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고려아연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제안을 폭넓게 수용하며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일부 안건을 둘러싼 갈등과 정보 유출 논란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고려아연은 23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제52기 정기주주총회 개최 일정과 상정 안건을 확정했다. 정기주총은 다음 달 2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다. 회사 측은 주요 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을 정관과 상법,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검토한 결과 법령과 정관에 부합하는 대부분의 안건을 수용해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미개발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인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 이를 전제로 한 감사위원 1인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5인 선임 안건 상정을 요구했다. 이는 개정 상법 시행에 따라 오는 9월 10일까지 감사위원을 2인 이상 분리 선임해야 하는 점을 고려한 제안이다. 이사회는 관련 법령 위배 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해당 안건들을 모두 상정하기로 했다. 크루서블JV의 주주제안 역시 함께 상정된다.
와이피씨·영풍·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임시의장 선임, 이사 수를 6인으로 정하는 안건, 기타비상무이사 2인과 사외이사 3인 선임, 임의적립금 3925억원의 미처분이익잉여금 전환, 집행임원제 도입 및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개정 승인 등을 제안했다. 이사회는 임시의장 선임 안건을 제외한 5건을 주총 안건으로 채택했다. 임시의장 선임 요구는 주총 의장을 대표이사가 맡도록 규정한 정관과 충돌한다는 판단이다.
회사 측 안건도 함께 확정됐다. 고려아연은 주총에서 글로벌 불확실성과 업황 부진 속에서도 44년 연속 흑자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경영 성과를 보고하고 ▲소수주주 보호 관련 정관 명문화 ▲이사회 내 독립이사 구성 요건 명확화 및 명칭 변경 ▲이사 충실의무 도입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주당 2만원 현금배당 승인 ▲임의적립금 9177억원의 미처분이익잉여금 전환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특히 임의적립금 전환 규모를 두고 회사와 일부 주주 간 입장 차도 드러났다. 회사 측은 주주들이 제안한 3925억원 전환안으로는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두 배 이상 규모인 9177억원 전환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한 데 이어 향후에도 주주 신뢰를 기반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2026년 지속가능경영 추진 계획과 준법지원인 업무, 자기주식 처분 계획, 안전보건계획 등도 보고·의결됐다. 회사는 탄소중립 실행력 강화와 ISSB 공시 대응을 중심으로 ESG 경영을 고도화하고, 이중 중대성 평가 기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책임광물 기준 강화, 생물다양성 보존 활동 확대, 배출권거래제 대응, 내부탄소가격 도입 검토 등 실질적 감축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공시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성을 확보하고 친환경 그린메탈 선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준법지원인 보고에서는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부서를 대상으로 정기·수시 준법 교육을 강화하고 이행 여부 점검을 지속하기로 했다. 안전보건 분야에서는 지난해 계획 대비 97% 이행을 완료했으며 연계 사업을 포함하면 100%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보고됐다. 올해는 중대재해 '제로'와 산업재해율 0.2% 이하 관리를 목표로 중점 과제를 추진한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주주들의 지지 속에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록히드마틴과의 협력 및 미국 통합 제련소 추진을 통해 글로벌 핵심광물 허브로서 역할을 강화했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영풍·MBK 측 인사들은 이사회 결의 공시 이전 핵심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거버넌스와 윤리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법 제382조의4는 이사 및 감사의 비밀준수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재임 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영업상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된 투자 유치, 합작법인 설립,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안건을 심의한 임시이사회 이후 비공개 자료 유출 정황이 확인됐다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 기타비상무이사 2명을 영업비밀 누설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비공개 자료에는 구체적 수치와 조건이 포함돼 있었으며, 해당 정보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점을 근거로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회의 전 자료 촬영·복사·외부 유출 금지 방침과 회의 종료 후 자료 반납 요청이 있었음에도 두 인사가 자료를 반납하지 않은 채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공시 이후 공식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세부 조건이 언론에 보도된 점을 들어 반출 자료가 외부로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영업비밀이자 경영상 주요 정보를 무단 유출해 프로젝트 추진을 방해한 중대한 범죄"라며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