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5조, 리딩뱅크 입지 확고…주주환원 등 실적 무기
연임 가능성 커, 회추위 공정성과 이사회 독립성 제고 관건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KB금융지주가 다음 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하며 양종희 회장의 연임 여부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탄탄한 실적과 주주환원 성과로 연임 가능성은 크지만, 상법 개정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압박이라는 변수가 맞물리며 복잡한 셈법이 펼쳐지고 있다.
27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이르면 4월 중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할 예정이다. 양종희 회장의 임기가 올해 11월 만료되는 만큼, 회추위는 연임 여부를 포함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추위 가동이 단순히 양 회장 개인의 거취를 넘어 KB금융 지배구조 전반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대 무기 실적, 최초 순이익 5조원 시대 속 리딩뱅크 입지 다져
양종희 회장 체제에서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순이익 5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약 5조원을 웃돌며 리딩뱅크 입지를 공고히 했다. 비이자이익 확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글로벌 사업 고도화 등 양 회장의 전략적 성과가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눈에 띄는 성과로 꼽힌다. KB금융은 밸류업 프로그램 기조에 발맞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확대하고 배당 성향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주주친화적 행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논의에서도 모범 사례로 자주 거론됐다.
이 같은 재무적 성과만 놓고 보면 양 회장 연임의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변수는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안팎의 압박 거세
문제는 외부 환경이다. 국내 금융권 지배구조를 둘러싼 제도적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시기에 회추위가 가동된다는 점이 핵심 변수다.
우선 상법 개정안이 촉각을 세우게 한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 논의가 국회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의 CEO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와 사외이사의 독립성, 주주 의견 반영 구조가 더욱 엄격하게 들여다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압박도 간과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4월 중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연임에 성공한 진옥동 신한금융, 임종룡 우리금융,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과 달리 양종희 회장은 처음으로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 구조 하에서 연임 절차에 들어간다.
구체적인 안들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내부 승계 문화와 현직 CEO의 영향력이 사실상 후임자 선임 과정에 미치는 구조적 문제를 시정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왔다. 여기에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다양성 등도 요구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작업은 개별 금융지주 인사나 특정 주주총회 대응이 아니라 한국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큰 틀을 다시 정비하는 과정"이라며 "정부의 최종 방향이 확정·발표되면 금융지주들도 법 시행 전이라도 그 방향에 맞춰 준수하고 이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기조는 법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지배구조 개선안이 양 회장 회추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높인다. 회추위가 절차적 독립성과 투명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회추위 구성 및 사외이사 독립성, 관전 포인트
회추위 구성과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이번 프로세스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되며, 회추위 역시 사외이사들이 주도하는 구조다. 그러나 현직 CEO 연임 심사라는 특수성상,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외부 후보군과의 비교 심사를 보다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형식적인 복수 후보 검토가 아닌, 내외부 후보를 동등한 조건에서 평가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비단 KB금융만의 과제가 아닌, 국내 금융지주 전반이 직면한 공통 숙제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양종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실적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는 데다, 임기 중 추진해온 비은행 강화와 글로벌 전략이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교체보다는 연속성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회추위가 지배구조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안팎의 압박 속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연임 자체보다 그 과정이 더 큰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결국 양 회장 연임의 성패는 실적이 아닌 '어떻게 뽑혔느냐'에서 갈릴 수 있다는 말이다.
KB금융 회추위 가동은 단순한 인사 이벤트가 아니다. 상법 개정과 금융당국 압박이라는 제도적 전환점에서, 국내 최대 금융지주가 지배구조의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 결과는 KB금융을 넘어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 전반의 이정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