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 빅스(VIX)가 제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번지고 있다.
투자가들 사이에 밸류에이션의 지나친 고평가 및 조정 가능성에 대한 경고에도 빅스가 지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옵션 시장에서는 빅스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변동성 거래에 집중하는 트레이더들 사이에 빅스가 주식시장의 리스크와 시장심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빅스가 비현실적으로 낮다고 판단, 옵션을 이용해 빅스 상승에 적극 베팅하고 있다. 최근 빅스는 13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가파른 상승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빅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옵션 계약은 지난 6일 112만 건에 달했다. 이는 1일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빅스 콜옵션은 증시의 갑작스러운 급락에 대한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사용된다. 즉, 투자자들은 빅스가 상승할 가능성에 대한 대응에 나선 셈이다.
8월 선물옵션 만기를 1주일 앞둔 가운데 빅스 콜옵션 규모는 630만 건을 기록, 지난달 중순 360만 건에서 대폭 늘어났다.
이는 지난 3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770만 건과 거리를 크게 좁힌 수치다. 당시 투자자들은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빅스 상승에 적극 베팅했다.
헌팅턴 펀드의 치프 헨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를 포함해 굵직한 사안들이 대기하고 있고, 이 때문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폭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헤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독일 총선과 미국 정치권의 2014년 예산 협상 등 주식시장을 흔들 만한 요인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빅스가 22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빅스가 20을 넘어선 것은 총 세 차례이며, 재정절벽에 대한 공포가 고조됐던 지난해 말 22.72로 고점을 찍었다.
그룹 원 트레이딩의 마이클 팔머 트레이더는 “지난해 재정절벽 공포가 극에 달했던 당시만큼 빅스 콜옵션의 매입이 절실하거나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주가 조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수가 투자자들 사이에 빅스 콜옵션 거래를 촉발시킨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웰스 파고 브라이빗 뱅크의 에릭 오거스틴 옵션 헤드는 “적어도 연말까지 연준의 테이퍼링과 관련된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다”며 “옵션 거래를 이용한 고객들의 포트폴리오 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