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글로벌

속보

더보기

[특집: 버냉키 1주년 ②-2] 대공황 마니아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스핌 Newspim] 세계경제 사령관이라 불리는 미국 연준(Federal Reserve) 버냉키 의장의 취임 1주년을 맞아 그의 면모를 체계적으로 조망하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버냉키 1주년 특집은 [버냉키노믹스: 버냉키와 연준의 도전]을 주제로 , , , , , 순으로 연재될 것입니다. 글로벌 시대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 중앙은행의 수장인 버냉키와 그가 이끌어갈 연준을 조망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1) 대공황의 교훈에 주목하라!

② 학계에서 현실 정책의 세상으로

버냉키는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경험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1920년대 연준처럼 일본은행도 1980년대 말 버블을 터트리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에는 주식과 더불어 부동산도 문제였다. 그리고 이후 일본도 미국처럼 디플레이션과 불황을 경험했다. 버냉키는 1930년대 연준처럼 일본은행도 이에 대해 많은 책임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특히 2000년 논문에서 일본은행은 “스스로 초래한 마비 상태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다”며, “아마도 일본에서도 루즈벨트와 같은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조언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별 반향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대공황 연구는 이내 미국에서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 1990년대 말 주식시장 버블이 한창일 때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에게 주식시장 버블에 맞선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1999년 미국의 캔자스시티 연준이 개최한 연례 경제 심포지엄, 일명 ‘잭슨홀 컨퍼런스’에 참석한 버냉키와 거틀러는 자산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부양한다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버블을 터트리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버블은 터지고 나면, 쉽게 패닉(panic: 심리적 공황)으로 퇴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버블이 결국 자체적으로 붕괴되면 금융시스템과 경제 전반에 미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연준이 오히려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핵심 조언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1920년대 연준의 ‘버블 터트리기’ 경험과 1980년대 일본의 유사한 경험이 갖는 교훈은 중앙은행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때에만 혹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적극적으로 강화시켰을 때에만” “자산 붕괴는 지속적인 피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린스펀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거틀러는 “우리가 논문을 발표한 후 그린스펀이 내게로 다가와 ‘당신들도 알다시피 우리도 당신 입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고 회상한다.

결국 2002년 8월 버냉키는 연준 이사가 됐다. 당시 미국 경제의 더딘 회복세와 인플레이션 하락세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냈다. 그리고 연준은 거의 실탄이 바닥난 것처럼 보였다. 성장 부양을 위해 그 해 11월 연방기금 금리를 이미 1.25%로까지 끌어내린 것이다. 버냉키는 몇 주 후 가진 강연을 통해 은행권과 가계의 대차대조표가 견실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디플레이션 위험은 “극히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연방기금 금리가 제로로까지 떨어진다 해도 연준이 디플레이션과 싸울 수 있는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사실 버냉키가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당시 버냉키는 한 가지 대안적인 수단으로 1940년대의 전례를 인용해 연준이 직접 채권을 매수해 장기 금리를 떨어뜨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실 장기 금리야 말로 모기지 금리와 기업 여신 금리 등 실물 경제에 한층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통화증발을 통한 감세나 달러화 절하 등과 같은 더욱 이색적인 전술들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역시 그의 “지적 대범함”을 반영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동시에 실물 세계에 대한 그의 경험 부족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후 수개월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연준 스탭들은 채권시장에 개입해 장기 금리를 타겟(target: 조작 목표)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버냉키도 결국 이런 장기 금리 타겟팅 방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반(反)디플레이션 전략을 계속해서 연구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논자들은 버냉키가 디플레이션에 대해 부당한 경고를 조장했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연준이 사실상 미국의 채권 및 주택 등 새로운 버블을 부양했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사실 ‘헬리콥터 벤’이라는 그의 별명도 이 때 생긴 것으로, 프리드만의 외생적 통화공급을 빗댄 표현이다. 그러나 버냉키와 그의 지지자들은 막상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지 않은 한 가지 이유가 바로 연준이 이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적극적인 저금리 정책을 구사한 점이라고 반론을 편다.

