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연상호 감독이 18일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 ‘실낙원’은 아들을 잃은 엄마 앞에 돌아온 아들로 시작되는 심리스릴러다.
- 연 감독은 AI와 현실의 선택을 묻는 작품이라며 개봉을 앞뒀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얼굴' 이어 저예산 제작…오는 10월 21일 개봉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세계 관객을 만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실낙원'이 국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첫발을 뗐다.
18일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앞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국내 개봉을 앞둔 연 감독은 "토론토에서 살짝 선보이면서 개봉을 위한 일종의 출정식을 했다면 한국에서는 본격적으로 관객들에게 영화를 선보이기 위한 첫 발걸음인 것 같아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현주 역시 "토론토에서 처음 선보여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많이 반겨주시고 알아봐 주셔서 감사했다"며 "그래서 오늘은 덜 떨릴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 보니 더 긴장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실낙원'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돼 세계 관객을 먼저 만났다. 연 감독은 현지 반응에 대해 "항상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한다"며 "지난해 '얼굴' 때도 사람이 많아서 놀랐는데 이번에는 더 많아서 정말 깜짝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에 김현주는 "감독님이 현지에서 인기가 정말 많으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먼저 관객을 만난 '실낙원'의 출발점은 의외로 연 감독의 가족에게 있었다. 작품의 원안이 된 이야기를 처음 쓴 사람은 연 감독의 어머니였다.
연 감독은 "'군체' 메이킹 영상이 방송에 나왔을 때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는데 갑자기 우시면서 '네가 그렇게 고생하는 줄 몰랐다'고 하셨다"며 "어머니가 제가 이야기를 쓰는 것을 보고 '그렇게 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늘 걱정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자기 할 이야기가 있으면 쓰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다음 명절에 갔더니 어머니가 연습장에 연필로 세 페이지 정도 되는 이야기를 써놓으셨더라"며 "그게 '실낙원'의 원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은 어머니가 쓴 이야기를 직접 산 뒤 영화화를 위한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세 가지 버전 정도로 이야기를 썼고 지금의 '실낙원'이 마지막 버전"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짧은 이야기에서 출발한 '실낙원'은 제작 방식에서는 전작 '얼굴'과 맥을 같이한다. 두 작품 모두 저예산 제작 방식을 택했다.
연 감독은 두 작품의 연결 지점에 대해 "저예산"이라며 "'얼굴'을 13회차에 찍었는데 '실낙원'은 조금 더 써서 14회차에 찍었다"고 설명했다.
'얼굴'에 이어 저예산 제작 방식을 이어간 데에는 창작 과정에서 느낀 자유로움이 영향을 미쳤다.
연 감독은 "투자를 받으면 어느 정도 돈을 불려드려야 한다는 책무감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며 "'얼굴'에 직접 투자하다 보니 작업할 때 마음이 편했다. '내 마음대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거기에 중독돼 '실낙원'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김현주, 배현성을 비롯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마음 편하게 작업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영화를 한번 만들어보자, 우리끼리 재미있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제작 과정에서 자유로운 방식을 택한 연 감독은 이야기 안에서는 '완전한 낙원'과 '불완전한 현실' 사이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들여다봤다. 작품에는 실종 당시 모습에 머물러 있는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AI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가 등장한다.
연 감독은 "낙원에서 쫓겨난 최초의 인류가 완전한 낙원을 벗어나 불완전한 세계로 들어오면서 결과적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갖게 되는 이야기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완벽한 상태로 유지되는 기억과 불완전한 세계, 결국 그 불완전한 세계를 향해 갈 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선택을 담아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택의 중심에 놓인 인물이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이다. 연 감독은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 두 아들과의 관계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길 바랐고, 그 역할에 김현주를 떠올렸다.
