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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發 외환위기?] 1997년 '망령' 등장, 기우에 그칠까

기사입력 : 2013년08월21일 13:49

최종수정 : 2013년08월21일 16:09

인니, 태국까지 파장…불안감 확산

[뉴스핌=권지언 기자] 루피화 급락으로 촉발된 인도 금융시장 혼란이 인도네시아와 태국에까지 파장을 일으키며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회수(Tapering) 사태, 독일 총선 등 하반기 시장변수들이 이미 산재한 상황에서 인도발 금융혼란의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관한 분석과 전망들 역시 발빠르게 쏟아지는 상황.

인도에서 시작된 시장 혼란 상황이 아시아 전반의 시장위기를 몰고 올 것인지에 대해서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위기의 출발점이 된 루피화의 약세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이는 단기적 리스크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위기가 장기화 되며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 아시아 외환위기 재연은 없다

20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루피화 약세와 쌍둥이 적자, 취약한 성장률 등 인도 경제의 펀더멘털 부진 요인이이미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에 반영된 상태인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등급 하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현재 루피 약세는 새로운 전개 상황이지만 그 배경이 되는 요인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미 현 인도 등급인 ‘Baa3’에 반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웨스트팩 인스티튜셔널뱅크 선임 외환전략가 조나단 카베나는 향후 몇 달 동안 루피화가 (달러 대비) 5% 정도 더 내릴 수 있겠지만, 일단 달러/루피 환율이 65루피 수준까지 오르면(루피약세)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들 역시 루피화가 지난 1991년과 같은 폭락세를 연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고, 당시에는 루피화 약세를 저지할 만큼의 외환보유고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맥쿼리뱅크 외환애널리스트 니짐 아이드리스 역시 “루피화가 향후 몇 달 내로 달러 대비 64~65루피까지 밀릴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인도 정부가 정책을 조정하고 외국인 직접투자에 좀 더 개방적 입장을 취하는 등 안정을 찾는다면 그 이후에는 루피화가 안정세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카우식 바수는 인도와 글로벌 경제가 향후 18개월 동안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인도경제를 둘러싼 우려는 “지나친” 측면이 있고 인도는 완연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인도 성장세가 아직은 바닥이 아닐 수 있고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최근 언론 헤드라인이나 시장에서 전해지는 것과 같은 암울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인도 금융불안이 신흥시장 전반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신흥시장의 상황을 과도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한국과 필리핀, 태국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풍부한 외환보유액에다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중인 나라들은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과거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증가했고, 단기 자금조달보다는 채권발행 시장이 성장하면서 만기가 길어진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또 각국이 만든 국부펀드나 연기금의 규모가 자국 시장에 완충지대를 만들 여력을 생긴 것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1990년대 외환위기 망령이 다시 깨어날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불어닥친 역풍으로 신흥시장이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판단"이라면서, "신흥시장이 글로벌 불균형에 기대서 성장한 것은 맞고 최근 신용 거품이 일부 발생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과거에 비해 자본흐름이 다변화되고 건강해졌으며 경제 역시 체질 변화를 추진하면서 보다 건강해졌다"고 주장했다.

물론 아직은 안전벨트를 풀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FT 역시 경제 성장을 풍부한 신용에 의존했다는 점에서는 신용 공급이 타이트해질 경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제 기초여건이 이를 극복할 정도가 됐다는 판단인 것이다.

HSBC의 프레드 노이먼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2년 정도 성장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동안 좋았던 시절이 종료되고 있어 쉽게 전개되던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시기라도 추진하던 경제구조 개혁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란 충고를 덧붙였다.


◆ 아직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

※출처: IMF, World Bank, HSBC. FT에서 재인용

특히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쉽게 성장하던 시기가 지나고 나면서 경제적 효율성,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 취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총생산 단위 성장에 필요한 신규 신용 규모가 홍콩은 2007년 이후 세 배, 싱가포르는 무려 네 배로 증가했다. 이 많은 자본은 주로 주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통화정책당국은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긴축에 나서야 할지 경제 성장을 되살리기 위해 완화정책을 지속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금융 위기 이후 사용한 재정 부양 능력이 고갈되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아픈 대목이다. 15년 전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정책당국의 이러한 곤경이다.

신흥시장 투자 고수로 불리는 템플턴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이도 증시가 저렴하긴 하지만 매수 기회로 보긴 이르다면서, “매력적인 수준까지는 아직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와 성장 둔화, 불어나는 경상수지 적자, 루피화 약세 등의 산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면서, 특히 연준의 9월 테이퍼링 전망으로 인해 값싼 유동성 흐름이 끊어질 것이란 우려로 해외 자금이 인도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투자전문 사이트인 '시킹알파'는 20일 인도 위기관련 분석 기사에서 인도발 금융혼란이 이머징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에도 엔화가 약세를 보였었는데, 아베 신조 정권이 디플레 타개를 위해 엔화를 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인도 금융혼란의 원인이 인도 경제 자체에 대부분 기인하긴 하지만, 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시작은 비교적 몸집이 작은 태국에서 시작돼 시장 예상을 뒤집고 위기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됐던 만큼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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