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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강진 청자와 여수의 봄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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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만난 옹기와 청자

청산도에서의 신명을 가득 안고 옹기 마을인 강진군 칠량면에 들어섰다. 옹기는 사람을 편하게 해 준다. 생긴 모양새가 만만해서 좋다. 특별히 잘 생긴 게 아니다 보니 데리고 놀고 싶은 맘마저 든다. 생김에서 우러나는 투박한 인품은 아무리 자주 봐도 물리지 않는 곰삭은 맛을 준다.

옹기 관련 용어도 문학적이어서 좋다. 한 말 짜리는 ‘방퉁이’, 두 말 짜리는 ‘댕구’, 서 말 짜리는 ‘조댕이’, 닷 말 짜리는 ‘중독’, 열 말 짜리는 ‘대독’, 옹기의 원재료 상태는 ‘질’, 질을 다듬은 것은 ‘타래미’, 타래미 중에서 대독을 만드는 것은 ‘채바퀴 타래미’라 한다. 옹기관련 말에서 질퍽한 남도를 느낀다.

장인(匠人)이 정성 껏 빗어 만든 갓 태어난 옹기를 맨손으로 만져보니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온 몸으로 수백 년 싸여 온 문화의 숨결을 둘 숨 날 숨으로 옹기 속에 박고 떠날 즘 장인께서 버스 출발 지점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 배웅 해 주었다. 흙을 만지는 사람은 어질다는 겪음 배움에서 사람 냄새를 또 맡았다.

청자박물관을 찾았다. 청자의 생산 기법 중 하나인 양각과 음각, 그리고 상감에서 그 시대 최고의 신기술을 보았다. 요즘말로 말하자면 세계 최고의 소프트 웨어가 장착된 스마트 폰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카카오톡을 하는 기분이었다.

청자는 옹기와 달리 고매했다. 추상같은 율이 서있는 선승 같으면서도 대청 마루를 깨끗하게 걸레질 한 맵시 있는 여인 같기도 했다. 청자속엔 풍류가 있었다. 매란국죽(梅蘭菊竹)은 물론이고 시서화가무악(詩書畵歌舞樂)이 비취빛 자기속에서 시나위 처럼 울려 나왔다. 박물관을 나서자 강진만 포구 위로 저녁놀이 붉게 내려 앉고 있었다.

구례, 순천, 여수의 봄 빛

짧고 긴 여행이었다. 항상 마음속엔 있으면서도 주변에 끄달리는 생활을 하다 보니 동경만 해오던 구례, 순천, 여수 지역 여행을 용기 내 다녀왔다. 춘향전 변 사또 부임행차 대목처럼 서울-천안-전주-남원-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에 도착하니 온 천지가 노랗게 색칠돼 있었다.
 
유홍준 교수는 남도의 빛깔을 청보리 색이라고 표현했지만 산수유 마을에 내리고 있는 남도의 봄 색깔은 노랬다. 지리산 노고단을 등지고 앉아있는 마을은 스위스 융풀라워 가는 길목에 있는 전원 마을 보다 더 자연스럽고 더 곡선적이었다. 목가적 풍경이 엄마 품처럼 안아주었다. 그러나 흠도 있었다. 공무원 특유의 시멘트같이 딱딱한 머리로 짜내 만든 철골 산수유 탑이 그 것이다. 철 탑은 한복입고 철모 쓴 시골뜨기 이등병 같았다. 보길도 동천석재 옆에 현대식 모정을 세운 완도 섬 지방 관리들과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슬픈 마음이 밀려왔다.
 
늦은 오후 화엄사에 도착했다. 불자인 내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눈살이 찌푸려 졌다. 뭔 놈의 절이 그렇게 화려하고 외국말로 덧칠을 해 놓았는지 빨갛게 입술을 칠하고 손님을 유혹하는 노류장화 같았다. 마음을 내려 놓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거칠게 흔들렸다. ‘차라리 오지 말 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화엄사에 대한 씁쓸한 맘을 뒤로 하고 구례 동편제 전수관을 찾았다. 구례는 판소리 동편제의 본향이다. 근대 5명 창 중 한분인 송만갑 선생 생가 앞에 핀 진달래와 벚꽃이 광목을 배에 두르고 소리를 하면 광목이 터졌다는 송만갑 선생의 통음에 떨고 있었다. 잰걸음으로 운조루 장독대와 부엌살림을 돌아 본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라는 섬진강 길 따라 피아골 연곡사를 찾았다.

