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지원 감독이 28일 ‘비광’으로 8년 만에 돌아왔다고 밝혔다.
- 그는 5년간 준비한 작품에 여성 연대와 가족 서사를 담았다고 했다.
- 하지원·김해숙·김시아 캐스팅과 할머니 모티브를 살렸다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미쓰백'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이지원 감독이 '비광'으로 더 확장된 여성 연대와 서사를 준비했다. 아버지 류승룡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 그 중에서도 여자들의 감정선이 빼곡하게 담겼다.
이지원 감독은 '비광'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영화를 준비한 지 5년 만에 드디어 선보이게 된 소감을 밝혔다. 영화를 향한 열정과 집념, 집착, 끝까지 붙들고 들여다보는 진심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제 사주가 안좋은지, '미쓰백' 끝나고선 영화 만드는 게 좀 쉬워질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닥쳤어요. 그때 배급사들이 다 문을 닫기도 했고요. 배급사 찾는 데 오래 걸렸고, 중간에 '클라이맥스'를 갔다오느라 다 겹쳐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도 오래도록 이 영화를 들여다보니 시야도 좀 넓어지고, 시리즈를 갔다오니 편집에서 안보이던 지점도 보이고요. 원판을 바꿀 수는 없으니 최대한 머리 한 번 더 만져주는 느낌으로 끝까지 작업을 했어요."

하지원과 연이어 두 작품을 함께 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지만 처음에 그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는 류승룡의 한 마디였다. 이지원 감독은 "류승룡의 와이프는 누가 어울릴까 하는 게 숙제였다"면서 남미 역을 찾아나섰던 당시를 떠올렸다.
"류승룡 선배가 지나가듯이 하지원 씨 말씀을 하셨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담보', '해운대', '초콜릿' 등 같은 작품 하셨고, 지금보다 훨씬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여서 날선 이미지가 딱 떠오르진 않았죠. 뒤집에서 생각해보니 '미쓰백' 때 한지민 씨도 그런 이미지가 없었던 걸 제가 발견해서 만든 것처럼, 하지원 씨도 예전에 '발리에서 생긴 일' 할 때라든지 처연한 느낌의 연기도 생각났고요. 고리가 딱 하나 걸리니까 만나서 또 얘기를 하게 됐고 함께 찾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더라고요."
이 감독은 '비광' 시사 날 하지원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린 일화가 알려지면서 영화에 대한 진심과 두 사람의 깊은 친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배우들도 다 갑자기 개봉한다고 했을 때 믿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원 씨가 얼마 전에 장문의 문자를 하나 보냈는데 진짜 감독님 제가 이 영화 얼마나 사랑했는지 관객분들이 좀 진짜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적었었어요. 배우들도 개봉이 안믿겼던 게 너무 바랐던 일이 현실에 닥치면 현실감이 없잖아요. 하지원 씨도 '비광' 때 아무 미련 없이, 너무 사랑해서 찍은 것 같다고 하시면서 시사 날 아침에 제가 눈물이 터졌을 때도 아무 놀라는 반응도 없이 바로 안아주더라고요. 다 알겠다는 듯이. 하지원 씨와 연달아 두 작품 하기도 했고,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게 있어서 전우애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하지원 외에 김해숙이 연기한 어머니 캐릭터인 기식은 이 감독의 실제 할머니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인물이다. 이 감독은 "할머니가 완전히 여장부셨다"면서 그분의 인생을 지켜봤던 기억, 또 너무도 할머니를 닮아버린 자신의 모습 역시도 영화 속 캐릭터에 모두 녹아들었다고 했다.
"완전 여장부에, 김해숙 선생님이랑 풍채도 비슷하셨고 캐릭터도 진짜 비슷했어요. 할머니에 대한 약간 애정과 그리움이 담긴 캐릭터이기도 한 것 같아요. 기식이 집에 장롱 열면 비싸고 아까워서 못입고 막 묶어놓은 것도 똑같고, 집 내부도 할머니 집을 그대로 떠올려서 도면을 그렸어요. 남편이 빚을 져서 그걸 다 갚으면서 살면서 한 칸씩 늘려서 세로로 길어진 집이죠. 영화 보신 분들이 되게 리얼하다고 느끼시는 부분이 실제 할머니를 모델로 했기 때문에 그런 지점도 있는 것 같아요. 할머니가 실제로 부산의 팔각회 사무총장이셨어서 극중 기식이 칠각회에 속해있는 설정도 나왔죠."
