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서울가정법원이 4일 소년 보호 재판의 원칙과 인프라 한계를 설명했다.
- 6호 아동 보호 치료 시설·전문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적절한 처분 대신 소년원 송치가 늘고 있다.
- 촉법소년도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며, 연령 하향보다 예방·교육과 시설·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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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6호 시설 부족해 중간처우 대신 소년원…지원 단가는 2009년 이후 동결
보호소년 40~50% 정신질환치료 필요…계약의사 제도는 하위규정 없어 '사문화'
[편집자 주] 일반 국민에게 법원은 '판결을 내리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가정 법원은 판결 이전부터 사건 당사자의 갈등을 조정하고, 아이들의 복리를 살피며 보호처분 이후 사회 복귀까지 지원하는 회복적 사법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뉴스핌은 총 3부작을 통해 소년 보호 재판, 면접 교섭 센터, 가사 조사관 등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가정 법원의 현장을 조명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회복을 지원하는 법원의 역할을 심층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6호 처분(소년법상 보호 처분)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보호 소년도 시설에 자리가 없어 소년원 송치 처분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지만, 소년 보호 재판 현장에서 먼저 지목하는 문제는 처벌 연령이 아니라 처분을 감당할 '인프라'다.
뉴스핌은 지난 4일 소년 보호 재판을 담당하는 안복열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와 소년 조사 실무를 맡은 김경아 소년 조사관을 만나 소년 보호 재판의 원칙과 현장의 한계를 들었다.
소년의 비행 정도와 재비행 가능성에 맞는 처분을 내리려 해도 이를 집행할 보호 시설과 치료 기관, 전문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재판부가 선택할 수 있는 처분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회 내 처우와 소년원 송치 사이의 '중간 처우'에 해당하는 6호 아동 보호 치료 시설이 부족해, 소년원보다 낮은 단계의 처분이 적절한 소년까지 소년원으로 보내지고 있다. 동시에 정신질환이나 자해 위험이 있는 보호 소년은 늘고 있지만, 시설 내 의료·심리 인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같은 비행도 처분 달라져…"처분 이후 집행감독·사후관리"
일반 형사 재판이 범죄 사실과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소년 보호 재판은 소년의 회복·개선 가능성과 재비행 위험을 중심으로 처분을 결정한다.
안 부장판사는 "소년의 회복·개선 가능성과 보호자의 보호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밝혔다. 비행 전력과 교우 관계, 생활 환경, 보호자의 보호 의지와 보호력이 판단의 축이다. 고려 비중은 재비행 가능성이 가장 크고, 보호자의 양육 태도와 보호력을 포함한 가정 환경, 학교 생활이 뒤를 잇는다는 게 안 부장판사의 설명이다.

같은 비행을 저질렀더라도 초범인지 재범인지, 기존 보호 처분 전력이 어떠한지, 범행 수법과 죄질이 어떤지에 따라 처분은 달라진다.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를 회복하려 했는지, 보호자가 소년을 실제로 돌볼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도 판단 요소다.
조사 보고서에는 소년의 가정·생활 환경과 학교 생활뿐 아니라 비행에 이르게 된 경위, 재비행 위험성, 소년과 보호자의 진술 내용과 태도가 담긴다. 조사관이 확인하는 것은 비행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소년의 출생과 발달 과정, 연령에 따른 인지·학습 수준, 또래 관계, 사회적 행동과 정서적 특성까지 폭넓게 살핀다. 이 과정에서 소년 조사관의 조사 보고서는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김 조사관은 "소년의 성장 과정과 비행 경위, 과거 비행 전력, 비행 이후의 태도, 보호자의 보호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비행 가능성을 파악한다"며 "각 소년의 특성에 맞춰 재범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인 보호 처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안 부장판사는 "보호자의 보호 의지와 보호력, 비행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개선 의지는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고려해 처분 수위를 조절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보호처분 이후에도 집행감독을 통해 재비행을 예방하고 보호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지속하고 있다.
◆ 여자 6호 시설은 서울 수탁 기관 2곳뿐…"갈 곳 없는 비행소년"
문제는 소년의 상태에 적합한 처분이 있어도 이를 집행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소년법상 보호 처분은 보호자 감호 위탁인 1호 처분부터 수강명령·사회 봉사 명령, 보호 관찰, 시설 위탁, 병원·요양소 위탁, 소년원 송치까지 단계별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6호 처분은 아동복지법상 아동 보호 치료 시설 등에 소년의 감호를 위탁하는 처분이다. 보호 소년은 통상 6개월간 민간 시설에서 생활하며 인성교육과 생활습관 교정, 비행 예방 교육, 예체능 활동을 받는다. 가정과 지역사회에 그대로 두는 처분보다는 강하지만 소년원 송치보다는 낮은, 사회 내 처우와 시설 내 처우를 잇는 중간 단계다.
전국 아동 보호 치료 시설은 2025년 새로 위탁 기관으로 지정된 화성청소년창업 비전센터를 포함해 12곳이다. 기존 11개 시설의 정원은 537명이며, 2024년 한 해 입소한 아동은 832명에 달했다. 성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제한된다. 서울 가정 법원이 이용하는 6호 수탁 기관은 남자 보호 소년 대상 5곳, 여자 보호 소년 대상 2곳뿐이다.
안 부장판사는 "수년 전부터 여자 보호 소년의 비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여자 6호 시설 부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여자 보호 소년을 전담하는 서울 소년 분류 심사원 안산 지원이 올해 상반기 개원했지만, 중간 처우를 담당할 여자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결국 재판부가 6호 처분이 적합하다고 판단해도 자리가 없으면 소년원 송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소년의 비행 정도와 회복 가능성이 아니라 시설의 수용 여력이 처분 수위를 좌우하는 셈이다.
예산도 현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법원 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소년 보호 부가 처분 비용 지원 예산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7800만 원이었다. 2025년과 2026년에는 각각 2억 6200만 원으로 늘었고, 2027년도 요구액은 6억 800만 원이다. 전년도보다 3억 4600만 원 증액을 요구한 규모다.
이 예산은 소년법 제32조의2에 따라 보호 관찰 처분과 함께 부과되는 대안 교육, 소년의 상담·선도·교화와 관련된 단체나 시설에서의 상담·교육, 보호자가 소년원·소년 분류 심사원·보호 관찰소 등에서 받는 특별 교육 비용을 지원하는 항목이다.

