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저금리 지속으로 고수익 채권에 목말라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와 맞물려 하이브리드채권, 이른바 영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은행권의 기발행 하이브리드채권을 보다 낮은 금리로 차환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고, 신용도가 좋은 우량기업들도 자본보강을 위해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에 나서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채권의 전성기가 온 것이다.
21일 회사채 시장에 따르면, 은행권의 하이브리드채권이 오는 6월 이후 1조4000억원 내외, 2014년중에는 무려 5조5000억원 내외가 차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산업은행과 한국은행, 정책금융공사에서 출자한 펀드를 통해 인수한 은행권의 하이브리드채권의 발행금리가 8~9%대로 5년이 경과하는 지금 콜옵션을 통해 차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은행들의 신용도를 고려하면 차환되는 하이브리드채권의 발행금리는 3%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투자증권 이종명 애널리스트는 "자금조달 면만 봐도 은행의 하이브리드채권은 차환의 필요성이 있다"면서 "기 발행물 대비 차환물의 금리차이는 5%를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조달 코스트가 거의 3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 1조4000억원 내외, 내년에 5조2000억 내외로 총 5조5000억원 규모가 차환될 수 있다.
지난번에는 실질적으로 사모형태를 벗어날 수 없었지만 이번에서 유동성 장세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고려해 공모로 발행할 가능성도 높다.
하이브리드채권이 대량 공급되면서 그간 고수익 장기물에 목말라 있는 보험사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수요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 이어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의 하이브리드채권에 대해 회계적으로 자본 인정이 확실시 됨에 따라 일반 기업들도 자본강화를 위해 발행대열에 참가할 태세다.
대한항공과는 달리 국내 회사채 등급은 AAA이지만 글로벌 자본시장에 접근해야 하는 포스코와 SK텔레콤도 글로벌신용평가기관 무디스 등에서 신용등급 전망을 네거티브(Negative)로 해 놓은 상태라 기존 등급 Baa1과 A3이 강등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발행규모를 보면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가 논란이 되자 발행추진을 중단했던 대한항공이 우선 2000억에서 3000억원 규모의 발행을 다시 추진하고 있고, 포스코와 SK텔레콤 등 초우량 기업도 각 5000억원 내외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기업에서 올해 공급될 물량만 1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은행권과 합치면 올해 중에 약 3조원, 내년에 5조5000억원 이상이 발행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브리드 채권의 전성기가 온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의 이종명 애널리스트는 "장기투자기관의 고금리에 대한 수요와 함께 은행 뿐만 아니라 우량기업들의 발행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올해는 하이브리드채권의 전성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반기업의 경우 신용평가상 일정비율 자본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기간(보통 5년 콜옵션)이후 추가지급하는 이자 조건인 스텝업(Step-up)의 상한이 4.0%p여야 하는 등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발행금리를 자체를 높이므로서 이런 제약은 극복이 가능하다. 또 하이브리드채권의 발행 이유도 대부분 유동성 문제 보다는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이 문제 삼는 자본이슈를 피하기 위해 발행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피할 이유가 없다.
SK증권의 윤원태 애널리스트는 "두산인프라코어와 같이 투자자들이 상환청구를 할 경우 은행들이 대신 매입하는 구조의 신용공여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대신 발행금리가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행기업의 재무상태 등으로 보아 하이브리드 채권의 금리가 높아도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는 물량은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회사채 시장의 속성이다.
국내 회사채 신용등급이 A인 대한항공이 바라는 대로 2000억~3000억원을 발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사채 시장에서 논란이 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발행시장의 한 관계자는 "발행금리로 넘지 못할 제약이 있다"면서 "초우량 기업이 아닌 한 시장에서 소화되는 물량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개인투자자들이 일반기업의 하이브리드채권에 투자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제한에 한 몫한다.
실제 금리 면에서는 은행발행물보다 더 좋은 일반기업 발행물에 대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불가능 한 것이다.
하이브리드채권 자체가 복잡하고 특히 일반기업 발행물량의 경우 더 높은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공모발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브리드채권이 도입된 이후 일반기업이 국내에서 공모로 발행한 경우가 없다.
윤원태 애널리스트는 "사모발행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에게 매매가 불가능하다"면서 "고수익 채권으로서 일반인의 재테크 대상으로서는 너무 멀다"라고 말했다.
사모발행은 발행당시 투자자수에 50인 미만으로 제한이 있고, 이후 매매에서도 당초 투자자수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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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택, 문턱 낮춰 오명 벗을까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극심한 사업 지연과 이른바 '알박기'로 무주택 서민들의 피해가 속출하던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제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토지 확보 요건을 대폭 낮추고 원주민의 사업 참여를 유도해 지주택을 실질적인 주택 공급 수단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투기 수요 유입과 기존 조합원과의 형평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입법 과정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사업 진행이 안 돼요" 사업계획 승인 문턱 80%로 하향?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주택조합(지주택)의 사업계획 승인 문턱을 낮추는 주택법 개정안이 이달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테이블에 올랐다.
