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넬리시아 로우 감독이 8일 영화 '피어스'를 개봉했다.
- 살인수감 형과 펜싱 선수 동생이 재회하며 신뢰 붕괴를 그린다.
- 즈지에가 형 코칭으로 성장하며 진실을 마주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믿음'이라는 프레임 뒤에 숨겨진 불안한 진실을 찌르다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찢어지는 여인의 비명 소리가 무색하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아이를 응시하는 형의 얼굴은 끝내 드러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기에 더 서늘한 오프닝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넬리시아 로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은 살인 혐의로 수감됐던 형 '즈한'과 그의 결백을 믿는 고등학생 펜싱 선수 동생 '즈지에'가 재회하며 벌어지는 심리 서스펜스다. 영화는 인간의 가장 견고한 감정인 '신뢰'가 사실은 얼마나 위태로운 모래성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형의 그림자를 뚫고 마주한 진실...소년 '즈지에'의 내면적 도약
영화는 단순히 형제의 대립에만 머물지 않고 주인공 즈지에의 내면적 성장에 주목한다. 형의 수감 이후 즈지에의 삶은 위축 그 자체였다.

형의 출소로 인한 어머니의 불안과 형과의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그는 촉망받는 선수로 인정받지 못한 채 주눅 들어 있었다.하지만 출소한 형과의 재회는 즈지에에게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 된다.
형의 코칭 아래 펜싱 실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점점 형의 내면을 도망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주눅 들었던 소년이 불안한 진실 앞에서 비로소 자신의 주관을 세워나가는 모습은 이 영화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한 인간의 치열한 내면적 도약임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왜 믿는가"...일상의 균열이 낳은 날카로운 서스펜스
영화가 선사하는 서스펜스의 실체는 범죄의 진상을 파헤치는 '진실 게임'이 아닌 견고했던 신뢰가 무너져 내리는 '붕괴의 과정'에 있다. 다시 시작된 일상 속 형의 사소한 언행과 미묘한 표정 변화에서 시작된 이질감은 즈지에의 마음속에 의심의 씨앗을 뿌린다.

관객은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연스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의 믿음은 과연 근거 있는 확신인가 아니면 내가 만든 허상인가.'
이러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은 감독의 실제 목격담과 자전적 고백에 뿌리를 둔다. 넬리시아 로우 감독은 2014년 타이베이 지하철 참사 당시 가해자 가족이 보여준 상반된 태도, 즉 범죄자를 비난한 부모와 끝까지 형을 비호했던 동생의 모습에서 강렬한 영감을 얻었다.
여기에 자폐를 앓는 오빠와의 관계에서 감독이 직접 경험한 '사랑의 불확실성'과 '일방적 확신의 고통'은 영화 속 즈지에의 감정선으로 고스란히 전이되어 극의 리얼리티를 확보한다.
◆국대 펜서의 감각과 '살인의 추억'이 빚어낸 미장센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감독의 독창적인 미장센이 단연 돋보인다. 감독 스스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연출적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만큼 긴장감이 고조될 때 인물의 표정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클로즈업 등 관객을 압도하는 연출 기법이 곳곳에 녹아 있다.

여기에 5년간 펜싱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감독의 이력이 더해져 서로의 전략을 분석하고, 찰나의 움직임을 예측해야 하는 펜싱의 본질을 인물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표현하는 장치로 완벽히 치환해냈다. 칼끝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형제간의 믿음과 의심이 충돌하는 파열음처럼 들리는 이유다.
우리는 흔히 사랑한다면 끝까지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는 묻는다. 살인 혐의와 비극적인 사고라는 참혹한 '프레임'이 씌워진 상황에서 그 믿음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피어스'는 그 무거운 한계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을 서늘하게 경고하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