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연, 민간 자율 넘어 정부 주도 전환 '주문'
ODA 전략적으로 활용·한-인도 반도체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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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인도가 반도체를 첨단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보조금과 공공조달, 인프라 투자를 연계한 국가 주도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국 역시 인도와의 반도체 협력을 기업 단독 진출에 맡기기보다, 보조금·공적개발원조(ODA)·정부 간 협력을 연계한 국가전략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인도 산업 기반 조성과 한국 기업의 공급망 거점 확보를 동시에 도모하는 '패키지 접근'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 인도,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한국, 정책 연계 '과제'
인도 정부는 반도체를 단순 제조업이 아닌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이는 투자 유치에 그치지 않고 재정, 산업, 외교 정책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25일 KIEP의 '인도 첨단전략산업 분석과 한-인도 협력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연계된 산업으로 인식하고 산업단지 조성, 생산 보조금, 인력 양성 정책을 중앙정부가 주도해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국가 주도형 산업정책 사례로 제시했다.

인도 반도체 산업 발전의 핵심 수단은 생산연계보조금(PLI) 제도다. 설비 투자와 생산 실적에 따라 재정을 지원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는 구조다. 여기에 주정부는 토지와 전력, 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중앙정부는 세제 혜택과 정책금융을 연계한다. 일부 사업에서는 정부 조달과 외교 협력도 병행한다.
인도는 또 반도체 제조뿐 아니라 설계(팹리스), 조립·테스트(OSAT), 전자부품 등 연관 산업을 포괄하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단지 중심의 집적 전략을 통해 공급망 내 단계별 역량을 확보하고, 해외 기업 유치와 기술 이전을 병행하는 구조다. 이는 단기 투자 유치보다 중장기 산업 기반 형성에 방점을 둔 접근으로 평가된다.
KIEP은 이러한 정책 조합이 기업의 자율적 투자에만 의존하는 방식과 구별된다고 분석했다. 국가가 산업 생태계 형성 과정에 직접 개입해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의 대외 반도체 전략은 기업 중심 구조를 기반으로 형성돼 왔다. 해외 생산 거점 구축 여부는 기업이 사업성을 판단해 결정하고, 정부는 세제·금융 지원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보조금 경쟁과 동맹 중심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과 일본, 인도 등 주요국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KIEP은 이런 환경에서 한국 기업이 인도에 단독으로 진출할 경우 정책 연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규모, 인프라 지원, 정부 간 협력 수준이 투자 안정성과 장기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지 인허가, 세제 적용, 공공조달 참여 여부 등 제도적 조건이 정부 간 협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KIEP은 한국형 지원 모델과 정부 간 협력을 결합한 전략적 접근을 제안했다. ▲현지 생산 시설 투자 지원 ▲산업단지 기반 시설 협력 ▲공동 연구개발 프로그램 운영 ▲기술 인력 양성 협력 등을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이다.
이는 반도체 협력을 통상이나 개별 투자 차원이 아니라 산업정책과 외교가 결합된 협력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단순한 세제 인센티브를 넘어, 정부 간 제도 정합성과 정책 일관성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일부로 작용하는 환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KIEP "韓, ODA-산업 기반 조성과 연계 필요…반도체 전략 통합 설계해야"
KIEP은 ODA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스마트 인프라 구축, 기술 인력 교육 사업에 ODA를 연계해 산업 기반 형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ODA는 사회 인프라와 보건·교육 분야에 주로 투입됐다. 보고서는 이를 전략산업 기반 조성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물류 인프라 구축 사업에 ODA를 활용하고, 한국 기업이 해당 산업단지 내 후공정이나 패키징 분야에 참여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특히 KIEP은 인도 정부가 생산성 개선과 혁신 역량 강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첨단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정책 방향과 연계한 '패키지형 개발협력'은 수혜국의 산업 발전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우리 기업의 진출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 인프라 구축에 대한 개발자금 지원을 통해 한국 건설·IT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해 현지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이 경우 인도는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한국 기업은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IEP은 후공정과 테스트 분야가 협력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KIEP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을 인도처럼 보조금, 통상, 개발협력 정책을 포괄하는 통합 프레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개별 정책을 분산적으로 운용하기보다 전략산업 협력 차원에서 재구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도는 대규모 내수시장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동시에 갖춘 국가로 평가된다. 공급망 다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생산과 후공정 거점으로서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인도를 대체 생산기지로 검토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KIEP은 이러한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이 기존의 민간 자율 중심 접근을 유지할 경우 전략적 거점 확보 경쟁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한-인도 반도체 협력을 산업정책, 통상, 개발협력을 아우르는 다층적 구조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간 협의체를 통해 투자 인센티브와 제도 정합성을 사전에 조율하고, ODA 사업과 산업단지 개발 계획을 연계해 기업 진출 경로를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또한기술 표준 협력과 인력 교류 프로그램을 병행해 중장기적 산업 생태계 협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재정과 외교, 제도와 밀접하게 연계된 정책 산업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협력 방식 역시 이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 KIEP의 결론이다.
■ 한 줄 요약
인도는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정책 수단을 결합한 가운데 한국도 보조금·ODA·정부 협력을 연계한 통합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