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 상한 폐지·기본급 인상 놓고 노사 충돌…4개월 협상 끝내 결렬
파업 불참자 '전배·해고' 언급 논란…HBM 생산 차질 우려도 제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 최대 규모 노동조합이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돌입하면서 역대급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조합원 규모만 약 9만명에 달하는 만큼 투표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노사 갈등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조합원 상당수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속해 있어 파업 참여율에 따라 생산 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업 불참자를 겨냥한 전배·해고 언급까지 나오면서 노조 내부와 업계 안팎에서 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9만 노조 쟁의투표…삼성 파업 갈림길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공동투쟁본부에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노조동행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조합원 규모는 약 9만명에 달한다. 노조 측은 재적 조합원 과반이 찬성할 경우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는 투표가 가결되면 내달 23일 평택사업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공휴일과 사내 휴무일 등을 포함한 일정으로 파업 기간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노조는 최소 3만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해야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 추진의 원인은 임금·성과급 협상 결렬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4개월간 임금 협상을 진행했지만 핵심 쟁점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산정 방식과 6%대 임금 인상안 등을 제시했지만 성과급 상한 폐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성과급 개편안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가 제시한 안은 경제적부가가치(EVA) 20% 또는 영업이익 10%를 기준으로 성과급 재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지만 기존 연봉 50% 상한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는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 속 '전배·해고' 발언 논란
이번 쟁의행위 투표에서 가장 큰 관건은 실제 참여 규모다. 조합원 수만 놓고 보면 이미 국내 기업 가운데 최대 수준의 노조 조직력을 갖춘 상황이다. 특히 조합원 상당수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 속해 있는 점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약 5만명 안팎이 DS부문 소속 조합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생산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에 돌입하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 탑재용 제품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생산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고객사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반도체 생산라인은 자동화 비중이 높아 즉각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설비 가동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대규모 파업 가능성만으로도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에게는 불확실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업 추진 과정에서 노조의 강경 발언이 나오면서 내부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조 측은 파업 기간 동안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에 대해 명단을 관리하겠다며 향후 전배나 해고 협의 과정에서 우선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사 협조 사례를 신고하면 포상을 제공하는 제도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파업 참여를 사실상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파업은 노조의 권리지만 참여 여부 역시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며 "불참자를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발언은 과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주도한 첫 파업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는 실제 생산 차질이 제한적이었지만 이후 노조 가입자가 크게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쟁의행위 투표 결과가 삼성전자 노사 관계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