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다소비형 구조' 제지업계, 유가 급등 우려에 비상
장비 투입 비중 높은 시멘트 업계, 물류비 부담 가중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중소기업 업계가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출고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고환율 국면 속에서 원자재 가격이 이미 상당폭 오른 상황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국제유가까지 급등하며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원자잿값·물류비 다 올랐어요"...中企, 유가 폭등에 가격 인상 논의
11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에너지 비용 급등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복수 중견기업이 가격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고환율 국면 속에서 수입 원자잿값이 충분히 오른 상황에서 유가까지 오른다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성토다.

현재 침대업계에서는 시몬스, 템퍼, 에넥스, 에몬스 등이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저울질 중이다. 특히 시몬스가 침대 매트리스 가격을 올린다면, 이는 2024년 1월 이후 2년여 만의 가격 인상이다.
침대업계에서는 고환율 국면 속에서 원부자재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유가마저 급등한다면 비용 부담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만 하더라도 최근 3년간 15% 늘어났다"며 "여기서 유가까지 오른다면 커진 물류비 부담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제지업계도 줄줄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제지 등 제지업체들이 인쇄용지 가격을 톤당 10% 올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제지 산업의 경우 종이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스팀과 전력을 사용하는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를 띠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가와 연동된 액화천연가스(LNG), 전기요금 상승은 제지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달 중순부터 이들 3사는 지역 대리점과 대형 인쇄소 등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 수용 가능성을 비공식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홍원제지 등 다른 업체들의 동참 여부도 파악한 이후 늦어도 7월까지는 가격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제지 산업의 경우 종이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스팀과 전력을 사용하는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를 띠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가와 연동된 액화천연가스(LNG), 전기요금 상승은 제지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제조원가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0~15%에 육박한다"며 "유가 급등은 비용적 측면에서 큰 부담이며,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가와 물류비 상승에 민감한 시멘트업계도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생산 원가의 약 25%를 유연탄이 차지한다"며 "유가가 상승하면 같은 화석연료인 유연탄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경우가 많아서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고 우려했다.
◆ "국제유가, 더 오를수도"...中企, 수익성 악화에 '비상'
이처럼 국제 유가 상승이 여러 업계에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사태가 마무리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유가 상승이 한동안 이어지면서 중견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는데, 주요 기관들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웨덴계 금융사 SEB 애널리스트들은 배럴당 55~150달러 수준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이 중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기준으로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자칫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자재비·인건비 상승에 지정학적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봉쇄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행히 전쟁 장기화라는 큰불이 진화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사태의 완전한 마무리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stpoems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