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상의 약가인하 감당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정부의 '제네릭'(국산 전문의약품) 약가 인하 개편안이 오는 11일 구체화 될 예정인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가 서명운동을 예고하며 공동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약가 인하가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정부와 함께 분석하는 민·관 공동연구도 공식 제안하고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국민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약업인들이 참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정부의 일방적인 약가인하 강행은 보건안보는 물론 신약 개발 등 혁신 생태계 조성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재고되어야 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서명운동에는 비대위 참여 단체 회원 기업과 임직원, 뜻을 함께하는 약업인들이 참여한다.
아울러 정부와 산업계의 공동연구 착수를 공식 제안했다. 약가인하 파급효과와 유통질서 확립,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선진화 방안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비대위는 구체적으로 ▲약가 인하 정책이 국민 건강과 산업 구조에 미칠 파급 효과 ▲의약품판촉영업자(CSO) 증가 등에 따른 유통 질서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 ▲산업의 지속가능한 선진화 전략 등 3대 분야에 대한 민·관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최근 발발한 중동 전쟁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약가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구조상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약가 인하가 더해지면 산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환율·원자재·운임 등 4중고가 국가 경제를 강타하고,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시행 일정을 강행하는 속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과 설계"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산업계의 공동연구 요구를 수용해 1년 이내에 결과를 도출하고, 이에 따른 실행 방안을 함께 마련해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산업 현장의 수용성을 높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비대위는 오는 11일 정부가 약가 개편안을 사전 논의하고 구체화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 개최가 예고되자,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와 김영주 종근당 대표,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회장 등 기업 대표들을 포함해 임원들도 다수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건정심을 열고, 올해부터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에서 40%대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적용 대상은 주로 2012년 이후 약가 조정이 없던 품목들이다. 비대위는 이같은 약가 인하 정책이 현실화 될 경우 연간 최대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약품비(26조8000억원) 가운데 제네릭 비중(53%)과 예상 인하율(25.3%)을 적용한 결과다.
이들은 정부가 사전에 약가인하 개편안에 대한 언질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구두로 개괄적인 것만 전달했을 뿐,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약가인하 개편을 앞두고, 산업계와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협의하지 않았다"며 "현재 약가인하 대상인 국산 전문의약품(제네릭)의 영업이익률은 5% 전후로, 상장사 대부분이 R&D에 매출의 12%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10% 이상의 약가 인하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바로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고, R&D나 시설 투자는 불가능한 상태까지 갈 수 있다"며 "보험 재정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서 산업계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한다 하더라도 10% 이상의 약가인하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비대위원장) 또한 "지나친 약가 인하가 이뤄지게 되면 투자활동과 산업 생태계 분위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 등 모든 비용이 매년 오르는 상황에 환율과 유가도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원가 상승이 특별히 우려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산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약가인하 수준을 10%로 말씀 드린것 또한 굉장히 큰 금액"이라며 "그럼에도 약가인하가 꼭 필요하다면 저희가 상한선을 10%로 잡은 이유는 혹독한 원가절감과 거래처와의 고통 분담 등을 통해 노력해보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해 11월 말 정부의 일방적인 약가인하 등 개편안 발표 이후 국내 산업계는 비대위를 출범하고, 산업기반 붕괴와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 일자리 감축 등을 우려해 재고를 간곡히 요청했다"며 "제도를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정부와 산업계 간 의사결정 체계 구축 등을 촉구했으나 지금까지 합리적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정책 결정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산업계의 공동 연구 요구에 대한 정부의 대승적인 수용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