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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I 시대] ① '공장에서 연산·데이터 시대로' 새 국력 지표 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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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총지능' 새로운 국력 프레임 부상
GDI를 결정하는 네 가지 축은
AI 시대 GDP 100년 체제에 균열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연산력이 경제의 심장부로 부상하면서 'GDP 100년' 체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1930년대 대공황과 전쟁 동원 과정에 정립됐던 GDP(국내총생산)가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국력 지표로서 국내총지능, 즉 GDI(Gross Domestic Intelligence)라는 프레임이 등장했다.

20세기 GDP는 공장과 항만, 생산 설비와 같은 물적 자본이 국부를 결정하던 시대의 언어였다. 농업과 제조업,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전쟁 복구가 경제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할 때 생산량과 가격을 곱해 합산하는 방식은 국가 간 비교에도, 정책 설계에도 충분히 유용했다.

반면 AI 시대의 경제는 눈에 보이는 자본보다 보이지 않는 자산, 즉 데이터부터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생태계, AI 모델까지 디지털 및 지적 자산이 가치 창출의 핵심이 됐고, 이 중 상당수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거나, 비용 처리되며, 때로는 무료로 제공되기까지 한다.

실제로 브루킹스 연구소는 지식 경제화와 서비스 경제의 확대가 국가 계정 통계를 왜곡시켜 무형자본이 주도하는 성장의 상당 부분이 GDP 밖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AI가 생산성을 바꾸고 있는데도 GDP는 거의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기묘한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AI 도구를 활용해 관련 자료들을 심층 분석한 결과 GDP 통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영역이 생각보다 넓은 것으로 확인됐다.

거대 AI 모델이 무료 혹은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용자의 시간을 절약하고, 의사결정을 개선시키며, 정보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등 커다란 소비자 잉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기업 매출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GDP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급증하는 연산 수요 [자료=오픈라우터, 골드만 삭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요 인프라와 기업 서비스 상당 부분이 무료로 배포되는 커뮤니티 코드 위에 쌓여 있지만 통계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생산'이다. 데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각국은 데이터를 새로운 생산 요소로 인정하면서도 데이터 수집과 정제, 라벨링, 가공 과정에서 형성되는 자산 가치를 체계적으로 계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 모델에서 데이터 투자가 생산성과 시장 지배력, 혁신을 좌우하지만 국가 계정 구조가 이를 독립된 자본으로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GDP는 AI와 데이터가 국부를 규정하는 현실과 점점 크게 어긋나는 셈이다.

실제 정책과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괴리는 더욱 명확해진다.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의 투자 축은 제조 설비나 전통 인프라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초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광대역 통신망,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인도의 한 정책 보고서는 노골적으로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서 GPU 클라우드 인프라 확보"를 강조하며, 제한된 고급 GPU 공급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규모 있게 확보하는지가 미래 AI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라고 적시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구 노트는 "컴퓨트(Compute)가 한 나라가 AI를 개발하고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지표"라며, 미국이 고급 AI 슈퍼컴퓨팅 용량의 약 4분의 3을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막대한 전력과 냉각 인프라, 송배전망, 재생에너지 투자가 결합되면서 국가 간 경쟁의 축 자체가 얼마나 많은 공장을 지었는가에서 얼마나 많은 연산력과 전력을 AI에 투입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실에서 떠오르는 개념이 바로 GDI, 즉 국내총지능이다. GDI는 단순히 AI 기업 매출을 더한 숫자가 아니라 한 국가가 보유한 지능 생산 능력, 다시 말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넓게, 얼마나 깊이 있게 문제를 풀 수 있는가라는 역량을 정량화하려는 시도다.

AI 도구로 여러 연구와 정책 보고서들이 제시하는 조각들을 종합하면 GDI는 대략 연산 능력과 에너지 인프라, 데이터 및 모델 역량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는 지능 자본의 총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연산 능력에는 GPU와 TPU, 전용 AI 칩을 포함한 컴퓨트 자원과 데이터센터, 고속 네트워크 인프라가 포함되고 에너지 인프라는 이 연산력을 지속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전력 공급 능력과 그 비용 구조, 탄소 제약 속에서 확보 가능한 에너지 믹스를 의미한다. 데이터 및 모델 역량은 국가가 보유한 고품질 데이터, 이를 관리·가공하는 제도와 기술, 그리고 실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AI 모델·서비스 생태계를 포괄한다.

