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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투기자본억제 ‘토빈세’, 대선 이슈로 급부상

기사입력 : 2012년10월29일 16:48

최종수정 : 2012년10월29일 17:11

- 새누리 박근혜 캠프 검토, 민주당 법안 발의 구체화 수순

[뉴스핌=이기석 기자] 국제 투기성 자본(핫머니; Hot money)의 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한 ‘토빈세’(Tobin Tax) 논의가 정치권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내부적으로 핫머니 억제 방안에 대해 대선 공약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고,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는 한발 앞서 법안 발의를 추진하면서 여야 논의 수준이 빨라지고 있다.

이처럼 토빈세 이슈가 급부상하게 된 것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통칭되는 무제한 돈풀기로 국내 자본유입의 부작용을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말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표심 잡기를 위해 이슈를 선점하려는 여야 정치권의 정치적 필요성이 더해지고 대선 캠프에서 대선 공약화를 추진하는 와중에 가속화하고 있다.


◆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토빈세' 공약 추진 검토

29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캠프 산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영국 미국 등이 통화량을 늘리면서 우리나라로 들어와 원화가치가 오르는데 유입되는 돈을 다 막을 필요는 없지만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는데 대해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광두 단장은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한데 그 진폭을 불안하게 만드는 게 투기성 자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며 “기존에도 여러 장치가 있지만 추가적으로 토빈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밝혔다.

김 단장은 "환율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다“면서도 ”투기성 자금은 어느 나라든 여러 규제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에서는 토빈세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선 공약으로 할지, 또 이를 어떻게 법제화를 추진할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것은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 새누리당 포함 여야 공동 발의 추진

반면 민주통합당에서는 토빈세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면서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법안 이름은 <외환거래세법 제정안>이고 일명 ‘2단계 토빈세법’이다.

이날 민주통합당의 민병두 의원은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30명 정도의 여야 의원의 공동 발의로 외환거래세법 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평시에는 저율을 세금을 부과하고 위기 때에는 고율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 의원은 “이번 외환거래세 제정안은 2단계 토빈세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며 “외환거래를 할 때 평시에는 0.02%에 해당하는 저율의 외환거래세를 부과하고 위기 때에는 환율변동폭이 전날보다 3%를 초과하라 경우 30%에 달하는 고율의 외환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빈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교수가 단기성 투기자본을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인데, 2단계 토빈세는 자본흐름을 인위적으로 막는 부작용을 완화하자는 차원에서 평시와 위기를 구분해서 적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민병두 의원은 “외환거래세를 도입할 경우 자본통제국으로 비칠 우려를 알고 있지만 이에 따라 평시와 위기시를 구분하는 2단계 토빈세로 법안을 구성했다”며 “이 법안이 도입되더라도 환율변동폭이 전일대비 3%를 초과할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본유입이 안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한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환율변동폭이 전일대비 3%를 초과한 경우는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10년 글로벌 재정위기 등 실제로 정말 긴박한 위기 상황에 국한해 있다.

그렇지만 평상시에도 저율의 세금이 부과될 경우 자본유입이 되더라도 거래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거래비율이 줄어들거나 들어오더라도 속도는 줄어들 수 있고, 나갈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선진국 양적완화에 따른 부작용 대비 필요, 정치구호화하면 우리만 '손해'

국내적으로는 미국이 제3차 양적완화(QE3)를 실행하고 2015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키로 하고, 유럽중앙은행(ECB)가 무제한 국채매입을 하는 한편 일본에서도 양적완화를 추진키로 함에 따라 국내 자본유출입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11개 국가가 주식 채권 및 파생상품 매매에 금융거래세(FTT; Financial Transaction Tax)를 도입한다는 데 합의하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이를 지지함에 따라 글로벌 이슈로 등장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9일 국제통화기금(IMF)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선진국들이 재정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양적완화 등 돈을 푸는 통화완화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신흥국에서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자본유출입 자산버블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권고를 내놓은 바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재정 및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 거시건전성 및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측면에서 접근했고 이에 대한 국제공조나 국제적 합리성 없이 독불장군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높다.

더욱이 정치권의 대선 이슈를 선점화하는 정치적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할 경우 글로벌 금융화 속에서 내용의 알맹이는 무시된 채 정치적 구호로 과장될 경우 한국 경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는 점도 유념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투기자본 억제 문제는 일부 제어할 필요도 있고 그 일환으로 토빈세 논의가 거론되는 것이 반갑기도 하다”면서도 “그렇지만 브라질 사례가 좋은 것도 아니고 우리만 도입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공조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정치적 구호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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