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장료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천원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없앴다. 문화는 소득에 따라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 뒤 관람객은 눈에 띄게 늘었다. 박물관은 나들이 코스가 됐다. 별다른 목적 없이 들르는 곳이 됐다. 지금은 줄을 서야만 되지만 오롯이 나만을 위해 가끔 들르던 시절도 있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국립중앙박물관 유홍준 관장이 다시 유료화 이야기를 꺼냈다. "수입이 목적이 아니라 편의를 위해서"라고 했다. '편의'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주말 박물관은 많이 붐빈다. 좀처럼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전시를 제대로 보기도 어렵다. 유료화가 부활되면 18년만이다.
요즘 홈플러스 990원 도시락이 화제다. 문을 열자마자 한정된 수량을 사기 위해 뛴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 물가를 강조하는 시국에, 국가가 운영하는 박물관이 새 입장료를 도입하겠다고 나선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처음으로 650만명을 넘어섰다. 이중 외국인 관람객은 23만1192명으로 전체 관람객 가운데 3.55%에 불과하다. 96.45%가 국내 관람객이다. 외국인 비중이 많은 루브르 박물관 유료 입장은 프랑스 국고(루브르 입장객 77%가 외국인)를 채우는 측면이 있다. 입장료가 사실상 관광 수입이다. 우리와는 다르다.
대영박물관, 스미소니언, 퐁피두 센터의 상설전은 무료다. 특별전은 유료지만, 상설 전시만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 나라들이 재정이 넉넉해서가 아니다. 공공 문화시설은 돈으로 걸러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료화로 수익이 늘어난다 해도, 그 돈은 박물관에 남지 않고 국고로 환수된다.
유료화로 거론되는 몇천원은 누군가에게 커피 한잔 값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날 점심 값일 수 있다. 극심한 혼잡을 줄이려면 다른 방법도 있다. 무료 예약제 강화나 시간대별 입장 인원 제한이 그것이다. 기업이 박물관에 기부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박물관 운영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유지보수, 전시 기획, 디지털 아카이빙, 인건비 등. 유료화가 불가피하다면 연간 회원권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1만원만 내면 한 해 동안 횟수 제한 없이 박물관을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유 관장은 향후 유료화가 시행되더라도 "청소년·학생(대학생 포함)·65세 이상 노인·장애인 등은 무료 입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도 많다. 참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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