이번 여행의 눈 대목 중 하나가 연곡사였다. 그 이유는 故 박경리 선생이 소설 토지를 쓰면서, 윤씨 마님이 동학접주 김개주에게 겁탈 당하고, 윤씨 마님의 손녀 최서희 남편 김길상이 행자 생활을 이 곳 연곡사에서 한 것으로 실타래 같은 이야기를 풀어갔기 때문이다. 연곡사는 선방같은 절이었다. 인적 드문 대웅전 앞엔 벚꽃과 홍매화, 산수유, 목련이 지천으로 핀 채 말없이 불법을 전하고 있었다. 종로 3가 부침개집 막걸리 같은 편함이 속뜰을 묵연하게 만들어 주었다.

지천명 너머 이순을 바라보는 스님으로부터 심우도를 설명 듣던 중 스님께서 "절에 왔으면 맘을 쉬어야 하는 데, 대웅전 한 번 휘익 돌아보곤 채 3분도 안 돼 떠나는 관광객을 보면 안쓰럽습니다." 라면서 하룻밤 묵어 갈 것을 권했으나, 나 역시 맘을 쉬지 못하고 총총히 연곡사를 떠났다. 뒤통수가 따가웠다.
 
여행 둘째 날 선암사를 찾았다. 선암사는 가장 한국적인 절이다. 토담, 골기와, 처마 밑 풍경, 몇 백 년 된 홍매화 군락, 등 굽은 소나무 등이 스스로 그렇게 자리 잡고 앉아 제 각각의 향을 뿜어냈다. 절 해우소에 걸려 있는 정호승의 시 외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절이었다.

-  선  암  사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에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구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 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불일암
다음 일정은 송광사였다. 법정 스님이 상주하셨던 불일암을 먼저 올랐다. 삼나무와 대숲에 난 오솔길을 따라 말없이 올랐다. 법정스님이 손수 건립했다는 불임암 뜨락엔 봄볕이 잔잔하게 쏟아져 내렸다.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셨다는 후박나무 밑엔 스님의 유골이 숨 쉬고 있었다. 스님이 만드신 빠삐용 의자 위 수첩에 방문 소감을 적었다. 앞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인연의 업이 화두처럼 날이 서 있었다.
 
송광사 마당엔 서릿발 같은 지계(持戒 : 수행자가 마땅이 지켜야 할 언행)의 기운이 넘쳐났다. 대웅전 뒤뜰 꽃들에게서도 머리에 기름 바르고 2 : 8 가르마를 탄 정보기관원 같은 칼칼한 맛이 배어나왔다. 부처님 전에 삼배하고 앉아 금강경을 독송하니 맘이 심복(甚福 : 부처님 사랑으로 행복해 지는 것)됐다.
 
벌교읍은 송광사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배경 무대이기도 한 보성여관 자리와 홍교를 찾았다. 삐걱대는 일본식 건물인 보성여관 계단에 앉아 하대치, 소화, 염상진, 염상구 등 시대의 생채기들이 살점을 뜯어내며 피를 흘리고 있었다. 빨갱이 형 염상진을 잡기 위해 애쓰던 우익 동생 염상구가 형 염상진의 시체를 부여 잡은 채 "살아서나 빨갱이 제... 죽어서도 빨갱잉가?" 하며 통곡하는 모습이 쾌~앵하니 다가왔다.
 
저녁 무렵 낙안읍성을 찾았다. 동헌 마당엔 ‘관리가 백성의 볼기에 곤장치는’ 밀랍인형이 설치 돼 있었다. 이를 본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역사는 백성들을 핍박한 역사로 흘러왔다’고 오해하기에 충분했다. 진저리가 처졌다. 공무원들의 머리는 왜 이렇게 유연하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경관 좋기로 소문난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을 찾았다. 관세음보살님께 108배를 올렸다. 다라니경을 독송하며 맘속의 소원을 빌었다. 목탁소리가 때 낀 맘을 씻어 주었다. 점심 때가 돼 암자에서 내려왔다. 쌉쏘름한 돌산 갓김치에 하얀 쌀밥을 먹었다. 오장육부에 꽃잎이 분분히 날렸다. 남도의 봄이 깊어 갔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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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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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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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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