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변상문의 風流 여행기]창덕궁 달빛 기행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창덕궁에서는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보름을 전후해 3일간 '창덕궁 달빛기행'이라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이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우리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제대로 그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이 여행을 통해 알았다. 
 
애저녁 돈화문 동쪽에서 솟아 오른 보름달이 그랬다. 세수 대야만한 누우런 달이 흥인지문 위로 쑤욱 올랐을 때, 마치 내 심장이 내 머리 위로 튀어 나온 기분이었다. 돈화문 앞 국악거리엔 보름달이 쏟아낸 미세한 선율들이 떨리며 흩어졌다 간 다시 모이고, 모였다 간 또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반복되는 그 선율들을 붙잡고 보름달을 삼키며 소망을 빌었다.
 
돈화문(敦化門)을 지나 금천교를 건넜다. 다리 옆 수 백 년 묵은 회화나무 사이로 보름달이 또 한 번 고개를 내밀었다. 그 달은 내조로 장부의 기개를 북돋아 주는 음전한 미인의 얼굴이었다. 달을 향해 합장했다. 이 세상 모두가 헌헌장부와 음전한 미인의 맘같이 음양이 잘 조화돼 탕탕평평(蕩蕩平平)하기를 빌었다.
 
진선문(進善門) 지나 숙장문(肅章門)을 끼고 인정문(仁政門)에 들어서니 웅장한 인정전(仁政展)이 마치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옅게 화장한 임금님 모습으로 다가 왔다. 웅장보다는 편함으로, 권위보다는 친근감으로 오래된 역사이기보다는 현재의 문화로 내 가슴을 흔들었다.
 
인정전 월대에서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를 뒤로 하고 목멱산(木冪山, 남산의 또 다른 이름) 위로 솟아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당상관(堂上官 : 임금과 같은 장소에서 대담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데, 요즘의 고위 공무원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음)이 된 기분으로 도도하게 달을 향해 외쳤다. 

"일월오봉도를 취할 수는 없어도 일월오봉도 속의 두 그루 소나무는 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묵내뢰(默內雷)로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옛 승정원 터를 지나 낙선재로 들어섰다. 묵내뢰로 파락호 생활 끝에 천하 대권을 움켜쥔 흥선 대원군의 기개가 장락문(長樂門) 글씨체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흥선 대원군의 글씨를 달빛에 비춰 보았다. 조선 임금 스물일곱 분 중, 왕권을 왕권답게 행사한 태종, 세조, 숙종, 영조, 정조 등 다섯 분을 뛰어 넘는 기운이 서려 있었다.

낙선재 뒤뜰로 들어서니 헌종 임금님의 운우지정(雲雨之情) 사랑이 여리게 내 가슴을 흔들었다. 헌종대왕의 침소엔 그런 운우지정을 맑혀 주는 달 모양의 문(門)이 수줍게 닫혀 있었다. 방안에 매화향이 번졌다. 낙선재, 석복헌, 수강재 위로 떠 있는 달은 춘향이 잇속 같이 깨끗하게 예뻤다.
 
정조대왕의 정치개혁의 산실이었던 규장각에 들어서니 몽유월원지도(夢遊月苑池圖)였다. 부용정(芙蓉亭), 주합루(宙合樓), 연못 주변 소나무와 굴참나무, 보름달이 못 속에서 대칭하며 칠보로 단장한 이상세계를 그렸다.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술기운이 돌았다. 풍류(風流)와 화류(花流) 사이를 오가며, 퇴계 이황 성현도 뵙는가 하면, 장희빈의 오빠 장희재도 만났다. 부용지(芙蓉池) 위 하늘과 못 속에 떠 있는 보름달은 항아(姮娥)였다. 이태백처럼 그 항아를 구하기 위해 거문고 업고 못 속으로 뛰어드는 순간 해설사의 아니리가 내 뒤 꼭지를 잡았다. "6조 여러분! 빨리 연경당으로 가야 돼요. 이쪽으로 오세요. 우리 조가 조금 늦었어요." 젠장. 술이 확 깼다.
 
연경당 처마 끝에 걸린 보름달은 풍류객이었다. 대청마루가 무대요 마당이 객석이었다. 객석은 만석이었다. 만석인 극장은 일류 극장이다. 그런 면에서 연경당은 일류보다 한 단계 높은 초일류였다.

예술인들이 무대 위에 섰다. 가야금, 아쟁, 거문고, 대금, 호적 등이 여민락을 연주했다.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으며 평온해 졌다. 춘앵무가 이어졌다. 꾀꼬리가 앵두나무 위에서 춤추듯 거실한 가을밤 공기를 갈랐다. 덩달아 달빛도 출렁였다. 망칠십의 박영호 명인의 대금 산조는 불필요한 것 없이 있을 것만 있는 단순함이 유려하게 흘렀다. 그리고 통했다. 김홍도가 60세 때 그린 금강산 구룡폭포 그림과 통했고,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그림과 통했다. 이어진 판소리 흥부전 화초장 대목과 신 아리랑 연주는 객석을 하나로 묶었다.

공연이 끝났다. 흐뭇한 달빛이 나에게 화초장을 메어 주었다. 금은보화가 가득한 화초장 메고 궁을 나오니 세상사 부러울 게 없었다. 참 행복한 달빛 여행이었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모텔 연쇄 살인' 피의자 신상공개 검토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검찰이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 피의자인 20대 여성 김모 씨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26일 검찰 따르면 서울북부지검은 김씨 신상 공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북부지검 검찰은 2024년 1월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강력범죄 등 특정중대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피해자 유족도 김씨 신상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김씨 범행으로 숨진 두 번째 피해자 A씨 유족 법률대리인인 남언호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씨 범행은) 우리 사회가 경험한 가장 냉혹하고 계획적인 연쇄 범죄 중 하나"라며 "그럼에도 경찰이 신상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19일 오전 살인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이달 9일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이 의식을 잃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을 숙취해소제에 타서 들고 다녔다고 진술했다. 또 남성들에게는 모텔 등에서 의견이 충돌해 이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첫 범행 이후 약물 양을 늘렸다고 진술한 점,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을 볼 때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경찰은 이번 사건이 신상공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김씨 신상을 비공개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4일 김씨가 다른 남성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의식을 잃게 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하고 조사하고 있다. calebcao@newspim.com 2026-02-26 17:38
사진
이부진, 아들 서울대 입학식 참석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26학년도 입학식에 참석해 아들 임동현군의 입학을 축하했다. 이 사장은 이날 모친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함께 서울대를 찾아 임군의 입학을 기념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 왼쪽)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2026학년도 입학식에 참석해 아들 임동현군의 입학을 축하하고 있다.  khwphoto@newspim.com 임군은 최근 서울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26학년도 수시모집 전형으로 서울대 경제학부에 합격했다. 고교 시절 내신 성적이 상위권이었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한 문제만 틀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26학번이 된 임군은 외삼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서울대 동양사학과 87학번)의 후배가 됐다. 이날 입학식 현장에서 이 사장의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 이 사장은 크림색 계열의 디올 재킷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매치한 차분한 차림으로 참석했다.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절제된 스타일링으로 재계 인사다운 단아한 이미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 왼쪽)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2026학년도 입학식에 참석해 아들 임동현 군의 입학을 축하하고 있다. khwphoto@newspim.com nrd@newspim.com 2026-02-26 16:2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