서서히 춘완 무대에 명함을 내밀기 시작했다. 한국의 중국 진출 1호 기업으로 삼성전자가 광둥성 혜주에 라디오 공장을 세운 것도 이 무렵이었다.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로 제2 개혁개방이 시작된 후 중국 경제는 재차 고속 성장기에 접어들고, 산업 변화의 조류를 타고 춘완 메인 스폰서 기업들도 컬러 TV, 냉장고, 세탁기 분야 가전 기업과 백주 기업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2000년대 초반 가전 기업 메이디(美的)는 춘완 광고의 전설적 협찬사로 이름을 날렸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산업과 경제에 거센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에 휴대폰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개인 은행 업무도 늘어났다. 춘완 스폰서 기업 중에 차이나모바일과 중국 국유상업은행들이 새로 얼굴을 내밀었다.

2010년 이후는 세계 모든 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모바일 인터넷이 고성장 중국 산업 및 경제와 소비 시장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위챗과 더우인,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앱은 결제를 비롯해 사람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모바일 인터넷과 SNS는 중국을 신천지로 이끌었고 중국 경제는 빠르게 디지털 경제 속으로 내달렸다. 이런 시류 변화 속에 위챗이나 알리페이, 더우인 같은 대형 모바일 인터넷 앱 플랫폼 기업들이 춘완 메인 스폰서 기업들로 설 특집 방송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2020년 전후로는 모바일 인터넷 앱 분야의 생태계 변화와 경쟁이 한층 빠르고 급박하게 진행됐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신흥 기업들이 비즈니스 생태계를 바꿨다.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티몰과 더우인, 콰이쇼우 같은 모바일 플랫폼들이 춘완 갈라쇼 주요 협찬 기업으로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최근엔 IT 첨단 과학 기술 기업이 춘완 무대의 주력 스폰서로 등장하고 있다. 2024년엔 샤오미 전기차와 화웨이의 하모니 운영체계(OS)에 기반한 호화 차량 M9이 춘완 무대에 데뷔했다. 한해 한해 변화가 무쌍하다. 2025년엔 유니트리가 AI 로봇 춤을 선보였고, 이 회사는 올해도 또다시 업그레이드 버전인 '무사 로봇'으로 세계를 긴장시켰다.

중국 춘완 무대의 협찬 기업들과 이들 기업이 소개하는 제품 및 서비스는 근 반세기 동안 중국이 겪어온 산업 변천과 경제 성장사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가장 최근의 현상인 AI 로봇 굴기는 중국이 이미 규모나 단순한 속도를 넘어 기술과 품질(신품질 생산력)로 경제 체질을 전면적으로 교체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올해 춘완 설 특집 방송의 대주제로 내세운 '기기분발(骐骥奋发)'이라는 말 그대로 중국 기술은 지금 날랜 준마처럼 미래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지금부터 꼭 일년 후인 2027년 설 특집 방송 춘완의 협찬사로는 또 어떤 기업이 등장해 무슨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일지 궁금해지면서, 한편으론 현란한 기술 굴기에 왠지 모를 '공중증 (恐中症)'이 느껴지기도 한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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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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