버냉키는 “대공황이 제기했던 문제들과 그 교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오늘날 경제 환경이 대공황 당시와는 천양지차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일련의 현실 시험을 거친 상황에서, 연준 의장으로서 버냉키가 대공황에 대한 자신의 이런 관심을 마냥 밀어붙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이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버냉키는 지난 2000년 『환영의 시대: 정치인들과 중앙은행이 대공황을 어떻게 창출했나』(Age of Delusion: How politicians and central bankers created the Great Depression)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이 책이 대공황의 기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형성하는 데 있어 갤브레이쓰의 고전을 대체하기를 바랬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버냉키는 지난 2002년 연준 이사직을 맡게 되면서 결국 공무원 법에 따라 이 책을 중도 포기했다. 당시 약 120페이지 정도만을 썼을 뿐이다. 이에 따라 버냉키는 자신이 받은 선불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출판을 맡았던 W.W. 노턴 앤 선즈의 편집장 잭 레프첵은 이를 거부했다. “향후 15년 뒤 그가 퇴임하기로 결정하면 그 때 우리는 다시 이 책을 발간하기를 원할 것”이라는 설명.

이런 맥락에서 버냉키가 대공황의 교훈으로 주목하는 바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먼저 한 가지 교훈은 ‘아이디어’라는 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인데, 사실 이는 금 본위제의 정통에 대한 완고한 고집과, 나아가 당시 정책 당국 내에서 유행하던 이른바 ‘청산주의자(liquidationist) 테제’에 집착해 주식 버블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했던 연준의 실책을 경계하는 대목이다. 이런 논리는 아이디어에 집착하기보다는 언제나 신중한 연구와 분석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오늘날 자산 버블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도 일정한 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

버냉키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교훈은 금융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자산 버블에 대한 대응에서도 거시적 통화정책보다는 이런 미시적 차원의 금융 안정 혹은 건전성 정책에 무게를 싣는다. 마지막 교훈은 물가 안정이라는 것이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여야 한다는 점인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물가 안정이라는 것이 양방향의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를 두고 그에 대해 인플레이션 ‘온건파’(즉 ‘헬리콥터 벤’)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지만, 정작 그는 이런 논란을 인플레이션 목표의 상한선 못지않게 하한선도 명시하는 구체적인 인플레이션 타겟 혹은 목표 설정, 즉 인플레이션 타겟팅(inflation targeting: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문제로 승화시킨다.

[뉴스핌 장보형 객원이코노미스트]


※본 특집의 저자인 장보형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한신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0여년간 국내 정보컨설팅 업체인 와이즈 인포넷에서 '국제금융/경제 팀장'을 맡아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 동향 점검 및 이슈 분석을 전담한 후, 현재는 '글로벌 마켓 이코노미스트'로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뉴스핌 객원 이코노미스트로 합류했습니다.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광주도서관 현장 매몰자 추가 수습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붕괴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 상태다. 11일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옥상 2층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안전 사고를 대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2025.12.11 bless4ya@newspim.com 이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 1명이 이날 오후 2시 52분에 의식 불명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4시 1분을 기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후 2시 53분쯤 지하층에서는 또다른 작업자 1명이 구조물에 깔린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 당국이 8시 13분쯤 잔해를 치우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나머지 2명은 실종 상태다. 건설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는 총 97명이며 사고를 당한 이들은 미장 및 철근, 배관 관련 작업을 각각 담당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대형 크레인 2대,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2마리, 열화상카메라, 드론 등을 활용해 나머지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밤샘 수색 작업에 대비해 한국전력의 협조를 구해 조명도 설치했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의 한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광주 서부소방서] 사고는 콘크리트 타설 중에 구조물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발생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단계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연면적 1만1640㎡,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으로 총사업비는 516억원이다. 완공 시점은 내년 4월 13일까지였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2시 40분을 기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하고 철근이 집중돼 있어 구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less4ya@newspim.com 2025-12-11 21:26
사진
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