연 감독은 "류소영은 두 아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했다. 단순히 엄마와 아들, 모성 같은 느낌이 아니라 둘 사이에 여러 긴장감이 있어야 했다"며 "김현주 배우와 작업을 많이 해봐서 어떻게 연기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자연스럽게 카카오톡으로 대본을 보냈는데 운동을 갔다 와서 읽겠다고 하더라"며 "두세 시간 뒤에 '해볼 만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바로 하게 됐다"고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류선우 역의 배현성과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에서 짧게 호흡을 맞춘 것이 인연이 됐다. 연 감독은 당시 배현성과 더 길게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 '조립식 가족'을 본 뒤 '실낙원'의 대본을 건넸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은 "이번 영화는 김현주 배우가 30년 동안 쌓아온 '김현주표 연기'의 진가를 드러낸 작품이자 배현성 배우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 감독이 두 배우에게 기대한 것은 기존과 다른 얼굴만이 아니었다. 기억 속 아들과 현실로 돌아온 아들 사이에 놓인 엄마, 그리고 9년 만에 엄마를 다시 만난 아들의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작품의 중요한 축이었다.

김현주는 류소영에 대해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며 "9년을 함께한 아이는 실존하는 아이가 아니지만 현실 속에 너무 들어와 있다. 그래서 현실감이 있으면서도 어딘가 공허한 류소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온 선우는 유전자 검사로 친아들이라는 것이 확인됐지만 9년 동안 떨어져 있었고 제 시간은 실종 당시의 아들에게 멈춰 있다"며 "반갑고 기쁜 마음이 바로 드는 상황은 아니었다. 두 감정은 명확하게 달랐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기로에 놓인 엄마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현성은 선우의 입장에서 엄마를 향한 원망과 서운함 등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선우 입장에서는 엄마가 9년 동안 AI 어린 선우와 지냈다는 사실이 서운했을 것 같다"며 "자신은 힘들게 살아왔는데 엄마는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 등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을 드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각자의 인물을 이해한 두 배우는 모자 관계의 낯선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촬영 전부터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다. 9년 만에 다시 만난 엄마와 아들이 처음 마주하는 순간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서였다.
김현주는 "9년 만에 돌아온 아들이기 때문에 낯섦이 굉장히 중요했다"며 "눈빛을 많이 주고받고 교감이 생기면 그런 느낌이 연기에 자연스럽지 않을 것 같았다. 첫 만남에서부터 힘을 받아 가야 했기 때문에 대화 등을 자제했다"고 밝혔다.
촬영이 시작된 뒤에는 서로의 연기를 통해 감정을 주고받았다. 김현주는 배현성에 대해 "촬영에 들어가 선우가 되면 눈빛이 확 달라진다. 서늘한 공기를 순간적으로 만든다"며 "연기할 때 눈을 들여다보면 깊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배현성 역시 "눈을 마주 보며 감정적인 연기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선배님의 눈을 보면 선우로서의 감정이 더 올라왔다"며 "제가 뭘 더 하지 않아도 선배님이 주는 연기에 저절로 감정이 나왔다"고 화답했다.
두 배우에게 '실낙원'은 연기뿐 아니라 필모그래피에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김현주는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관객과 만나고, 배현성은 첫 영화 주연작을 선보인다.
김현주는 "속으로는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 토론토에서도 관객들을 직접 만나니 아주 작은 행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더라"며 "영화 쪽에서 오랜 공백기가 있었는데 연상호 감독과 다시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레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배현성은 "이번에는 특히 부담감이 컸다.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연기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고 첫 영화 주연작이기도 했다"며 "잘하려고 하기보다 현장에서 감독님,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들으면서 긴장감을 떨쳐내고 선우의 모습을 잘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결국 '실낙원'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 역시 영화 속 인물들이 마주하는 선택과 맞닿아 있다. 연 감독은 작품 속 AI와 가상현실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관객도 자신을 대입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바라봤다.
"가상현실이나 AI가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피부에 와닿는 사회적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도 어려운 딜레마라기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고 가정해볼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해외 관객들도 반응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는 세계관"이라며 "그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한 분들이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한다. 영화를 본 뒤 함께 본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