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농협은 지난달 27일 천안 오이농가에 보급형 스마트팜을 소개했다
- 임종한 씨는 휴대전화로 하우스 개폐와 관수를 원격 제어했다
- 농협은 올해 보급형 스마트팜을 약 2500농가로 확대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신축 대신 기존 시설에 ICT 접목…농협사업 농가 부담 25%
작년 977곳서 올해 2500곳 목표…생산·소득 효과 검증 과제
[천안=뉴스핌] 김기랑 기자 = "예전에는 다른 곳에 있다가도 하우스를 확인하기 위해 농장에 다시 와야 했어요. 지금은 멀리서도 휴대전화로 하우스를 살펴보고 물까지 줄 수 있어 훨씬 편해졌습니다"
지난달 27일 찾은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의 한 오이 농장. 한낮의 햇볕이 비닐하우스 위로 내리쬐는 가운데 농장주 임종한 씨가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몇 차례 눌렀다. 잠시 뒤 하우스 측면의 개폐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수 시간과 공급량도 휴대전화 화면에서 설정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농민이 직접 농장을 찾아 하우스 내부 온도를 확인하고 창을 여닫거나 물을 줘야 했지만, 지금은 집이나 외부에서도 폐쇄회로(CC)TV로 작물 상태를 살피고 휴대전화로 주요 시설을 제어할 수 있다. 농사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임 씨의 오이 농장은 기존 비닐하우스에 센서와 자동 개폐기, 관수 장치 등 꼭 필요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농협의 '보급형 스마트팜'이다. 수억원이 드는 첨단온실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시설을 그대로 활용해 중소·영세농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스마트농업을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977곳이었던 보급형 스마트팜 지원 농가를 올해 약 25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농가의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춰 스마트팜의 문턱을 낮추고, 농촌 고령화와 영농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 농장 밖에서도 하우스 여닫고 물 공급…휴대전화 하나로
임 씨가 운영하는 오이 농장은 약 800~900평 규모다. 올해로 5년째 오이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농협 지원사업을 통해 약 한 달 전 원격제어 장비를 설치했다.
휴대전화에는 하우스에 설치된 제어기와 같은 화면이 표시됐다. 화면에서 버튼을 누르면 비닐하우스 측창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관수 시간과 공급량도 설정할 수 있다. 농장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작물과 시설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이는 온도 변화에 민감해 하우스 개폐 시기를 놓치면 생리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봄철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 농민이 수시로 내부 온도를 확인하고 개폐기를 조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농민의 판단 없이 모든 시설이 기상 조건에 따라 완전히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은 아니다. 갑자기 비가 온다는 이유로 하우스를 모두 닫으면 내부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는 등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센서와 CCTV로 상황을 확인한 농민이 원격으로 개폐기와 관수 장치를 제어하는 방식에 가깝다.

임 씨는 "날씨에 맞춰 시설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보다 농장 상태를 확인한 뒤 제가 직접 원격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오이는 생리장애가 많이 발생해 온도 관리가 중요한데, 봄처럼 일교차가 클 때 효과를 많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을 도입하기 전에는 물을 주기 위해 관수 장치를 켜 놓고 작업이 끝날 때까지 농장에 머물러야 했다. 외부에 있다가도 하우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농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관수 시간과 공급량을 미리 설정하면 장비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농장에서 떨어진 천안 시내에 머물 때도 휴대전화와 CCTV를 통해 하우스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임 씨는 "예전에는 다른 곳에 있다가도 농장에 다시 왔다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지금은 멀리에서도 하우스를 확인하고 물을 줄 수 있어 농장에 머무는 시간과 노동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 1000만~1500만원으로 기존 하우스 전환…필요한 기능만 선택
농협이 보급형 스마트팜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기존 스마트팜의 높은 초기 투자비가 있다.
농협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온실 면적 5만5000헥타르(ha) 가운데 스마트팜으로 전환된 면적은 16%에 그쳤다. '2024년 스마트농업 실태조사'에서도 스마트농업 도입의 주요 애로사항으로 초기 투자비 부담을 꼽은 응답이 52.3%에 달했다.
중소·영세농은 스마트팜 기술과 제품에 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데다 모든 기능을 갖춘 시설을 한꺼번에 도입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실제 영농에 필요하지 않은 복잡한 기능까지 익혀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에 농협은 기존 시설하우스와 노지에 농가가 선호하는 최소한의 필수 ICT 장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보급형 모델을 설계했다. 농협은 지난 2021년 딸기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농가의 시설과 재배환경에 따라 필요한 기술을 유형화해 왔다.

