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중국

속보

더보기

[푸른 연] 역사의 잿속에서 꺼낸 구슬픈 삶의 이야기

기사입력 : 2015년07월17일 11:41

최종수정 : 2016년02월03일 17:52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영화 푸른 연(藍風筝 란펑쩡)은 1953년 무렵 중국 사회주의 개조운동부터 1968년 문화대혁명 초반까지 중국 인민(老百姓)들의 삶의 궤적을 묘사한 영화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스탈린이 사망한 1953년 이후 신민주주의 혁명을 서둘러 사회주의 혁명으로 전환한다. 사회주의 개조작업이라는 급진 좌경화 운동은 도시와 농촌의 경제를 통째 망가뜨리고 인민들의 일상을 파멸로 몰아넣는다.  

내레이터 티에터우(鐵頭)는 모친 천수쥐안(陳樹娟)의 삶을 통해 중국인들이 1950년대~1960년대(1953년~1967년) 사회주의적 개조와 대약진운동 시기, 또 문화대혁명이라는 끔찍한 공포의 시대를 어떻게 겪어냈는지 들려준다. 무엇보다 ‘푸른 연’은 지난 1949년 신중국 설립 이후 문혁기까지 죽의 장막으로 가려졌던 현대중국과 그시기 중국인들의 삶을 이해할수 있는 교본과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속의 계절이 추운 겨울 한철에 고정된 것은 혹독한 시대상을 반영하려는 의도된 설정인듯 싶다.    

중국 5세대 감독 텐좡좡(田壯壯)이 1993년 제작한 영화로 도쿄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했다. 또 천수쥐안 역을 맡은 뤼리핑(呂麗萍)은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다른 정치 소재 영화들처럼 신중국 건립 초기 정치운동의 폐해를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중국 본토에서 공개 상영되지 못했고 심지어 텐 감독은 8년간이나 연금생활을 하며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영화는 1950년대초반 우익과 자본가 지주 및 관료계급을 타도하는 ‘3반5반운동’과 1958년 사회주의 총노선을 기치로 한 대약진과 같은 폭압적인 정치운동이 개인과 가정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반우파 운동은 1957년에 와서는 한층 거센 불길로 전 중국을 강타하면서 중국 사회를 공포속으로 몰아넣는다. 

대약진 시기 중국사회에서 개인은 단지 집단의 부속물일 뿐이었다. 사회주의 건설을 수행하기 위해 농촌은 인민공사로 재편됐고, 도시에선 단위(單位)가 모든걸 지배했다.  단위라는 시스템은 개인의 생사여탈권을 쥔 무소불위의 막강한 제도였다. 출생과 의식주 취업 혼인, 심지어 죽음을 포함해 인민들은 자신이 소속된 단위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대중운동이 활개를 치면서 이웃은 물론 또 가족들간에도 반목과 갈등이 빚어진다. 혁명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사상성을 놓고 가족간에도 자주 논쟁이 벌어진다. 영화속에서도 천수쥐안 집안의 한 남자(동생)는 “공장은 불량품을 생산하고, 철강회사는 폐철을 팔고 있다”며 대약진 운동을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이는 가정집 수저까지 공출해 동네 용광로에서 녹여 만든 강철이 얼마나 조악하고 쓸모없었는지, 결국 대약진 운동의 허상을 꼬집는 내용이다.  

대약진 대중운동은 인민 개개인의 사생활까지 철저히 간섭했다. 혼인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의 한 장면에서 보여지듯 당시 중국 인민들은 데이트(연애)와 같은 개인사도 상부에 보고해야하는 시대를 살았다. 천수쥐안 부부는 결혼 예식에서도 가장 먼저 마오쩌둥에 경례를 하고 심지어 결혼축가도 ‘노동자근면 생산초과’를 다짐하는 내용의 정치 운동가요로 대신한다.  

영화 초반부 천수쥐안과 린샤오룽(林少龍) 부부의 혼례도 스탈린 사망(1953년 3월5일) 추도라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강제로 연기된다. 공교롭게도 한평생 최대의 경사인 혼례를 올린 이날 불길하게도 집안 탁자위의 목마 인형 목이 부러지면서 천수쥐안 가정에 불어닥칠 가혹한 시련과 재앙을 예시한다. 

교사인 천수쥐안과 사서인 남편 린샤오룽 가정은 당시 중국사회의 잣대로 보면 둘 다 ‘먹물 먹은 지식인(喝过墨水的人)’으로서 우파 타도를 외치는 마오쩌둥 대중운동의 표적이다. 당시 중국사회는 농민(1949년기준 전국민의 90%), 노동자 신분이 아니면 대부분 국가와 인민의 공적이었다. 주인공 천수쥐안도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1958년 삼면홍기 대약진 운동이 본격화한 이후 심한 핍박을 받으며 남편을 세번이나 잃는 불행을 겪는다. 