연산 능력은 일종의 새로운 공장 용량이다. 과거 제조업에서 설비와 기계가 생산량을 결정했다면 AI 시대에는 GPU 클러스터와 AI 슈퍼컴퓨터가 알고리즘과 서비스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는지를 좌우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 [사진=업체 제공]

미국과 중국, 유럽, 일부 중동 산유국이 AI 전용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연산 능력이 충분해야 대형 모델을 자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고, 글로벌 빅테크 의존도를 줄이면서 전략 산업에 AI를 깊이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산 능력이 취약한 국가는 설령 데이터와 인재가 있더라도 실제로 AI를 대규모로 훈련·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종속적 위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는 이 연산력을 움직이는 혈류다. 거대 모델을 학습·추론하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를 소비하며, 냉각부터 송전, 전력망 안정성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전력 인프라 정책이 곧 AI 산업 정책이 되는 수준이다. 일부 선진국과 산유국이 재생에너지 단지와 데이터센터를 결합하거나 원전·가스터빈과 AI 인프라를 패키지로 설계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확보하지 못하면 GDI를 확장하는 데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과 탄소 규제가 AI 인프라 배치의 지리적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앞으로는 저렴하고 청정한 전력을 확보한 국가가 더 많은 연산력을 끌어들여 결과적으로 더 높은 GDI를 축적하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

데이터와 모델 역량은 GDI의 두뇌에 해당한다. OECD와 유럽연합 산하 연구에서는 데이터 투자가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조직 혁신과 결합해 새로운 유형의 무형자본을 형성하고, 이 무형자본이 생산성과 시장지배력을 좌우한다는 분석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하지만 국가계정상 데이터는 종종 비용으로 처리되거나, 명확한 재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동시에, 오픈AI나 다른 연구기관이 제시한 AI 벤치마크 및 지표 개발 시도는 모델 성능을 경제적 가치와 직접 연결하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한데 묶으면 각국의 데이터 축적 정도, 데이터 접근·활용을 둘러싼 제도, 고성능 모델과 이를 둘러싼 생태계가 결국 국가 단위의 지능 생산 능력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그림이 선명해진다.

AI의 경제적 효과를 둘러싼 논쟁도 GDI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여러 분석에서 지적하듯, AI는 이미 특정 산업과 업무에서 막대한 시간 절약과 품질 개선을 가져오고 있지만 공식 GDP 통계에서는 뚜렷한 도약이 관찰되지 않는다.

격차는 단순한 통계의 지연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내는 가치의 상당 부분이 시장 거래 밖에서 발생하거나, 무형자본으로 쌓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브루킹스 보고서는 AI가 생산하는 '비시장 활동'과 '무형 부채'까지 고려해야 제대로 된 거시지표를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I 데이터센터 시장 추이 [자료=그랜드뷰리서치]

또 단기적으로는 생성형 AI 활용도를 측정하는 'AI 인텐시티 인덱스', 중기적으로는 AI 관련 자본, 서비스, 노동 재배치를 별도 위성계정으로 다루는 개편안을 제시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GDI와 같은 새로운 국부 프레임이 공식 통계 체계와 연결될 수 있는 토대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책과 시장에서 이미 GDI적 사고 방식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인도 IT 산업 단체와 글로벌 컨설팅사가 공동으로 작성한 'Sovereign GPU Cloud(소버린 GPU 클라우드)' 보고서는 AI 인프라를 도로, 항만, 철도에 버금가는 주권 인프라로 규정하면서 자국 내 GPU 클라우드 확보를 국가 경쟁전략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AI 경쟁을 좌우하는 요인을 연산 능력(Compute)과 연결성(Connectivity), 역량(Capabilities), 자본(Capital) 등 네 요소로 묶어 고성능 연산과 네트워크, 인재와 자본이 결합된 국가가 장기적으로 더 가파른 생산성 J-커브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논의는 공장 설비와 물류 인프라 중심의 전통적 생산요소 프레임을 넘어 연산력과 데이터, 알고리즘, 인재가 결합된 지능 자본을 핵심 생산요소로 보는 GDI 관점과 직결된다.

결국 GDI 시대라는 프레임은 두 가지 변화를 동시에 포착한다. 하나는 가치 창출의 중심이 물리적 생산에서 디지털·지능 생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간 경쟁이 무역수지나 제조업 점유율이 아니라, AI 인프라와 지능 자본의 축적 속도와 깊이에서 갈린다는 점이다.

브루킹스와 OECD, 각국 중앙은행과 싱크탱크의 보고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이 같은 전환은 이미 진행 중이고, 통계 시스템과 정책 패러다임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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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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