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질문 쏟아내는 '스마트 관람객'…전문가 수준 지식 뽐내
14개국 667개사 참여 '역대급'…K-배터리 글로벌 위상 증명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이게 로봇 안에 들어가는 배터리인가요? 신기하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6' 현장.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의 줄은 전시장 안까지 이어지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행사의 시작을 화려하게 열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개막 첫날 사전 등록자 수만 5만200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한 인터배터리는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거대한 플랫폼이었다.

◆"배터리를 입은 로봇"…LG엔솔 '클로이드' 앞 장사진
전시장 내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된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단연 '로보틱스&드론 존'이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화제를 모은 홈로봇 'LG 클로이드'가 실물로 등장하자 주위는 순식간에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관람객들은 로봇의 팔 움직임을 지켜보며 내부에 탑재된 배터리의 안전성과 연속 구동 시간에 질문을 쏟아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로봇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려면 결국 배터리 크기와 안전성이 핵심인데 실물을 보니 기술의 진보가 체감된다"고 전했다. 클로이드 바로 옆에는 베어로보틱스의 자율주행 물류 로봇 'Carti100'이 전시돼 있었다.

다음으로 인기 있던 곳은 전고체 배터리 앞이었다. 관람객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실물 및 목업용 모듈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리미엄 전기차를 비롯 휴머노이드 로봇 및 항공 UAM 시장에 전고체 배터리를 활용해 적극 진입하겠다는 전략도 함께 공개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기술력을 시각화하기 위해 실물 차량 전시에도 공을 들였다. 부스 중앙에 자리 잡은 르노의 전기차 '세닉(Scenic)'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 최초의 자동차용 미드 니켈 배터리가 탑재된 이 모델은 기존 NCM 배터리에 버금가는 에너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보급형 전기차 시대'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삼성SDI '피지컬 AI' 전고체 최초 공개…SK온, 액침냉각으로 화제성 선점
삼성SDI는 '인공지능(AI)이 상상하고 배터리가 현실로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국내 최초로 공개된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이었다.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는 이 제품은 로봇과 항공 시스템 등 정교한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쓰일 차세대 병기로 소개됐다. 관람객들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의 실물 샘플을 확인하며 양산 시점과 기술적 완성도를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었다.

SK온 부스는 강렬한 주황색 빛으로 물들었다. 고성능 기술력을 상징하는 제네시스 마그마 GV60이 전면에 배치되자 많은 이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해당 차량에는 SK온의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또한 고성능 스포츠카에 필요한 압도적인 출력과 7분 만에 80%를 채우는 초급속 충전 기술 설명이 곁들여지며 SK온의 하이니켈 기술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가장 혁신적인 풍경 중 하나는 SK엔무브와 공동 개발한 '액침냉각 팩'이었다. 배터리 셀을 절연 액체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이 기술은 화재 안전성에 민감한 관람객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투명한 수조 속에 침지된 배터리 모듈 모형은 차세대 배터리 열관리 솔루션의 시각적 충격을 선사하며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에코프로 '휴머노이드 시대' 정조준…양극재 풀라인업 공개
양극재 시장의 강자 에코프로는 전기차를 넘어 '휴머노이드 시대'로 영역을 확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전고체용 고체 전해질을 비롯해 전고체용 양극재, 리튬 메탈 음극재 등 차세대 소재의 면면을 관람객들에게 상세히 소개했다.
또한 하이니켈 양극재부터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미드니켈, 나트륨이온배터리(SIB), 리튬망간리치(LMR) 등 고객 맞춤형 제품 라인업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사업부터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클로즈드 루프' 생태계와 오창 R&D 미래캠퍼스 로드맵을 통해 배터리 소재 전 주기를 관리하는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전문가 못지않은 배터리 지식을 갖춘 일반 시민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과거에는 단순한 호기심에 방문한 관람객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나 액침냉각의 효율성 등 구체적인 기술 지표를 질문하며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는 '스마트 관람객'들이 주를 이뤘다. 대학생 동아리가 방문해 소부장 기업들의 부스를 하나하나 관람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현장에서 만난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업황은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이제 대중은 단순히 '전기차용 배터리'를 넘어 로보틱스와 AI 시대를 뒷받침할 기술로 배터리를 바라보고 있다"며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관람객들의 열기가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더 공격적인 전략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인터배터리는 역대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다. 14개국 667개사가 참여해 2382부스 규모로 꾸려진 전시장에는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전 세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