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4만 하청 노조, 원청 교섭 요구
재계 "혼란 우려, 노동계 불법행위 자제해야"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하청 노동자도 원청 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시행 첫날부터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등 협력사 의존도가 큰 업종에서 노사간 갈등이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재계는 초긴장 상태다.
10일 경영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소속 7개 산별노조의 원청 사업자에게 교섭 요구 공문을 일제히 발송할 예정이다. 900여 사업장에서 일하는 13만7400여 명의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의 교섭 요구에 참여한다. 앞서 민노총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이 교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압박 투쟁을 거쳐 7월 15일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하청업체 비중이 높은 자동차·조선업계는 원청과 하청 간 임금 및 성과급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협력 회사가 약 8500곳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은 전체 직원 중 사내 하청 비중이 60% 수준이다.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이날 3번째 교섭 요구서를 보내는 등 원청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한화오션에서도 하청 급식 업체인 웰리브 직원들이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거제사업장 등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조선 등 대형 제조업뿐 아니라, 전국 15개 공항의 보안·청소·지상조업 등 하청·용역 노동자들도 "원청 교섭에 나서라"며 교섭 요구 압박에 나섰다. 실제 교섭이 이루어지려면 창구 단일화와 사용자성 인정 판단이 전제되는 만큼 업계에선 4월 말이나 5월쯤 첫 대화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9월 9일 공포된 지 6개월 만인 이날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용자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다. 기존에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면 직접 교섭이 어려웠지만, 이날부터 원청인 대기업이 하청업체 근로 조건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 업체 노조가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원청이 '구조적 통제'가 있을 때 사용자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원청 사업자가 하청 소속 근로자의 근로시간이나 휴식시간, 특정 공정에 필요한 인력 수 등 근로조건의 결정권을 구조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쟁의 범위도 임금과 근로조건 뿐 아니라 해고자 복직 등 권리 분쟁 사항으로 넓어졌다. 또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는 제한된다.
재계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가 빈발해 회사 운영에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해석 지침을 마련하긴 했지만, 일부 노동계가 단순히 원청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어 법적 분쟁과 원청·하청 기업들의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법 시행 전부터 하청 노조가 원청이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을 하는 등 불법적 실력 행사를 통해 회사를 압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노동계는 원청기업과의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의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거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경총은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마련했지만 일부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 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SK·네이버·한화오션 등 주요 대기업 사장급 임원 등과 협력 중소기업인 등 36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y2ki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