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경제 90%에 AI 이식"
추격자에서 규범·표준 제정자로
15·5기간 한중 경협도 AI에서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요동치는 대혼동의 국제 정세 속에서 열린 2026년 중국 양회(전인대·정협)가 9일간 일정을 마치고 12일 막을 내렸다. 올해 양회는 단순한 연례 정치 행사를 넘어 '중국 굴기의 업그레이드 비전'을 대내외에 과시한 회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양회 자리를 빌어 중국은 지난 40여 년간 유지해온 '속도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질적 성장'과 '기술 자립'이라는 새로운 국가 생존 전략을 공식화 했다. 특히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15·5 계획)의 원년인 올해 중국은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첨단 산업에서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기술 대도약의 야심을 보다 분명히 드러냈다.
우선 주목되는 것중 하나는 경제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다. 더이상 숫자에 매달리지 않고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는 게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제시한 올해 제시한 4.5%~5%라는 구간 성장 목표치는 매우 상징적이다. 과거 8% 이상의 '바오바(保八)'에 집착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부동산 중심의 레버리지 성장에서 탈피, 양적 팽창보다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선언이다.
실제로 중국이 이번 양회에서 강조한 '투자 구조조정'은 파격적이다. 부동산 등 전통적 인프라 투자를 과감히 축소하는 대신, 디지털 인프라와 민생 분야로 국가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 내수 소비 여력을 키우겠다는 비전은 중국이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을 미국식 소비 주도형 구조로 바꿔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양회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이다. 시진핑 지도부는 과학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초고효율 혁신 생산력을 국가 부흥의 열쇠로 꼽았다. 이에대한 중국의 열의는 전인대 폐막일인 12일 확정된 15·5 계획 초안에 'AI'라는 단어가 무려 52번이나 등장했다는 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은 지능형 AI 중심 경제 전환을 기반으로 하는 'AI 플러스(+)' 전략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격상시켰다. 15.5 계획 종료의 해인 2030년까지 중국 경제 사회의 90%에 AI 기술을 적용해 전 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을 대혁신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양자기술, 바이오제조, 저고도경제, 6G, 수소 에너지 및 핵융합 등 6대 첨단 분야 프로젝트는 중국이 더이상 추격자가 아닌, 규범 제정자로서 21세기 기술 최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의 미국 경제 추월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를 뒤흔드는 중국, 중국의 글로벌 경제 위상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에게 더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중국이 기술 자립과 내수 중심의 성장을 지향한다는 것은 과거 '중간재 수출' 위주의 한중 무역및 경협 구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수 확대, 기술 자립'의 시대에 맞는 새 공존 방안을 찾는 일이 시급해졌다.
무엇보다 중국이 큰 아젠다로 내건 '신질생산력' 정책을 주시하면서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을 설계하고 구축해나가야 한다. 특히 중국 AI+ 전략에 맞춘 첨단 기술 분야 협력이 중요하다. 중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AI, 바이오,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공동 R&D와 표준화 협력을 통해 기술 우위와 시장 지배력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15.5 계획의 핵심 전략으로 내건 '내수 확대' 정책과 관련해 우리는 기술 서비스와 소비재 시장에 대한 새로운 기회 요인을 모색할 수 있다. 투자 구조조정과 함께 부동산 레버리지 대신 '사람'에게 투자하는 중국의 정책 변화는 내수 시장을 키울 것이고, 이는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양회 개막 직전에 터진 미국 이란 전쟁의 국면에서도 확인되듯 공급망 불안 등 대외적 리스크에 대한 협력 체제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시장과 함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의 산업 협력 채널을 공고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2026년 양회가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두뇌'가 되려고 한다. 몸집만 컸던 중국이 'AI 플러스' 전략을 통해 '스마트한 공룡'으로 변신하려고 한다. 하지만 불편해할 일도, 부러워할 일도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새로운 협력과 공생의 길을 찾아가면 된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