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솔은 ‘순금의 땅’ 종영 8주 전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남은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마지막 촬영을 3주 가량 앞두고는 그만 뒀단다. ‘끝나는구나’라는 허심탄회한 기분과 ‘다시 찍으면 어떨까’란 아쉬움이 교차했다.
“순금이란 캐릭터 자체에 대한 감을 제가 너무 늦게 잡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커요. 작품이 끝났으니 이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없는 거잖아요. 더 많이 사랑해줄걸. 거기서 비롯된 아쉬움이에요. 좀더 순금이를 빨리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KBS1 TV소설 ‘순금의 땅’에서 타이틀롤 정순금 역을 맡아 8개월 간 드라마를 이끌어온 강예솔이 마지막 촬영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순금의 땅’은 지난 1월 첫 방송 이후 지난 8월22일 마지막 방송까지 장장 8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종영했다.
“주인공을 하기엔 작은 그릇이었죠. 초반에는 주변을 배려할 여유 없이 혼자 가기 급급했어요. 극중 순금이는 굉장히 배려심 많고 사랑으로 모든 걸 포용하는 캐릭터인데, (순금이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착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고요. 이 두 가지가 겹쳐서 좀 헤맸던 것 같아요.”
주인공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적 문제와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현장을 이해하고 적응해 나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자는 생각의 전환이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강예솔 내부의 긍정적인 변화가 8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마무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전에 했던 ‘정도전’에서는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 덕분에 전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게 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순금의 땅’을 찍으면서 저의 부족함이 고스란히 들통났거든요(웃음). 제가 원래 스스로에게 채찍을 많이 주는 스타일인데,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서까지 채찍질을 하느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욕심이 최선이 아니고, 욕심을 부리다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죠. ‘나를 좀더 믿고 사랑해주자’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어느 순간부터 쓰기 시작한 촬영일지가 이를 가능케 했다. 강예솔은 감독과 스태프들의 코멘트, 동료배우의 이야기,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가 지나가면서 던진 말들을 하나하나 적기 시작했다. 거기에 공통적으로 적힌 말은 ‘조급해 말고 당당해져라’, ‘뻔뻔함을 가져라’였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그런 말들은 점점 줄어들고 칭찬이 늘어났다. 그것이 또 다른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이제 시작 단계인 것 같아요. 채워야 할 부분이 너무 많고, 못해본 캐릭터들이 더 많거든요. 연기가 어떤 건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지 등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정도전’을 찍을 때보다 지금 또 한발 전진한 것 같아요(웃음).”
강예솔은 데뷔 8년차이지만 스스로를 신인 배우라고 칭하며 겸양어린 모습을 보였다. 그의 언급대로 TV소설은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이란 말이 나올 만큼 많은 신인이 이를 거치며 데뷔식을 치렀다.
신인배우들이 많다는 데서 오는 걱정도 있었지만, 우려와는 달리 촬영 현장은 늘 웃음이 가득했다. 강예솔은 화기애애했던 시간과 많은 배움을 얻었던 지난 8개월을 회상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감독님들께서 많이들 해주신 말씀이 ‘역대 TV소설 중 가장 열정적으로 잘 해줬다’는 거였어요. 저는 배운 게 더 많고 오히려 감독님들께서 많이 고생하셨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한 마음 뿐이에요. ‘순금의 땅’을 사랑해주신 시청자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다른 작품으로 다시 만나는 날까지 기다려 주세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