김해숙이 연기한 기식을 비롯해 김선영의 지숙, 김영민의 성명 등 중구(류승룡)의 가족은 딸 동주(김시아)에게 찾아온 위기의 순간에 온갖 궁상을 떤다. 가족을 위하는 일이지만 남들 보기에 창피할 만큼 현실적인 순간도 있다. 이런 부분이 감독의 현실적인 경험과 함께, 배우들의 실제 모습에서 조금씩 묻어나와 인상적인 캐릭터와 신을 완성했다.
"진짜 기식의 대사 중에 할머니가 했던 대로 '절대 기 죽으면 안 된다' 이런 말도 있고, 다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맨날 하시던 말이잖아요. 아이고 우리 귀한 집 자식이. 지숙의 대사들도 제가 할 법한 말들 같아요. 지숙도 저도 K장녀거든요. 기식이라는 캐릭터가 진짜 김혜숙이 창조해 낸 면도 진짜 되게 많다고 느낀 부분도 있고요. 대본을 쓸 땐 할머니 생각을 하고 썼지만, 선생님이 캐스팅 되고선 또 그 느낌으로 고친 부분도 있기도 해요."

영화에선 다섯 명의 가족이 모여, '비광' 같은 역할을 하는 패 하나가 들어와 결국 최후의 힘을 발휘한다. 감독은 각 캐릭터를 모두 비광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주인공 중구에 대한 중심은 확고히 해두었다. 중구가 죽어도 하고싶지 않았던, 딸 동주를 위해 해야만 했던 굴욕적인 신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을 듯하다.
"무슨 히어로물을 쓴 것도 아니고, 드라마 베이스의 영화에서 아빠라는 존재가 할 수 있는 가장 치욕적이고 힘든 일은 자신의 원수한테 가서 고개를 숙이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막 싸워서 뭘 가져올 것도 아니고요. 그런 구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곽창기란 캐릭터를 세팅했고, 자신을 무너뜨렸던 사람한테 결국 찾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그렇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드라마로 줄 수 있는 아이러니를 살리고 싶었죠."
동주 역의 김시아를 '미쓰백'에 이어 다시 캐스팅하면서, 그의 눈빛에 담겨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이 영화에서도 빛을 낸다. 동주는 진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처럼, 아무런 말이 없이 아빠 중구의 마음을 좇는다. 기식도, 남미도, 지숙도 그런 동주의 마음을 다 안다. 이지원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릴 만한 김시아의 출중한 연기력이 '비광'의 가족들을 하나로 이어줬다.
"동주는 무조건 시아를 염두에 두고 썼는데 시아가 실제로 그렇게 말을 안하고 눈빛으로 사람을 살펴요. 마치 어린 부처 같다고 할 정도로요. 얘기 안해도 나는 네 마음을 다 안다. 어떤 고통을 가지고 있는지 다 이해해. 그런 눈빛으로 쳐다봐요. 중구에게, 또 서로 미안해하는 그 얘기를 하지 못하지만 둘이 닮은 점이 있죠. 중구도 맹수 안의 유약함이란 말로 표현을 하게 돼요. 너무 사랑하지만 얘가 눈치를 살피고 있는 걸 알기 때문에 덩달아 그럴 수밖에 없는 부녀 관계를 그리게 된 것 같아요. 감독이 여자라 그런지 현장에도 여자 스태프들이 꽤 많았는데 촬영하면서 여자들의 연대가 나오는 장면에선 많이들 울기도 했죠. 모든 캐릭터가 다 비광이라 생각해요. 기식도, 지숙도, 중구도 모두가 자신이 비광이라 여기고 있을 거고요. 보다 보면 가족들과 닮은 점을 찾을 수 있는 영화라 편하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