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물류비 부담 여전…가격 인하 확산은 미지수
설탕·밀가루 이어 전분당 담합 조사까지 확대
원재료 가격 하락 속 식품업계 가격 정책 '고심'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밀가루 가격 인하 영향이 가공식품 업계로 확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제빵 프랜차이즈가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선 가운데 라면과 제과 등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가격 조정 가능성을 검토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인건비와 물류비 등 비용 부담이 여전히 큰 만큼 업계 전반으로 가격 인하가 확산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 빵값 먼저 내렸다…라면·과자는 '눈치 보기'
6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식품 기업들은 최근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인하 이후 원재료 가격 변화를 반영한 가격 조정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국내 제분사에서 공급받는 밀가루 가격 인하분이 원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있는 정도"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오뚜기와 달리 농심과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업체들은 가격 인하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더라도 인건비와 물류비, 유통 비용 등 부담이 여전히 높은 만큼 가격 인하를 쉽게 단행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 인하분이 제품 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도 계속 늘고 있다"며 "원재료 가격 하락만으로 소비자 가격을 곧바로 낮추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재료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어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제과업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과자 제품은 밀가루뿐 아니라 코코아와 유지류 등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편이라 환율 상승과 물류비 부담까지 겹치면 원가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다만 제빵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실제 가격 조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지난달 일부 제품 가격 인하를 발표하며 소비자 가격 조정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는 단팥빵 등 일부 빵 제품 가격을 100~200원 낮추고 일부 케이크 가격도 인하하기로 했다. 뚜레쥬르 역시 식빵과 단팥빵 등 주요 제품과 일부 케이크 가격을 평균 한 자릿수 수준으로 낮췄다. 업계에서는 최근 밀가루와 설탕 등 제과 원재료 가격 하락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 원재료 조사 확대…식품업계 긴장
정부는 최근 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 업계와의 접촉을 늘리며 원재료 시장에 대한 조사도 확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 주요 식품 업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가격 동향을 점검했으며 전날 라면 업체들과도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겉으로는 시장 상황 점검 성격의 간담회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가격 인상 자제 또는 가격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설탕과 밀가루에 이어 전분당 가격 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 절차에 착수하며 원재료 시장 전반에 대한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는 전날 전분당 담합 사건과 관련해 대상, 사조씨피케이,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제조·판매 사업자에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위원회에 제출했다. 심사관은 이들 업체가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7년 6개월 동안 전분당 판매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담합 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6조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산정됐다.
심사관은 해당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가격 담합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하고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관련 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제재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와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나 식용유 등 일부 원재료 가격이 내려갔더라도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라며 "환율과 물류비, 인건비 부담이 여전히 커 가격 조정 여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