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협상 중 '레짐체인지' 시도...北의 '대화 불신' 커져
북·미 대화 열려 있지만 조기 재개 가능성은 낮아져
한국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협상도 난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을 벌이던 중 이란의 레짐 체인지를 목적으로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한 것은 중동 정세는 물론 한반도 문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즉각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당장 한반도에 직접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을 높인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이란이 충돌하고 이란 정권의 유지가 불투명해진 것은 미국과 이란, 중국·러시아·북한이 얽힌 전략적 환경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핵전략과 미국의 억제 전략, 그리고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를 더욱 경직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반도 안보 환경에 이같은 변화가 일어나면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긴장과 북·미 관계의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번 사태가 장기화 또는 심화되면 미국이 중동에 상당한 전력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해지므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일부 군사력을 중동으로 우선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미칠 영향
미국은 이란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군사력 사용을 정당화함으로써 미국의 적성 국가에게 '미국의 안보를 위해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핵프로그램을 가진 국가들을 상대로 군사적 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했을 때 유사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핵전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과 핵지위를 인정하는 조건 하에서의 대화를 추구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이번 사태는 북한이 핵능력 강화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실질적으로는 핵·미사일 전력 강화와 대미 강경 메시지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거리 미사일과 정찰위성에 몰두하면서 단계적으로 위협의 수위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내세우는 논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진행된 9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핵무력은 나라의 안전과 이익, 발전권을 믿음직하게 보장하는 기본 담보이고 강력한 안전장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미 대화 모멘텀 약화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는 북·미 대화 가능성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보다 이란과 중동 문제 해결에 매달려야 할 상황이며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군사작전의 명분으로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내세웠다. 이란과 북한은 모두 불법 핵무장을 추구하는 국가의 범주에 속하므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비핵화 압박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북한과의 대화 추진이 미국 내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란 공격 과정을 지켜본 북한은 미국과의 핵 협상이 미국의 선제 타격 명분을 만들기 위한 '트랩'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협상 결렬 시 군사적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계심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제거해 레짐 체인지를 시도한 것은 북한에게 매우 위협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중동 사태는 북·미 대화의 조기 재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이란과의 긴장을 관리한 뒤 북한 문제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 올릴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안보 협상에 부정적 영향
이번 중동 사태는 한·미 정상회담 에서 합의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추진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강화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당장 이 문제를 한국과 협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 데다 한국에 농축·재처리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미국 내 인식이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라늄 농축 문제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렬과 군사작전으로 이어진 트리거였다. 핵비확산 차원에서 우라늄 농축에 대한 국제적 경계심이 커진 상태에서 한국에게 '잠재적 핵능력 보유'과 직결된 농축·재처리를 허용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회는 이번 이란 공격 이전부터 한국에 대한 농축·재처리 허용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왔다. 미국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지난달 6일 외국과의 원자력 협정에서 농축·재처리 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골드 스탠더드'를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다.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핵비확산과 대중국 전략, 지역 안정 등에 직결되는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및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미 의회와 행정부 내부의 견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