보급형 스마트팜은 ▲환경제어형 ▲양액제어형 ▲관수제어형 ▲복합환경제어형 등 4개 모델로 나뉜다.
환경제어형은 온·습도와 이산화탄소, 강우량 등을 측정하는 센서와 CCTV를 설치해 하우스 내부 환경을 원격으로 확인하고 제어하는 방식이다. 양액제어형은 산도(pH)와 전기전도도(EC) 등을 측정해 작물에 공급하는 영양분을 조절한다.
관수제어형은 토양 수분 등을 토대로 물과 비료의 공급 시간과 횟수를 원격으로 제어한다. 복합환경제어형은 하나의 제어기로 하우스 환경과 양액·관수시설을 함께 관리하는 모델이다.
농가당 설치비는 환경·양액·관수제어형이 약 1000만원, 복합환경제어형이 약 1500만원 수준이다. 하우스 4개동을 연결하는 것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으로, 시설 형태와 하우스 위치, 기존 개폐기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임 씨 농장에는 하우스 환경을 확인하는 센서와 CCTV, 자동 개폐기, 관수제어 장치 등이 설치됐다. 과거에는 개폐기를 원격으로 조작하는 일부 기능만 이용했지만,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관수시설까지 연결했다.
임 씨는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개폐 기능만 갖춘 장치를 설치하는 데도 약 400만원이 들어 농가가 개별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부담이 컸다"며 "이번에는 농협의 지원을 받아 개폐기뿐 아니라 관수시설까지 갖출 수 있어 혜택을 크게 봤다"고 말했다.
◆ 농협이 사업비 75% 지원…지역 보조 더하면 농가 부담 낮아져
농협은 정부·지방자치단체 사업과 자체 사업을 병행해 보급형 스마트팜을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자체 사업은 공동선별회와 공동출하회 등 지역농협 생산자조직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이다. 선정된 생산자조직에 소속된 농가는 전체 사업비의 25%를 부담하면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다. 나머지 75%는 농협이 부담한다.
지역농협이 사업을 신청하면 농협경제지주가 정량·정성 평가를 거쳐 대상을 선정하고 협력업체를 연결한다. 이후 시설 설치와 점검, 사후관리까지 지원한다. 정부 실증사업 등을 통해 검증된 업체와 계통계약을 맺어 장비 품질과 사후관리도 보증한다.
천안 사례는 지자체가 사업비 일부를 추가로 지원해 농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을 일반적인 25%보다 더 낮췄다. 기존 하우스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하고 싶지만, 초기 비용 때문에 망설이던 농가의 참여를 끌어낸 배경이다.

농협은 생산자조직 지원 외에도 품목협의회·대표조직 연계사업과 금융·경제 협력사업을 통해 중소농과 청년농의 스마트팜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사업에도 농협과 협력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농협은 지난해 정부 공모에 선정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사업비의 20% 이내를 지원해 약 400농가에 스마트팜을 보급했다. 자체 사업을 통해 지원한 약 600농가를 더하면 지난해 보급 실적은 총 977농가다.
이는 2024년 234농가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관련 사업비도 같은 기간 20억원에서 83억원으로 증가했다.
농협은 올해 정부 사업으로 849농가, 자체 사업으로 1600농가 등 총 2449농가에 스마트팜을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체 사업비는 정부 사업 179억원과 농협 사업 200억원 등 379억원 규모다. 농협은 이를 약 2500농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노동 부담은 줄었지만 생산량 효과는 아직…데이터 축적 과제
보급형 스마트팜의 가장 분명한 효과는 농민의 이동과 노동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농장과 주거지가 떨어져 있거나 여러 하우스를 운영하는 농가, 새로 농업에 진입한 귀농·청년농에게 원격 확인·제어 기능의 활용도가 높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임 씨는 "처음에는 이걸 왜 설치하느냐고 했던 농민들도 실제로 사용한 뒤에는 만족도가 높았다"며 "귀농한 농민들은 집과 농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멀리서 농장 상태를 보고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편리하게 느낀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추가 자동화가 필요한 작업도 남아 있다. 현재 임 씨 농장에서는 개폐와 관수는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지만 환풍기와 냉방용 스프링클러, 양액 공급, 영양제 살포 등은 별도로 작동하거나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

임씨는 "여름철에는 하우스 내부 온도를 낮추는 것이 어려워 환풍기나 스프링클러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하면 좋을 것 같다"며 "양액 공급과 영양제 살포, 무인 방제까지 자동화하고 싶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농가가 개별적으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농협은 시설 보급 이후 농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스마트팜 컨설팅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찾아가는 스마트농업 데이터 활용 교육'을 통해 농가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온실 환경을 분석하고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역별 현장점검과 사후관리, 농가가 간단한 고장에 직접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자가조치 매뉴얼 보급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보급형 스마트팜에서 수집한 생육·환경 데이터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선별·판매 정보와 연결할 계획이다. 농가별 재배환경과 생산량, 품질, 출하시기 등을 분석해 맞춤형 영농 솔루션을 제공하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데이터로 연결된 정밀농업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보급형 스마트팜은 농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돈 버는 농업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열쇠"라며 "농가의 부담을 줄이는 보급형 스마트팜 확대를 통해 한국형 미래농업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