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상어’에서 멋진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남보라(24).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흐뭇한 미소로 가득했다. 20대 앳된 얼굴은 천진난만한 남보라의 성격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평소에는 발랄하기 그지 없는 보통 꽃처녀지만 사실 남보라는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절절히 울릴 수 있는 연기 내공을 가졌다. 남보라가 열연한 ‘상어’ 속 한이현은 TV 앞에 모인 시청자들의 눈에서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아지게 했다.
“지금까지 출연하면서 안 울었던 작품이 없었어요. 눈물 연기를 절로 터득한 셈이죠. 비법은 따로 없어요. 뭐랄까, 습관이 됐다고 할까? 누가 툭 건드리면 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간 너무 많이 울어서요(웃음). 예전엔 우는 연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슬픈 감정에 잘 이입하는 편이에요.“
작품마다 눈물 연기를 안 해본 적 없다는 남보라는 은근슬쩍 눈물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자신감과 비례하는 부담감 역시 잘 알고 있는 똑똑한 배우다.
“사실 너무 많이 울어 부담도 돼요. 제가 할 수 있는 우는 연기는 다 보여드린 것 같아서요. 어떻게 울어야 하나 고민하면서 느낀 건, 눈물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는 거에요. ‘여러 가지 다른 감정을 담은 눈물 연기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
“개인적으로 희극보단 비극이 좋아요. 영화도 로맨틱코미디 보단 로맨스나 드라마가 좋더라고요. 캐릭터 개개인이 자기만의 사연을 갖고 있는 작품에 특히 끌려요. 자기만의 아픔이 있는 캐릭터가 더 정이 가요. 그런 작품들은 끝나고 나서도 한 번 되새겨보고 생각하게끔 만들죠.”
남보라는 2004년 MBC ‘일밤-천사들의 합창’에서 13남매의 둘째 딸로 처음 대중에 얼굴을 비쳤다. 15세 당시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그는 아직도 자신을 둘러싼 여러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려 보인다는 이미지 때문에 누군가의 동생으로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죠. 누군가의 여동생이 아니라 한 남자의 옆에 있는 여자이고 싶은 갈망이 있어요.
다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제 이미지가 저만이 가진 무기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이 스물 넷에 동생이라니 고마운 일이죠.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 아직은 괜찮지 않나 생각하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더 걱정해 주더라고요. 전 언젠가 기회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조급할 것 없잖아요. 지금껏 보여드린 것보단 보여드릴 게 더 많으니까. 긍정적인 마인드로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따라오지 않을까요?”
남보라는 요즘 들어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케줄에 치여 바쁜 와중에도 그를 지탱하는 것은 이런 의지다.
“누구든지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이 일을 하나’라는 생각에 빠지기 마련이죠. 결국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하는 거라고 봐요. 그 과정에서 힘들어 진다면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결국 그 과정도 행복을 위한 시간들이라고 믿어요. 너무 힘들면 화내고 짜증도 내요.(웃음) 하지만 그런 괴로운 시간들의 의미를 되새기고, 또 그런 시간들도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타인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신경쓰기 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뭔지 더 집중하고 싶다는 남보라. 주위 시선과 평가를 숙명처럼 짊어져야 하는 배우로서 감당하기 힘든 결심이 아닐까 우려됐지만, 남보라는 꿋꿋한 자신의 소신을 앞으로도 간직하겠다며 웃었다.
“남들 말에 의지해서 살아가다 보면 길을 잃어버릴 느낌을 받을 것 같아요. 자신의 의지가 확고한 상태라야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점은 배우가 아니더라도 다 마찬가지겠죠. 이 글을 보게 될 여러분도 말이에요. 남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그려놓은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려고요.(웃음)”
“‘생각했던 것보다 씩씩하다’는 말 많이 들어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