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깍출판'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말 그대로 키보드 몇 번 "딸깍"하면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원고를 만들고, 표지·목차·소개문까지 자동으로 붙여 짧은 시간에 수백·수천 종의 책을 대량 등록·출간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사람의 집필·편집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핵심 공정이 '검증과 편집'이 아니라 '생성과 등록'으로 바뀌는 구조라는 뜻이다.
표시도, 검증도, 책임도 불분명한 지식이 '책'이라는 권위를 두르고 유통되며, 그 결과가 교실로 흘러들어온다. 최근 논란이 된 사례처럼 짧은 기간에 수천 종을 쏟아내는 방식은, 단순한 시장의 실험이 아니라 지식 생태계의 신뢰 인프라를 흔드는 사건이다.

그런데 일부 인터뷰를 보면 "책을 내는 걸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책을 더 쉽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식의 말이 나온다. 바로 이 지점이 위험하다. 책이 '특별'할 필요는 없지만, '책이란 무엇을 책임지는가'하는 문제는 결코 가벼울 수 없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책은 여전히 '검증된 지식'의 상징이다. 검증·출처·정정 체계 없이 대량 생산된 텍스트가 '책'의 외피를 쓰는 순간, 학생은 그것을 자료가 아니라 권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쉽게 쓰게 하자"는 선언이 사실상 검증 비용을 사회, 특히 학교와 학생에게 전가하는 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교육 중심의 '즉시 가능한' 안전장치다. 법을 기다리면 늦다.
제도적으로 할 일이 있다. 교육청 단위 구매, 학교도서관 구입·추천 도서 선정에서 '제작·검증 이력 표시 준수' 도서에 가점을 주고, 표시가 없거나 책임 주체가 불명확한 도서는 구매를 제한해야 한다. 공공재정의 집행 기준이고,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지식의 문턱'을 공공이 책임지는 최소한의 장치다.
학교도서관에는 'AI 활용·검증 수준 안내 라벨'도 도입해야 한다. "AI를 썼느냐"가 아니라, 어느 범위에서 활용했고 무엇을 어떻게 검증했는지를 학생이 읽기 전에 알 수 있어야 한다. 투명성은 시장 자율에 맡겨둘 사안이 아니다.
교육적으로 할 일도 있다. 글쓰기·탐구·프로젝트 과제는 결과물만 받지 말고, 근거(출처 2개·원문 확인·사실과 해석의 분리)를 밝히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학생들이 간단하게라도 '내가 무엇을 근거로 주장하는가'를 확인하면, AI 사용 여부를 단속하지 않아도 사고의 외주화를 막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학생에게는 팩트체크처럼 '출처 확인 3분 규칙'을 제시하자. 출처, 날짜, 원문, 교차확인, 사실과 해석의 분리를 습관화하면, AI 책이든 숏폼이든 단톡방 괴담이든 학습 오염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딸깍출판이 무너뜨리는 것은 종이와 전자책의 경계가 아니다. 지식의 신뢰이고, 더 깊게는 학생의 사고 과정이다. 그래서 답도 분명하다. 출판에는 투명성이 필요하고, 책임편집자가 필요하며, 학교는 근거를 확인하는 평가로 학생의 사고를 지켜야 한다. 책이 공공재가 되는 순간부터 책임은 사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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