지주택은 지역 거주민이 자율적으로 조합을 결성한 후, 부지를 직접 매입해 주택을 건설한 뒤 청약 경쟁없이 공급받는 제도다. 준공 시까지 수많은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조합설립인가와 사업계획 승인, 착공신고 등의 절차만 거치면 된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며 분양 시 동호수지정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맹점은 사업 추진 단계에 있다. 조합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 50% 이상의 사용권원을 얻어야 하고, 사업계획 승인을 획득하려면 그 비율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첫 삽을 뜨기 위해서는 부지 100% 확보가 필수적이나, 이를 악용해 땅값이 뛸 때까지 버티는 세력이 횡행하는 실정이다. 부지 매입이 지연되거나 조합원 모집이 삐걱거리면 사업은 한없이 늘어진다. 그동안 불어나는 사업비는 결국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할 빚으로 돌아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양 동안구갑)이 발의한 개정안은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 하향을 골자로 한다. 사업계획승인 신청 요건을 기존 95% 이상에서 80% 이상으로 낮췄다. 재개발(75%), 재건축(70%), 가로주택정비사업(75%) 등 타 정비사업에 비해 지주택의 기준이 높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민 의원은 "일부 잔여 토지소유자가 과도한 지가를 요구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무산되고, 그 부담이 다수 무주택 조합원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요건을 합리화해 지주택을 실질적인 주택공급 수단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지주조합원' 신설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사업 구역 내 토지를 소유해도 무주택자이거나 전용 85㎡ 이하 주택 1채 보유자만 조합원이 될 수 있어 그간 토지주와 조합 간 갈등이 발생해왔다. 개정안은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구역 내 지주가 토지나 건축물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조합원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 20년 제자리걸음에 불법행위까지…참담한 지주택 성적표
서울에서는 2003년 조합설립 인가 이후 20년 이상 지연된 사업장 3곳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2024년 11월 관할 구청에 이들 사업장의 직권취소를 통보하는 한편 조합원 모집 신고 후 연락이 두절된 12곳에 대해서도 행정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시내 추진 중인 지주택 사업장은 118곳이다. 서울시 전수조사 결과 적발된 위법·부적정 사례는 총 550건이었다. 이 중 정보공개 미흡 등 법정 의무 불이행으로 고발된 건수는 89건(16.1%), 횡령·배임 등 비리가 의심돼 수사 의뢰된 사례는 14건(2.5%)으로 각각 집계됐다.
실제 지주택 사업의 성공률은 낮다. 지난해 전국 618곳의 지주택 사업장 중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곳은 2.8%에 그쳤다. 조합원 모집 후 5년이 지나도록 미착공한 조합은 248곳, 관련 조합원만 약 11만명에 달했다. 1인당 3000만원 납입을 가정할 때 매몰 비용은 약 3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국지역주택조합연합회는 올해 초 집회를 열고 현행 주택법에 따른 피해를 주장했다. 김옥진 연합회장은 "수십만 세대의 주택 공급이 제도에 묶여 있고, 다수 무주택 서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도 지주택 사업의 제도 개선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법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토지소유자의 조합 참여를 허용하면 원활한 토지 확보가 가능하며, 사업계획승인 요건을 80% 이상으로 완화할 경우 사업 활성화 및 조합원 피해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 지주조합원 취지 이해하나…"재개발·재건축과 차이 없어"
법안 통과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주조합원 제도가 도입돼 토지소유자가 주택 수 제한 없이 참여하게 되면 무주택 서민의 주택 마련이라는 사업의 기본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 일반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과 다를 바 없는 특혜성 사업으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정비사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건설업자 등이 규제가 적은 지주택 사업으로 선회해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도 있다. 상대적으로 인허가 절차가 단출하고 규제가 헐거운 지주택 사업으로 간판만 바꿔 달아 제도를 입맛대로 주무를 가능성이 작지 않다.
형평성 시비도 예상된다. 지주조합원은 조합설립인가 신청일을 기준으로 주택 소유 여부, 세대주 조건, 거주 기간 등 일반 조합원이 지켜야 할 자격 요건을 모두 면제받고 자격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곽현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국토부 내에서도 지주조합원 제도를 무턱대고 도입할 경우 기존 일반 조합원과의 형평성 파괴는 물론, 투기 세력의 대거 유입과 규제 회피 수단으로 전락할 부작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문턱을 낮추기에 앞서 촘촘한 관리·감독 망을 짜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전성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장은 "법 개정보다 사업 관리에 관한 제도적 기반을 체계적으로 다지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관할 지자체가 사업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문제 발생 시 즉각 개입할 수 있도록 감독 권한을 대폭 늘리는 등 기초적인 관리·감독 시스템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10 0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