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재정개혁' 진두지휘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정부가 국고보조사업을 10% 감축하는 등 강도높은 재정개혁에 나섰다. 유사·중복사업 600개도 내년 안에 모두 없애기로 했다. 4년 연속 세수부족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정부의 각오가 읽힌다.
벌써부터 다른 부처에 곡소리 나게 만들며 재정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임무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에 맡겨졌다.
기재부 예산실장은 장·차관을 제외하면 가장 영향력 있는 1급 공무원이다. 357조7000억원(2014년 기준)에 달하는 정부예산을 직접 주무른다. 부처 장관들조차 기재부 예산실장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말도 있다.
▲송언석 기재부 예산실장. |
송언석 실장은 "매년 보조사업 운용평가 등 정부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업 규모가 2014년 52조5000억원에서 올해 58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며 "국고보조 10% 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재정사업을 효율적 구조로 전환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송 실장은 벌써부터 다른 부처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질문에 "부처별 일률적으로 10%씩 감축하는 데는 다소간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예상되므로 구체적인 감축 숫자는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적절하게 협의·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유사·중복사업 600개를 내년까지 통폐합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올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370개의 사업을 감축했다"며 "내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도 관계부처 등과 긴밀히 협조해 나머지 230개 사업의 감축을 조기에 완료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 실장은 올해 24조8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경우 "투자규모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신규사업은 시급성이 인정되는 사업 중심으로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정지출 구조가 복지 등 사회분야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SOC투자도 꾸준하게 축적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SOC 투자규모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충분히 설득하면서 재정투자 축소를 보완할 수 있도록 민간투자활성화나 공기업의 역할 강화 등의 대안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방위사업청 비리와 관련해 국방예산도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 실장은 "앞으로 방산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재정측면에서도 무기구매의 전 과정에서 재정 낭비 요인을 샅샅이 파악하고 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비리요인을 원천 차단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무기구매 첫 단추인 소요결정 단계부터 기술적 타당성 뿐 아니라 경제성 및 재정효과성 분석 실시 ▲개별 사업 타당성 조사에 민간 연구기관을 참여시켜 객관적·투명한 조사 ▲타당성 조사를 위한 선행조치를 완료한 사업에 한정해 예산 반영 ▲국방 연구개발사업 집행 과정에서 작전요구성능 및 국방규격 등 민간 공개 ▲국방 물자 조달시 경쟁·입찰계약 확대 등을 통해 지출을 효율화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송 실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대폭 늘어난 안전예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전예산은 지난해 12조4000억원에서 올해 14조7000억원으로 2조3000억원 늘었다.
송언석 실장은 "중장기적 종합계획인 안전혁신마스터플랜 수립과 이를 통한 국민안전 체감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며 "사후복구보다는 국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주기적 안전진단 등 '사전예방' 투자에 중점을 두고 보수·보강 및 신속한 구조·구급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또 "캠핑장 사고 재발방지 등 생활체감형 안전예산에 역점을 둬 예산은 편성하고 국민 안전의식의 혁신, 기준 정비 등 제도 개선도 동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언석 기재부 예산실장은 1963년 경북 김천 출신으로 경북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 석사,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예산처에서 건설교통예산과장, 균형발전정책팀장, 재정정책과장 등을 지냈고 재정경제부와 합쳐진 기획재정부에서 행정예산심의관,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을 거쳐 지난해 8월 1급인 예산실장에 부임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