법원 행정처는 2009년 이후 물가와 임금 상승을 반영한 현실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간당 1만 원인 단가를 2만 원으로 올리기 위해 2027년도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개별 수탁 기관에 지급되는 지원 단가 역시 2009년 이후 동결돼 있다. 법원이 지급하는 비용은 일반 또는 경찰 위탁 보호위원에게 맡기는 1호 처분이 월 5만 원, 신병 인수 위탁 보호위원이 월 50만 원이다. 2호 수강·상담 시설은 시간당 1만 원, 6호 아동복지시설은 소년 1명당 월 30만 원이다.
물가와 인건비, 프로그램 운영비는 올랐지만 지원 기준은 10여 년 가까이 그대로다. 시설들은 보호 소년의 생활 지도와 상담, 의료 기관 동행,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부족분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고 있다.
보호시설과 전문인력 확충에 투입되는 예산은 장기적으로 재비행과 성인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보호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투자라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 정신과 치료 필요한 소년 40~50%…법상 계약 의사는 10년째 멈춰
보호 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도 소년 사법이 마주한 과제다.
법원과 시설 자료를 종합하면 6호 처분을 받은 보호 소년 가운데 신경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비율은 약 40%에 이른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 질환을 앓는 소년까지 포함하면 현장에서는 약 50%로 본다. 안 부장판사는 "정신 질환이 있거나 자해 또는 자살 시도를 반복하는 보호 소년이 증가하고 있다"며 전문 치료·상담 기관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설 내 전문 인력은 부족하다. 정원 100명인 대전 효광원에 배치된 임상 심리사는 아동복지법 시행 규칙에 따라 1명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시설은 보호 소년을 데리고 외부 정신 건강 의학과를 찾는다. 기관별로 월 1~2회 통원 치료가 이루어지며 한 번에 적게는 7~8명, 많게는 15~18명이 병원을 방문한다.

통원 치료에는 반나절 이상이 걸린다. 교육 일정이 중단되고 인솔 인력도 여러 명 필요하다. 이동 중 소년이 이탈할 위험도 있다. 문신 등 외모를 이유로 다른 환자의 민원이 발생하거나 일부 병·의원이 진료를 꺼리는 사례도 있다. 의료 기관을 새로 찾는 과정에서 치료가 끊기기도 한다.
현행 아동복지법과 시행령은 정원 30명 이상 아동 보호 치료 시설에 의사 또는 계약 의사 1명을 두도록 규정한다. 계약 의사가 시설을 직접 방문해 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 이상 지나도록 보건복지부 고시와 운영 규정, 진료비 산정 기준 등 하위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의료 기관 밖 진료를 제한하는 의료 법 제33조 위반 가능성을 우려한 의사들이 방문 진료에 나서지 못하면서 제도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아동 보호 치료 시설과 소아정신과 전문의 단체의 간담회에서는 방문 진료를 희망하는 전문의도 다수 확인됐지만 세부 규정이 없어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 "촉법소년도 소년원 간다"…연령 하향보다 필요한 것은 예방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둘러싼 논쟁의 출발점에는 '촉법소년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하지만 소년 보호 재판 현장은 이를 가장 큰 오해로 지적하며, 연령 하향보다 보호 처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예방·교육 체계 강화가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년법상 촉법소년은 임시 조치로 소년 분류 심사원에 최장 2개월간 위탁돼 교육과 분류 심사를 받는다. 긴급한 경우 긴급 동행 영장으로 곧바로 위탁할 수도 있다. 보호 처분으로는 10~11세 소년이 최장 6개월의 9호 소년원 송치, 12세 이상은 최장 2년의 10호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소년원장의 변경 신청이 있으면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안 부장판사는 연령이 낮아지더라도 보호처분 과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촉법소년이라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라며 "그보다는 촉법소년도 소년원 송치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법률교육과 홍보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민인식제고 및 통합적 관리를 위한 전담부서 설치 및 궁극적으로 소년형사처분과 보호처분이 통합적으로 가능한 소년전문법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강간·추행 범죄보다 인공지능과 SNS를 이용한 딥페이크 영상물 제작·소지·유포 등 신종 디지털 성범죄가 늘고 있다. 무인화·자동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SNS 이용 연령 하락도 저연령 소년 비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 부장판사는 준법의식과 사회 규범 교육 기회 확대, 디지털 윤리 교육 실시,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 같은 제도적 개선이 연령 하향보다 효과적이라고 봤다. 특히 13~14세 소년은 사춘기와 맞물려 가출과 비행을 반복하고, 가정과 학교의 통제를 벗어나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다. 부모에 대한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안 부장판사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집중적인 교육과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지만 이를 담당할 수탁 기관이 부족해 적절한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 소년의 교화와 교육, 재사회화는 엄중한 처벌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미성년자인 보호 소년이 일상생활로 복귀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려면 보호자와 사법부, 사회가 포기하지 않고 함께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