출판 사서로서 우파지식인 신분인 천수쥐안의 첫 남편 린샤오룽은 우익으로 몰려 집단농장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고, 두번째 남편은 피로와 영양실조로, 세번째 남편도 문혁의 와중에 조반파(혁명세력)에 의해 희생된다.  당시 대약진 집단화와 사상개조 운동, 자본가 처형, 지식인 숙청 등으로 천수쥐안의 집안 사람들을 포함한 대다수 인민 삶은 불안과 공포 그 차체였다.   



신중국 건국 초기 사회주의 상공업개조 작업이 가속화할 무렵 사유재산은 재앙을 자초하는 화근이었다. 작은 점포(자영업)를 가진 사람들조차 살기 위해 국가사회에 점포을 자진 반납했고 집세를 받는것도 포기해야 했다. 전 재산을 국가에 반납해야 영웅이고, 집세든 금융소득이든 자산소득이 있는 자는 신중국에 어울리지 않는 주자파(走資派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세력) 반동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당시 룽이런(榮毅仁)이라는 자본가는 시대변화를 재빨리 간파하고 전 재산을 자진해서 공산당에 헌납했다.  룽이런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1979년)에 외국자본 유치 기관인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현 중국중신그룹, CITIC그룹)를 창설해 중국 경제발전에 큰 공을 세운다. 그는 지금까지도 중국 공산당으로 부터 붉은 자본가로 칭송을 받고 있다.

문제는 대약진 운동이 당초 목표인 생산력 증대는 커녕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이다. 개인의 삶과 가정이 붕괴되고 국가경제도 피폐해졌다. 대약진 운동에 따른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는 마오쩌둥이 1959년 6월 장시성 루산회의에서 비판받고 류샤오치와 같은 실용파에게 실권을 잠시 넘겨줬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약진 운동 실패에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중국에서는 1960년초 무렵 1500만~2000만명이 굶어죽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1996년 베커(Becker)라는 학자는 중국에서 1959~1961년 3년간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3000만~5500만명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신중국 건립 직전 10년간 전쟁(항일전쟁과 국공내전)으로 인한 추정 사망자 2000만명을 넘어서는 숫자다.  영화 푸른연에서 천수쥐안의 둘째 남편의 영양실조에 따른 죽음은 바로 대약진이 낳은 대기근의 참상을 암시한다.     

1950년대 삼면홍기 대약진에 이어 1966년 문혁이 막을 올리고 홍위병을 앞세운 격렬한 정치 투쟁이 또다시 중국 전역을 극도의 혼란과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문혁의 불길이 거세지면서 지식인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고 티에터우의 모친인 천수쥐안도 끝내 반혁명분자로 지목돼 노동개조소로 끌려간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홈플 사태에...국민연금, 1조 손실 위험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하면서, 국민연금이 홈플러스에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졌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국민연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약 6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운영하는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가운데, 홈플러스 영등포점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2025.03.04 yym58@newspim.com 문제는 홈플러스가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채권 변제 우선순위에서 RCPS 투자자들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법원은 향후 채권자 조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변제 순서는 ▲담보채권자 ▲무담보채권자 ▲SPC(특수목적법인) 발행 RCPS 투자자 ▲SPC 출자자로 정해질 전망이다. 추후 홈플러스가 정상화 되면 RCPS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이때도 1조원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자까지 더하면 해당 규모는 현재 국민연금이 받지 못한 투자금은 1조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 투자 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가도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면서 투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CPS 등과 마찬가지로 담보가 없는 기업어음(CP)과 전단채를 사들인 개인들도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홈플러스 측은 4조70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메리츠 3사 금융부채 상환에 1조4000억원 가량을 투입하고 남는 금액으로 나머지 채권자의 채무를 상환하고 기업 회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에 의하면 이날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고 이달 한 달 동안 영업을 통해 유입되는 순현금 유입액이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금융채무 상환이 유예되는 동안 납품 대금 지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홈플러스의 회생 개시 결정으로 MBK의 고려아연 인수 작업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 측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경쟁을 벌여왔다. 당초 MBK 측은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이 고려아연 인수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처럼 미정산 사태가 터지기 전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 정상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stpoemseok@newspim.com 2025-03-06 20:03
사진
40개 의대 총장, 내년 의대증원 '0' 합의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이날 열린 온라인 회의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당초 5058명에서 2000명 줄인 3058명으로 조정하는 데 합의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의과대학 학생이 이동하는 모습. 2025.03.04 yym58@newspim.com 이는 의대 학장들이 최근 정부에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건의한 것에 대학 총장들도 뜻을 모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대한의학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8개 의료계 단체는 전날 정부와 정치권에 보낸 공문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동결을 요구한 바 있다. 공문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학년도 정원(3058명)으로 재설정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총 정원은 의료계와 합의해 구성한 추계위원회에서 결정 ▲의학교육 질 유지 및 향상을 위한 교육부의 전폭적인 지원책 구체화 등 세 가지 요구 사항이 담겼다. dosong@newspim.com 2025-03-05 19:4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