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관행을 타파하는 혁신경영 전도사
[뉴스핌=김영훈 기자] 2013년 2월말 회사명을 쑤닝(蘇寧)전기에서 쑤닝윈상(蘇寧雲商ㆍSuning Commerce Group)으로 변경한 장진둥(張近東ㆍ50) 회장은 최근 재계와 거래처, 사회각계에 ‘윈상’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설파하느라 여념이 없다.
중국 최고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그는 지난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직후에도 이사회를 소집해 사명 변경에 따른 향후 그룹 비전을 토의하고 정립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쑤닝은 사명에서 뒤에 붙은 ‘전기’를 떼내고 ‘윈상’ 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도입했다. 장 회장에 따르면 전자라는 단일 제품이 아닌 종합유통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다.
장 회장은 사명을 바꾸면서 영업구조와 경영및 조직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쇄신을 단행하고 나섰다. 기존 사명 쑤닝전기의 '전기'을 대신한 '윈상'도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개방형 플랫폼을 의미하는 개념이라고 장진동 회장은 강조했다.
장 회장은 제품을 실물제품, 콘텐츠, 서비스 등으로 확대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소매를 통합한 클라우드 유통판매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쑤닝윈상은 또 조직을 전면 재개편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28개 사업부 총경리와 60개 대지역 담당자에 대한 인사 조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진둥 회장은 이날 중국의 전자상거래 관행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뱉어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거품과 무질서, 야만성 만이 존재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너나없이 모두가 공멸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쑤닝의 클라우드 유통판매는 분명 중국의 가전 유통업계에 새로운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 가전 유통업계의 산 증인인 장진동 회장은 안후이(安徽)성 출신으로 난징(南京) 사범 대학 중문과를 졸업한 뒤 한 국유기업에 입사하면서 가전 인생을 걷게 됐다.
창업붐이 일던 1987년 그는 10만위안(약 1800만원)을 들고 난징에서 작은 에어컨 대리점을 차렸다. 당시 중국에서는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 을 중심으로 막 가전 소비 열풍이 불기 시작했지만 에어컨만은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장 회장은 통찰력이 뛰어난 기업가였다. 조만간 에어컨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에어컨 사업을 야심차게 밀어 붙였다. 그는 대리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1990년 에어컨 전문 도매업체인 쑤닝자오가전(蘇寧交家電)을 세웠다.
그의 예상대로 1992년부터 중국 3대 화로로 불리는 무더운 지역 난징에서 에어컨은 가장 잘 팔리는 가전 제품으로 떠올랐다. 그는 당시 업계에서 처음으로 배송-설치-서비스를 무상으로 해주는 시스템을 고안해냈다. 300명의 에어컨 설치기사를 뽑을 정도로 그는 서비스에 큰 비중을 뒀다. 쑤닝은 당시 단일제품 단일모델로 연매출 3억위안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쑤닝의 사업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갔다. 2001년에는 평균 40일에 유통점 한 곳이 오픈했는데, 3년 후에는 평균 5일 만에 한 곳이 문을 열 정도로 쑤닝 브랜드와 판매 대리점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이어 2004년 7월 선전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29.88위안이었던 상장가는 하루만에 32.70위안으로 뛰어 당시 중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진둥의 재산은 하룻밤 사이 12억위안으로 불어났고 2012년 포브스 중국 부호 13위에 올랐다.
2012년 6월 쑤닝은 18년 전통의 일본 가전업체 라옥스 지분을 51% 인수해 일본 시장으로 처음 진출했다. 일본 상장사를 인수한 중국기업이 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어 9월에는 중국의 임신·육아 전문 온라인 쇼핑업체 훙하이즈(紅孩子)를 6600만달러(약 720억원)에 인수해 탈(脫)가전 종합유통업체로 한발 더 다가갔다.
쑤닝은 2011년 기준 연매출 1900억위안을 넘어섰으며 중국 전역에 1800여개 점포 18만명의 종업원을 갖고 있다. 오는 2020년 까지 매출액 6800억위안(122조4000억원)달성, 3500개 점포 구축을 선언한 쑤닝은 중국의 월마트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